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아토모 커피(Atomo Coffee)
출처=아토모 커피(Atomo Coffee)

[이코노믹리뷰=김동일 기자] 대체육, 대체 우유에 이어 ‘대체 커피’가 등장했다. 환경 문제와 지속가능성이 식품 산업의 화두로 자리 잡으면서 커피까지 ‘친환경’ 이름표를 다는 모습이다. 미국 푸드테크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커피콩 없는 커피(Beanless Coffee)’가 탄생하고 있는 것.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대체 커피’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인 ‘아토모 커피(Atomo Coffee)’와 ‘컴파운드 푸즈(Compound Foods)’는 식품 과학 기술을 적용해 원두 없는 커피를 만들고 있다. 버려진 씨앗이나 과일 껍질을 분자 단위로 분해해 성질을 변화시키거나, 미생물을 합성해 커피맛을 내는 분자를 추출해내는 방식이다.

아토모 커피는 대추씨, 치커리 뿌리, 포도 껍질 등을 분자 단위로 분해한 후 카페인을 조합해 ‘분자 커피’를 만든다. 2019년 브랜드 론칭 후 올해 9월 온라인으로 콜드브루 대체 커피를 판매, 내년 소매 판매 정식 론칭을 준비 중이다.

이 회사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Kickstarter)를 통해 현재까지 1,150만달러(약 135억원)를 투자받았다. 현재 시애틀에 하루 1,000인분 규모의 대체 커피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두고 25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컴파운드 푸즈는 미생물을 합성해 커피맛을 내는 분자를 추출, 발효를 통해 다양한 맛을 내는 커피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설립해 아직 시용품도 없는 상태지만 기후펀드 등으로 부터 450만달러(약 52억원)를 투자 받았다.

이대로 가면 커피 사라진다...‘대체 커피’의 등장

대체 커피의 등장에는 ‘현재 재배 방식으로 커피가 지속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밑바탕이 깔려 있다. 현재는 커피를 재배하기 위해 농장 토지만큼의 숲을 벌목하고 상당한 양의 물과 비료, 농약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재배 방식은 기온 상승, 불규칙한 강우 등 기후 변화를 불러오고, 그에 따라 생산량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후 관련 학술지 클라이매틱 체인지(Climatic Change)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인해 2050년까지 현재 커피 재배 토지의 50%는 더 이상 커피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 실린 또 다른 논문에 따르면 남미에서는 그 비율이 88%까지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커피 원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최근 브라질에서는 이상 기후로 인해 한파와 가뭄이 잇따르면서 원두 생산량이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때문에 원두 가격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브라질은 전 세계 커피 원두 생산의 약 40%를 차지하는 최대 생산국이다.

기후 변화는 커피의 병해 가능성을 높이기도 한다. 2012~2013년 중앙 아메리카에 줄기 녹병 이 퍼지면서 커피 생산량은 약 15% 감소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미국 내 커피 1파운드 가격은 2년 사이 약 33% 증가했다.

아토모 커피가 워싱턴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스타벅스 커피와 자사 대체 커피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7대3 비율로 압승을 거두기도 했다. 출처=아토모 커피 유튜브 영상 캡쳐
아토모 커피가 워싱턴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스타벅스 커피와 자사 대체 커피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7대3 비율로 압승을 거두기도 했다. 출처=아토모 커피 유튜브 영상 캡쳐

‘가치 소비자’의 새로운 선택지

대체 커피에 대한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치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대체 커피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실제 대체 커피는 같은 양의 커피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물의 양이나 탄소배출량이 일반 커피에 비해 현저히 낮다. ‘탄소 발자국’ 측정 기업 카본 클라우드(Carbon Cloud)에 따르면 아토모 커피가 콜드브루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물의 양은 기존 콜드브루를 만들 때보다 94% 적었고 탄소 배출량도 93% 감소했다.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진다는 점도 대체 커피 시장에 대한 잠재성을 높이는 요소다. 커피 음용으로 인한 칼슘 손실, 카페인 과잉 반응, 잔류 농약이 남은 원두를 장기간 섭취할 경우 나타나는 문제 등 여러 단점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 커피는 카페인 용량을 조절할 수 있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며 “디카페인 커피와 말차 등의 음료와 비건 디저트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맛 평가도 긍정적이다. 아토모 커피가 워싱턴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스타벅스 커피와 자사 대체 커피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7대3 비율로 압승을 거두기도 했다. 테스트에 참가한 학생들은 대체 커피가 더 부드럽고 탄 맛이 덜하다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후 변화가 심화됨에 따라 커피 원두는 장기적으로 더 비싸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앞으로 수년간 대체 커피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