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청약 당첨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차주단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debt service ratio) 규제가 시작되며 자금 사정이 크게 위축되서다. 전국의 아파트 값이 떨어지고 있는데다, 대선을 앞두고 관망세에 돌입해 청약시장엔 찬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막상 새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대출을 받지 못하면, 애꿎은 청약 통장만 날릴  수 있어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계약금 못 내는데 청약하겠나요"

10일 분양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도 한 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는 분양 단지가 나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살펴보면, 최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공급한 '송도 럭스오션 SK뷰'의 1순위 청약 접수 1,114가구 모집에는 4,664개의 청약통장이 접수됐다. 평균 경쟁률은 4.18대 1로, 전용 137㎡T 주택형이 미달되며 모든 주택형 마감에도 실패했다.

지난해 송도의 청약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였던 것과 비교된다. 지난해 11월 공급된 '송도 센트럴파크 리버비치' 1순위 청약접수에는 2,243건이 접수되며, 평균 경쟁률 57.1을 기록했다. 같은 해 9월 분양된 '송도 대경스위트리아 파크뷰' 또한 24가구 모집에 1,156명이 접수하면서, 평균 4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와 비교하면 최근 경쟁률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예전과 달리, 청약 경쟁률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로 인해 분양 자금 마련이 어려워진 점을 청약 한파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고 있다.

기존에는 청약자가 수중에 현금이 적더라도 청약을 넣는 경우가 많았다. 시공사가 중도금 대출을 알선해줄뿐더러, 향후 프리미엄을 받고 잔금을 치루거나 전세를 놓는 것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최근 실거주 의무가 강화된 와중에 차주단위 DSR 규제가 시행되며 이런 풍경은 거의 사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기존에는 실제로 돈이 있어 분양을 받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라며 "계약금을 신용대출로 내고, 프리미엄을 40~50% 높게 받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잔금 대출이 막힌 것"이라며 "계약단계부터 신용대출 때문에 계약금을 못 내는 사태는 이미 발생했다"라고도 전했다.

그러면서 "(대출 규제가 계속되면) 분양받은 사람들이 입주를 못 할 수도 있고, 2년 뒤에는 미분양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청약에 당첨돼 입주를 앞둔 이들 10명 중 4명은 대출 문제로 입주를 미룬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건설업체 500여 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전국 미입주 사유를 조사한 결과, '잔금대출 미확보' 응답이 40.7%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달 29.3% 대비 11.4%포인트(p) 늘어난 수치다. 아울러 이는 2017년 6월 관련 통계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숫자로, 해당 비율이 40%를 넘은 것도 이때가 처음이다.

집값과 땅값 상승으로 가파르게 오른 분양가도 지적된다. 서울의 경우 전용 84㎡ 기준 평균 분양가는 8억3,500만원 수준으로, 경기권에서도 분양가가 8~9억원을 호가하는 곳이 나오고 있다. 이 부동산 전문가는 "(DSR 규제 관련) 연봉 1억원을 받아도 담보대출은 4억원을 못 받게 되는데, 연봉이 5,000만원 이라면 한도는 2억원 정도"라며 "집을 구하기란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출 규제, 결국 청약 미달로 미분양 '급증'

청약 열기가 꺾이고 곳곳에서 미분양되는 곳이 나오면서, 주인을 찾지 못한 분양 단지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미분양 주택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전국의 미분양 물량은 1만7,710가구로 전달대비 25.7%를 기록했다. 지난 2019년 6월(6만3,705가구)부터 27개월 연속 감소했지만, 지난해 10월(1만,4075건)부터 다시금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역별 양극화 경향도 점차 두드러지는 중이다. 가장 큰 폭으로 물량이 증가한 곳은 경북(4,386건)으로, 전달대비 174.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강원(1,648건)과 경남(1,879건)도 각각 53.2%, 39.6% 증가했다. 반면 수도권인 서울(54건)은 변동이 없었고 경기(1,030건)와 인천(4,25건)은 각각 0.5%, 3.5% 증가에 그쳤다.

현장에서도 분양 시장 분위기가 한풀 꺾였다는 설명이다. 한 공인중개소A 대표는 "조만간 전매가 풀리는 A단지의 분양권 프리미엄은 최소 5,000만원이고, 어떤 것은 1억원에도 이야기가 나온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렇지만 아직 분양권을 사겠다는 매수자의 문의는 단 한 건도 없었다"라면서 "분양가가 아주 높게 나와 가격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전문가들은 청약 시장이 최근 몇년 간의 과열 양상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대출로 인해서 지금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지 못하는 상황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또 대선까지 관망하는 매도자와 매수자들이 많아 작년과 재작년과 같은 과열 분위기가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