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10월 1일부터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열린다. 기업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강조하는 현 정부의 국감은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검증을 실시해왔다. 그러나 최근 재계에서는 국감이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모종의 이유로 정치권이 기업들을 압박하는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 의견이 나온다. 

국감의 관점이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마주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을 위해 총수들을 부르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는 다음달 1일부터 열릴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GS그룹 허태수 회장 등 국내 재계 주요 기업 총수들의 참석을 신청했다. 환노위는 총수들에게 정부가 2030년까지 목표하고 있는 NDC(국가온실가스배출량)에 맞춘 각 기업들의 계획을 듣는 것과 동시에 환경법규 준수 현황과 고용인원 감소의 원인 등을 점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탄소중립은 전 세계가 공유하는 글로벌 이슈다. 그렇기에 NDC에 대한 기업들의 계획을 국감을 통해 공유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제안한 NDC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해 정부와 환경단체 그리고 기업들의 이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원자력 발전을 배제한 NDC의 계획과 실현 가능성이 낮은 온실가스 목표 수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 8월 19일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와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8월 18일 국회 환노위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정안’을 전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보였다.

경총과 전경련은 온실가스의 직접적 이해관계자인 기업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정부·국회가 일방적으로 목표치를 정하고 법안을 통과시킨 것과 제조업 중심의 우리 산업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러한 가운데에서 NDC와 관련한 국감에 총수들을 부르는 것은 기업들에 대한 ‘무언의 압박’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기업계의 우려다. 

출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명예회장 페이스북.
출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명예회장 페이스북.

정부의 수소경제·탄소감축 정책과 관련해 기업인들이 국감의 증인으로 소환될 것이라는 미디어의 보도에 대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명예회장도 불만을 표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러한 출석 요구를 총수들에게 ‘질문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면서 “의회도 이런 점을 모르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알면서도 총수들을 불러낸다는 것인데 이런 식의 불러내기는 이제 없어졌으면 좋겠다”라면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플랫폼-IT 기업들에 대한 ‘압박’  

올해 국감에서는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준 플랫폼·IT 기업들에 대해 강도 높은 검증이 이뤄질 전망이다. 그 중심에는 플랫폼 기업 카카오가 있다. 카카오의 광범위한 중개사업의 확장이 소상공인들의 상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됐고 이로 인해 카카오는 정부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에 카카오는 즉시 사업의 범위 확대를 중지함과 동시에 소상공인들과의 상생을 추구하는 자구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비판적 여론은 지속됐고, 국회 환노위는 카카오 김범수 의장을 국감의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외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 강한승 쿠팡 대표, 전항일 이베이코리아유한책임회사 대표, 이상호 11번가 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등 주요 플랫폼 기업의 대표들을 국감의 증인으로 신청했다. 

국회의 이러한 조치는 최근 카카오를 포함한 국내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된 것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도 관련 업계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의 과도한 감시와 간섭이라는 것이다. “첨단 기술을 근간으로 한 사업들의 ‘연결’로 새로운 가치들을 창출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들에게 필요 이상의 족쇄를 채우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감이 플랫폼 기업들을 ‘벼르고 있다’라는 식의 이야기가 돌고 있다”라면서 “물론 각 기업의 다소 ‘경쟁적인’ 사업 확장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들이 있지만, 그것이 시장에서의 논의와 의견 조율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음에도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시장에 간섭하고 이를 통제하려 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관점 같다”라고 말했다.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황용식 교수는 “다양한 산업 간 연결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함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해 온 플랫폼 사업자들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점점 노골화되고 있다”라면서 “이는 곧 플랫폼 기업의 혁신과 성장도 정부가 정한 범주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황당한 논리와 같으며, 이런 조건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앞으로 그 어떤 혁신 기업도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