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부자비즈 운영자 ] 올해 코엑스에서 열린 창업·프랜차이즈 박람회에는 참관객들의 연령이 크게 낮아졌다. 이전에는 40~50대 중장년이 많았지만 올해는 취업 대신 창업에 도전하려는 청년들로 넘쳐났다.

박람회에서 컨설팅을 위해 만났던 청년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창업자금이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 우리나라 대표프랜차이즈 브랜드 비비큐가 무려 200억원을 들여 200명의 청년들에게 무상으로 창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비비큐 청년스마일프로젝트 포스터
비비큐 청년스마일프로젝트 포스터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시도된 최대·최고 규모의 청년창업 프로젝트

비비큐로부터 면접위원 참여 요청을 받았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그간 일부 가맹본부가 투자없이 창업자에게 점포 운영 기회를 제공한 사례가 몇 번 있었지만 성과를 보지 못한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자본을 직접 투자하지 않으면 절박함이 적어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심사를 위해 비비큐 치킨대학에 도착하는 순간 그런 우려는 놀라움으로 변했다. 지원자 수가 많아서 면접위원 수만 해도 40여명에 달했다. 면접위원들은 4명씩 8팀으로 조를 짜서 심층면접을 봤다. 면접팀은 비비큐 임원, 성공한 비비큐 가맹점사업자,  경영분야의 대학교수, 전문 창업컨설턴트 등이 각 1명으로 구성되었다.

서울, 경기, 부산, 광주광역시 등 전국에서 온 지원자들은 AI 기반의 적성검사와 지원 서류, 현장 심층 면접을 거쳐야 했다.  선정 기준은 사업을 해낼 수 있는 열정과 의욕이었다. 

참여했던 면접위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프로젝트의 규모와 치밀한 준비에 놀랐다', '단기간에 많은 청년 창업 희망자들을 만나면서 청년들의 현실을 이해하고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지원자들 중에는 준비기간이 부족했는지 호기심으로 신청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진지하게 지원 동기를 밝히며 성공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비비큐 윤홍근 회장과 청년창업자들
비비큐 윤홍근 회장과 청년창업자들

◆코로나시대 대한민국 청년들의 민낯이 드러나다 

비비큐 청년스마일 프로젝트에 지원한 청년들의 사연은 코로나 시대 우리나라 청년들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코로나로 영업이 어려워지자 음식배달업으로 전환했지만 브랜드력이 없어 한계를 느꼈다는 청년소상공인들은 비비큐같은 브랜드를 투자비 없이 운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결혼을 연기한 연인들은 창업에 성공한 후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공연 음악 등 문화 분야에 종사하는 청년들도 많았다. 이들은 가뜩이나 고정수입이 없어 경제적으로 불안한 직업인데 코로나로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며 안정적인 소득을 기대할 수 있는 창업에 기대를 걸었다.

여행, 항공사 관련 사업에 종사하다가 실직한 청년들도 많았다. 이들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위기속에서 취업 대신 창업으로 돌아선 사람들이었다. 코로나로 부모님들의 경제적 상황이 나빠져서 대학을 휴학하고 부모님과 함께 창업에 도전하겠다는 청년들도 있었다.

배달라이더로 일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견디고 있는 청년들도 생각보다 많았다. 청년 라이더들은 배달을 단순한 아르바이트로 생각하지 않고 사업 경험을 쌓는 기회로 생각하고 있었다. 배달대행을 하면서 배달했던 음식점들을 SNS에 소개하며 창업을 준비하고 공부하는 청년도 있었다.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가 끝나면 해외로 진출해 비비큐 치킨으로 K-푸드를 확산시키고 싶다는 청년들도 있었다.

지원 자격이 2인1조였기 때문에 형제, 학교 친구, 교회 형동생, 부모와 자녀, 연인 등 관계의 형태도 다양했다. 특히 친구가 함께 지원한 팀들은 빨리 성공해서 2~3년 후에는 각자 자기 매장을 갖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총 3500여팀(7000여명) 가운데서 200팀이 최종 선발됐다. 선발된 200팀은 경기도 이천에 있는 비비큐 치킨대학에서 교육을 마치고 순차적으로 창업할 예정이다. 지난 8월 23일 1기 26개팀 교육을 시작으로 총 6차에 걸쳐서 매장을 오픈하게 된다고 한다. 

◆비비큐 청년스마일프로젝트가 쏘아올린 작은 공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부터 청년일자리는 정부의 큰 과제였다. 코로나로 촉발된 취업 시장 위축은 가뜩이나 힘든 청년들에게 화염병이 되었다.

