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몇 년 전만 해도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개념이었던 ESG는 이제 전 세계 기업들이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실행에 옮겨야 하는 ‘가치’가 됐다. 오랜 기간 동안 각 국가 혹은 기업의 양심에 따라 자율적인 실행으로 맡겨졌던 것들이 이제는 일종의 의무가 된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에는 인류의 존속에도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 기인한다.  ESG라는 글로벌 트렌드는 이러한 관점에서 시작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부의 주도로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기업들에게 ESG 관련 사항에 대한 의무 공시를 적용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ESG를 실행에 옮기는 주체인 국내 기업들은 어떤 방법으로 ESG라는 전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고 있을까.   

최근 투자자들은 기업들에게 친환경(Environment)·사회공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등 3가지 측면의 개선(改善)을 하나의 의무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ESG 확산 이전 기업의 가치는 주로 재무 상태에 근거한 ‘수량적’ 기준으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ESG의 등장으로 기업에 대한 가치판단은 180도 달라지게 됐다.

글로벌 ESG의 확산

글로벌 금융정보 제공기업인 미국의 다우존스(Dow Jones)는 1999년부터 지속가능성 평가 및 투자기관인 스위스의 투자 평가사 ‘로베코샘(RobecoSAM)’와 함께 매년 전 세계 약 60개 산업군 2,500여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재무, 지배구조, 친환경, 노사관계, 인권 등 다양한 측면의 ESG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다우존스는 이 평가에서 상위 10%에 드는 기업을 그 해의 우수 사례로 선정하고 기업의 명단을 ‘DJSI(Dow Jones Sustainability Indices) World’를 통해 매년 발표한다. DJSI World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지속가능경영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 정책·기업의 경영과 관련된 ESG가 본격 도입은 2000년 영국에서 시작됐다.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공감을 얻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 등 환경 문제들이 대두되면서 많은 국가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독일·스웨덴·캐나다에서는 자국 기업들에게 ESG 실현과 관련된 정보에 대한 의무 공시 제도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은 5년·10년 단위의 장기 목표를 세우고, 각자의 상황에 맞춰 다양한 방법으로 ESG의 실현하고 있다.  

지난 2006년 4월 前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Kofi Annan)과 영국대학교원연금(USS), 뉴욕교원연금(NYCTRS), 네덜란드공무원연금(ABP),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등 연기금 기관은 글로벌 규모의 ESG 확산을 추구하는 ‘책임투자원칙(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을 발표한다. 본 원칙에는 각 연기금들이 기업에 대한 투자 여부에 재무적 측면뿐만 아니라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까지 고려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투자자들은 기업이 창출하는 수익과 더불어 그 창출의 과정이 ESG의 실현에 부합하는지, 관련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지표화해 기업의 가치를 평가한다. 

출처= DIJI 한국 홈페이지
출처= DIJI 한국 홈페이지

ESG에 대한 전 세계의 공감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더욱 확대됐다. 세계 경제의 성장이 일제히 주춤하는 위기를 직면한 투자자와 소비자들은 장기 관점에서 사회에 이익을 줄 수 있는 ‘ESG 경영 활동’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됐다. 지난해 9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 운용사 ‘블랙록(Black Rock)’의 CEO 래리 핑크(Lawrence Douglas Fink)는 “ESG의 성과가 좋지 않은 기업에는 앞으로 투자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ESG 

글로벌의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도 ESG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확산됐다. 2010년대 후반에는 선진국의 트렌드에 발맞춰 우리나라의 대기업들도 ‘ESG 경영’을 중요한 화두로 내세웠으며 금융기관에서는 ‘ESG 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ESG가 우리나라에서 최근과 같이 중요한 의제로 떠오른 계기는 지난 2020년 10월 정부가 발표한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이다. 그린 뉴딜은 “환경과 사람이 중심이 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표방하는 ESG의 친환경 측면을 강조하는 정책이다. 여기에는 2050년까지 국가 탄소 배출량 ‘0’ 실현을 추구하는 목표가 있었으며, 이를 실행시킬 주체인 기업들에게는 ESG의 다른 측면들도 함께 요구되기 시작했다.  

출처= 자본시장연구원
출처= 자본시장연구원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국내 주요기업들은 광범위한 영역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각자만의 ESG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친환경 측면의 경우 일회용 소재의 사용 감축, 탄소배출 저감 시스템 운영, 생산 공정의 친환경 기준 강화 등으로 실현됐으며 사회공헌 활동의 범위는 이전보다 대폭 확대됐다. 지배구조 개선의 경우 ESG 위원회와 준법경영감시 기관들의 운영으로 기업 운영의 의사결정 권한이 총수 일가·최고경영자 등 특정된 주체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을 견제하는 방법들로 실현됐다.      

대기업들의 다양한 ESG 실천 방법론은 국내 다른 기업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고, 곧 ESG는 우리나라 기업계 전체로 확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