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보배·민단비 기자] NFT(대체불가토큰) 기반 P2E(Play to Earn) 게임 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P2E 게임 서비스를 금지해 이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P2E 게임 규제 완화 필요성과 함께 이용자와 사업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NFT는 고유의 자산으로 위·변조가 불가능해 NFT 보유자와 변동내역 등에 대해 신뢰를 형성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메타버스에서 NFT로 생성된 캐릭터와 아이템은 자산으로써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데, 이에 메타버스와 NFT는 유기적 경제를 구현하게 된다.

이 때문에 국내외 게임사들도 단순한 P2E 게임 개발을 넘어서 블록체인과 게임을 연계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꾀하고 있다. 관련 기술기업에 투자하거나 자회사 인수, 계열사 간 통합 등 과감한 사업재편을 단행하는 것도 메타버스와 NFT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다가오는 메타버스 생태계의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한 모습이다.

게임사, 국외서 살길 모색…규제 완화 목소리↑

P2E 게임은 국내에선 사행성을 이유로 사실상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국내 1호 P2E 게임으로서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의 사후 모니터링에서 적발돼 시장에서 퇴출된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무돌 삼국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무돌 삼국지는 일일 퀘스트를 깨고 얻은 무돌 코인을 탈중앙화 거래소(DEX) ‘클레이스왑’에서 암호화폐 ‘클레이’로 교환 후 현금할 수 있어 인기를 끌었지만 지난해 12월 게임위의 등급분류 취소 결정 이후 앱 마켓에서 삭제됐다.

게임사들은 필리핀, 베트남 등 P2E 게임이 활성화한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3월부터 넷마블의 ‘A3: 스틸얼라이브 글로벌’을 비롯해 네오위즈의 ‘크립토 골프 임팩트’, 조이시티의 ‘건쉽배틀: 토탈워페어’ 등 P2E 게임이 출격 예정이다.

아울러 게임업계에선 P2E 게임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도 연일 높아지고 있다. NFT 시장의 확장 속에서 게임 출시를 무조건 금지할 것이 아니라 출시 후 사행성 논란 등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규제가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방준혁 넷마블·코웨이 의장은 최근 ‘넷마블 투게더 위드 프레스’(NTP) 행사에서 “지금 블록체인 게임들에 대해 전 세계의 상당히 많은 게임사가 움직이고 이는 하나의 흐름”이라며 “P2E 게임 출시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출시는 허용하고 부작용을 규제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송재준 컴투스 대표도 “대한민국은 게임 강국이고 IT인프라, 높은 디지털 친화도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1위로 거듭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며 “하지만 플레이하면서 돈을 버는 P2E 게임 사업에서는 안타깝지만 한국을 제외한 해외시장을 타깃으로만 사업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도 “한국은 게임 자체가 사행성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게임의 재화가 외부로 나오면 사행이라고 규정하는데, 이러한 기준이 게임 플레이에 맞는지 의문”이라며 “게임산업진흥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국내에서 당장 NFT 게임을 서비스하는 건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20대 대선 후보들, P2E·NFT 관련 공약 눈길

NFT 규제를 둘러싼 문제는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들이 공약으로 다루며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모습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등 지지율 3위까지의 각 정당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에는 반대하고 e스포츠 육성 정책을 담은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P2E와 NFT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 가능성을 열어둬 눈길을 끌고 있다.

우선 이재명 후보는 NFT와 P2E 게임을 무조건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안될 것을 미리 정한 후 나머지는 자유롭게 풀어주고 사후 규제로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게임 전문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에 출연한 이 후보는 “P2E 게임을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며 “해외에서 이미 활발한 사업인 만큼 무조건 금지한다면 쇄국정책을 하는 꼴”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이 후보 캠프는 ‘게임·메타버스 특보단’을 출범, 이 후보는 축사를 통해 “블록체인, 메타버스, NFT 등 신기술 융합이 게임산업의 파급력을 키울 것”이라며 관련 산업에 지원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윤석열 후보는 P2E와 NFT 관련 규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윤 후보의 게임 정책 발표 당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소비자 권익 보호를 최우선으로 P2E에 접근하겠다. 구체적인 내용은 2차 게임공약 때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철수 후보는 P2E, NFT와 관련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다. 이 후보에 이어 김성회의 G식백과에 출연한 안 후보는 “P2E 게임을 하는 나라들을 1년 정도 지켜본 뒤 좋은 측면이 많은지 나쁜 측면이 많은지, 나쁜 측면은 개선하면 좋은 쪽으로 바뀔 수 있는지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언급했다.

P2E 게임 합법화 어려워 vs 사회적 합의점 찾자

전문가들은 사이에서도 P2E 게임 규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메타버스와 NFT가 세계적 대세라고 해도 사행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견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NFT의 산업 성장을 위해 발전적인 가이드라인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겸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산업적으로 본다면 NFT 기반 게임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맞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정치권은 ‘바다이야기’를 겪었다. 바다이야기도 상품권을 통해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자는 등 처음 취지는 좋았으나 결국 온갖 검은 돈들이 들어와 완전히 도박장으로 바뀌었다”며 P2E 게임 합법화가 어렵다고 내다봤다.

위 교수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 환전이 가능해지면 소셜 카지노 게임도 사이버머니를 (가상화폐와) 결합할 수 있고 거래소까지 뚫으면 바다이야기와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다수 게임사가 선한 의도를 가지고 가상자산을 발전시킨다 해도 악한 의도를 가진 소수가 들어와 물을 흐리기 시작하면 제어가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재홍 숭실대 예술창작학부 교수(전 게임물관리위원장)은 “P2E와 관련된 메타버스, 블록체인, NFT 기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융합기술”이라며 “게임뿐 아니라 모든 산업, 문화와 관계되는 기술인데 게임산업에서만 사행성 우려 때문에 앞으로 못 나간다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고스톱은 한국의 순수한 오락문화이지만 베팅 단위가 커지면 도박으로 변질되듯이 P2E 게임도 과해지면 사행성으로 기울 수 있으므로 국가, 기업, 게임 이용자들 등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공론장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며 “대선주자들도 P2E 관련 공약을 내세우고 있어 대선 이후 정책적인 대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 교수는 “P2E 게임이 어떠한 이유로든 서비스가 중단될 경우 이용자들이 투입한 비용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국내 게임사들은 정부 규제로 P2E 게임을 서비스하지 않는데, 편법으로 우회를 통해 해외에서 서비스하는 기업 때문에 준법정신을 지키는 회사들이 역차별을 받는 문제가 생기므로 이러한 차원에서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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