출처=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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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강민경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확산으로 동유럽에 진출한 국내 시중은행들이 현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주재원 즉각 입국 등의 조치는 아직 내려지지 않았으나 해당 사태가 동유럽 전반으로 확장될 가능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에 따라 현지 근무 직원들의 안위뿐만 아니라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경영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어 은행들은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동유럽 거점 마련 나선 은행들…‘우크라 사태’ 변수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 중 현재 동유럽에서 지점·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 두 곳이다. 신한은행은 폴란드·헝가리에 각각 현지 사무소를 열었고, 우리은행도 폴란드·헝가리에 현지 사무소를, 러시아에는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앞서 이들 은행이 동유럽을 해외진출의 메카로 꼽은 이유는 기업금융 추진이 가장 주요하게 작용했다. 이를 기반으로 현지 거점 마련의 기회를 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기업들은 특성상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동유럽으로의 진출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특히 헝가리는 동유럽의 지리적 중심지로 낮은 법인세율와 외국인 투자기업 우대정책을 통해 자동차·2차 전지 등 유망산업을 중심으로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폴란드는 동유럽 내에서도 성장잠재력이 가장 높은 곳으로 지목된다. 지리적으로 독일·체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서유럽 국가로의 수출이 용이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확대됨에 따라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만일 양국 간 전쟁이 발발하게 되면 우크라이나 인접국인 헝가리·폴란드 등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우리 “제한적 영향 판단…모니터링 강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측은 일단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들 모두 시장조사 등을 주업무로 삼는 ‘현지 사무소’ 형태로 운영 중이어서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추후 사태 확산에 따라 두 나라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들의 사업 추진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어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일부 국내 기업 임직원 등은 현지를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진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재 기준으로는 주재원 근무형태나 사무소 운영 등에 대한 특별한 지침은 없다”며 “앞으로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폴란드는 인접 국가이긴 하나 직접적인 영향은 없는 상태로 파악돼 현재 기준 주재원 귀국 등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고 있다”며 “러시아의 경우엔 지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데 그 곳에 대한 지침도 아직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업계 내부에선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일부 은행들의 글로벌 전략 재검토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전략적 큰 틀에 대한 수정은 아닐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권 전반적으로 해외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사태에서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기 전까진 주재원 귀국 등의 조치를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완전 철수의 경우엔 현지 라이센스를 다시 취득해야 하는 점에서 주요한 결단이 있어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업계 내부적으로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부담으로 작용해 해외경영에 대한 전략적 수정이 불가피 할 수 있지만,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라는 관점에서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열린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시장변동성 확대에 대비하고 잠재위험요인 관리를 강화하라고 금융위 간부들에게 주문했다.

고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이슈는 향후 전개방향이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므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관계부처와 긴밀히 공조하면서 유사시 시장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별 조치계획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달라”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