취업난은 물론이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주택가격을 보면서 이 시대 청년들은 취업은 물론 결혼조차 엄두를 못내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출산률 최저 국가에서 청년들의 희망이 사라지면서 출산률은 더욱 바닥을 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점에 비비큐의 청년스마일프로젝트는 사회경제적으로 여러가지 생각할 꺼리를 던져준다. 

첫째, 의욕을 가진 청년들에게는 장애가 없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스스로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취업을 포기하는 청년들은 어쩔 수 없지만, 도전 의욕을 가진 청년들에게는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장애가 없도록 우리 사회가 노력해야 한다.

둘째, 청년들에게 창업이 갖는 의미이다. 청년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기업 나름의 생존원리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관여하기 쉬운 공공부문도 불필요한 일자리가 많아지면 자칫 국민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창업은 다르다. 청년시절의 창업 도전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 매우 강력한 경험이다. 주도적으로 사업을 해본 경험은 향후 어떤 인생을 살든지 큰 힘이 될 것이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주도적으로 자기 삶을 개척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청년창업을 이끄는 주체이다. 정부는 그동안 청년창업 활성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지원책을 만들고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가 주도하는 청년 창업은 한계가 있다.

정부주도 정책의 한계는 민간과 함께 할 때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청년 창업을 지원하게 하고 정부는 그런 기업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는 것이 좋다.

◆민간기업의 청년 창업 육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넷째, 청년창업의 육성 방식이다. 업종과 관련있는 분야의 기업이 인큐베이팅에 관여하면 성공확률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비비큐의 경우 외식업, 치킨사업, 배달 외식업에 대해서는 최고의 경험과 데이터,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일반 창업자들은 적지않은 비용을 부담해야만 그러한 노하우에 접근할 수 있다. 청년스마일프로젝트를 마치고 치킨 매장을 운영하게 될  청년들은 그 분야 최고의 노하우를 가진 기업으로부터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치킨점에 관한한 제대로 된 경영방법을 배울 수 있으며,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의 시행착오나 실패 확률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는 IT, 뷰티, 문화, 콘텐츠 등 모든 분야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내용이다.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도 시작할 때는 아주 작은 규모였다. 무신사, 에이블린, 당근마켓 등 현재 유망한 온라인 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은 모두 작게 시작했지만 어느 새 전통적인 기업을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했다.

이들의 사례들은 기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이 어느 순간 자신들을 대체할 지도 모를 작은 기업의 육성에 적극 참여해야 함을 시사한다. 
 

◆열정있는 청년들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다섯 째, 동업문화의 확산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비비큐 청년스마일프로젝트 참여 조건은 2인 1조였다. 면접위원들은 동업이 쉽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보다 함께 하는 것을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 동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이고 선진적인 경영 제도와 문화가 필요하다. 경영은 종합예술이고 오케스트라와 같아서 조직의 각 기능이 책임있게 작동해야 한다. 

혼자 1인 다역을 해야 하는 것이 창업자의 가장 큰 고충이지만, 합리적 이성적인 관계 조정이 힘들기 때문에 동업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동업하면 망한다’는 인식은 이제 개선되어야 한다. 설령 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함께’를 통해 성장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다.

여섯 째, 창업 성공 자원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대부분 창업은 자금이 준비되어야 할 수 있다고 대부분 생각한다. 하지만 자본보다 중요한 게 열정과 능력이다. 앞으로는 창업도 영화처럼 유능한 사람이 투자를 받아서 할 수 있어야 한다.  자본과 능력을 모두 갖추면 좋지만 둘 다 갖추기가 어려우므로 자본과 능력이 만나는 게 좋다. 

비비큐가 청년 창업시장에 쏘아올린 작은 공은 조용히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청년 창업 지원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하나 둘 씩 등장하고 있다. 

강남역 맛집 버거로 잘 알려민 푸드테크 기업 (주)힘난다는 최근 '힘난다버거' 청년창업지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비비큐와 같이 2인1조 지원자에 대해서 가맹비와 교육비를 면제하며 인테리어 및 물품 등 다양한 부문에서 파격적인 지원이 이뤄질 계획이다. 총 50팀을 선발해 서 지원한다는 소식이다. 

이런 프로젝트가 음식업에만 머물지 말고 문화. IT. 바이오, 뷰티, 콘텐츠 등 더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된다면 열정을 가진 인재들이 창업을 통해 다른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들은 청년들을 통해 기존 사업을 혁신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위한 청년 일자리 3만개 창출을 약속했다. 삼성은 이미 사회공헌 차원에서 취업준비생 청년들에게 매달 교육보조금까지 지급하며 무료 코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사회공헌을 넘어서 지속가능한 성장과 혁신을 위해 청년들과 손잡는 기업 사례가 늘어나 청년들을 위한 건강한 창업 생태계가 조성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