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동탄점에 들어선 '스타벅스 동탄역롯데R점'. 출처=스타벅스 동탄역롯데R점
롯데백화점 동탄점에 들어선 '스타벅스 동탄역롯데R점'. 출처=스타벅스 동탄역롯데R점

[이코노믹리뷰=편은지 기자] 롯데(023530)가 점포 성공을 위해 '적과의 동침'을 택했다. 경쟁사인 신세계그룹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가 올해 오픈한 롯데 신규점포 두 곳에 나란히 들어섰기 때문이다. 이는 그간 자사 브랜드 중심으로 입점시키는 업계 공식을 깬 파격 행보로, 신규점포 흥행에 대한 굳은 각오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동시에 롯데 계열 커피 브랜드인 엔젤리너스도 매장 분위기 등 변신을 거듭하면서 스타벅스와 정면승부를 통해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 3월 광명점에 이어 신규 오픈한 롯데백화점 동탄점과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까지 총 3개 점포에 스타벅스 매장을 입점시켰다. 롯데가 자사 점포에 스타벅스를 입점시킨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앞으로 오픈할 신규점포에도 스타벅스를 입점시킬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그간 유통업계에 공식처럼 자리잡은 '계열사 브랜드 중심 입점' 공식을 완전히 깬 이례적 행보다. 앞서 롯데는 오프라인 점포에 자사 계열 브랜드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를, 신세계는 스타벅스를 입점시켜왔기 때문이다. 사실상 국내 프랜차이즈 커피 시장에서 압도적으로 부동의 1위를 점유중인 스타벅스의 브랜드 파워와 집객력을 인정한 셈이다. 

스타벅스는 '스세권(스타벅스+역세권)'이라는 단어가 생겨날 정도로 집객력이 높은 브랜드로 꼽힌다. 부동산 시장에선 스타벅스 입점 유무가 상가의 기준시가에도 영향을 주기도 한다. 실제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1% 성장한 1조9,284억 원이다. 반면 롯데GRS는 엔제리너스를 포함해 롯데리아, 크리스피크림 도넛 등 5개 브랜드를 모두 합해 지난해 매출 6,831억원을 기록했다.

 집객력 높이고, 엔제리너스 '재도약' 기회도 얻고 

스타벅스가 집객의 대명사처럼 자리잡은 탓에 롯데의 결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을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온라인 쇼핑 성장으로 위기감이 내려앉은 오프라인 유통업계에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확보해야 하는 절실함이 짙어졌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 지난해 초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스스로 시장의 틀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되자"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올해 오픈한 신규 점포는 롯데의 야심작이자 승부수였다. 지난 8월 오픈한 롯데백화점 동탄점의 경우 7년만의 신규 백화점으로 황범석 롯데백화점 대표가 직접 현장을 챙길정도로 공들인 작품이다. 오는 10일 오픈할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 역시 지역 명칭을 점포 이름에서 뺐을 만큼 새로운 컨셉과 미래형 아울렛에 도전이 투영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올해 롯데는 신규점포 성공을 위해 그간 고집했던 자존심을 버리고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는 방안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타벅스가 들어선다고 해서 방문객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집객력을 높일 수 있는 요소를 최대한 배치한 것이다. 매장 위치 역시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1층 외부에서도 입장하도록 했고 타임빌라스 역시 정문 입구에 위치했다. 

엔제리너스 롯데아울렛타임빌라스점. 출처=롯데GRS
엔제리너스 롯데아울렛타임빌라스점. 출처=롯데GRS

동시에 롯데 계열 커피 브랜드 엔젤리너스에는 이미지 변신을 통한 재도약 기회로도 작용하고 있다. 엔제리너스는 그동안 오프라인 가맹점에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컨셉의 점포를 롯데백화점 동탄점과 타임빌라스에서 시도했다. 스타벅스를 통해 집객 효과를 높이면서도 해당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컨셉과 마케팅으로 정면승부하겠단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엔제리너스를 상징하는 아기천사 로고는 두 점포에선 찾아볼 수 없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에는 공간 디자이너 양태오와 콜라보로 기획한 갤러리 카페 ‘엘리먼트 바이 엔제리너스’를 선보였다. 동양의 미를 살린 디저트와 해당 점포 전용 MD와 원두까지 개발했을 정도로 공들였다. 타임빌라스에는 자연경관을 살린 점포 컨셉에 맞춰 친환경 컨셉을 강조한 식사메뉴를 늘렸다. 로고와 인테리어 역시 깔끔하고 깨끗한 느낌이 강조됐다.

업계에선 엔제리너스의 파격 변신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면서 오히려 엔제리너스의 색깔과 이미지를 찾아가고 있단 평가다. 아직 오픈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소비자들 반응 역시 긍정적이다.

롯데GRS 관계자는 "두 점포는 직영점 콘셉트스토어지만, 롯데백화점 동탄점과 타임빌라스가 각각 추구하는 콘셉트에 맞는 인테리어와 메뉴를 적용했다"며 "그동안 엔제리너스에서 접해볼 수 없던 콘셉트와 MD상품에 대해 고객 관심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