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현대차와 기아, LG그룹 및 LG전자를 비롯해 LG이노텍, LG화학 주가가 3일 일제히 올랐다.

실제로 현대차 주가는 전일 대비 1.89% 올라 21만5,500원으로 장을 마감했으며 기아도 전일 대비 2.39% 상승해 8만5,800원 고지를 밟았다.

LG는 더욱 극적이다. LG는 전일 대비 3.54%의 상승을 기록해 9만6,500원으로 장을 마감했으며 LG전자는 전일 대비 무려 10.04% 상승세를 기록해 15만3,500원에 안착했다. LG이노텍도 전일 대비 6.37%의 상승세를 타며 22만5,500원으로 기분좋게 장을 마감했다.

SK이노베이션도 25만원 고지를 밟으며 전일 대비 1.01% 올랐다.

현대차 및 기아, LG는 물론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한 배경에는 애플카 쇼크가 큰 역할을 했다. 이 외에도 관련 주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켜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애플카 인사이트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출처=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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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 벌어지고 있나
대만 디지타임즈는 2일(현지시간) 애플이 애플카 제조를 위해 한국의 자동차 회사와 접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세한 내막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가 급상승한 배경이다.

다만 애플이 일본의 도요타와도 애플카 비전을 위해 접촉을 시작했다는 보도도 있다. 맥루머스는 2일 애플이 2024년까지 애플카를 출시하기 위해 다수의 파트너들과 만나고 있으며, 최근 도요타를 만나 애플카 제조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LG도 애플카 쇼크의 수혜주가 되는 분위기다. LG전자와 LG이노텍은 전장장비 및 자동차 부품과 관련해 애플과 긴밀하게 협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배터리 측면에서의 협력으로 LG에너지솔루션을 보유한 LG화학, 그리고 SK이노베이션이 애플과 협력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역시 주가 상승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애플이 애플카를 제조할 경우 2030년까지 최소 150만대를 팔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투자사 번스타인은 애플이 2025년 첫 애플카를 제조할 것이라 봤고, 이를 통해 애플카는 회사 총매줄에서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 예측했다. 그 연장선에서 애플카 쇼크에 관련 한국 기업들의 주가가 들썩인 셈이다.

출처=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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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애플카 쇼크
애플은 2015년부터 프로젝트 타이탄을 통해 애플카를 준비했다. 포스트 스마트폰, 차세대 플랫폼으로 전기차를 점지한 후 애플카를 통해 판을 흔든다는 각오다.

다만 애플카 로드맵은 상당부분 부침을 겪었다. 고 스티브 잡스의 측근인 밥 맨스필드(Bob Mansfield)가 은퇴하며 그가 주도하던 프로젝트 타이탄이 휘청인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으며, 애플이 증강현실에 집중하는 한편 퀄컴과 특허분쟁을 겪으며 5G 아이폰 출시에도 허덕였기 때문이다. 애플의 인공지능(AI) 수석 부사장인 존 지안안드레아(John Giannandrea)가 애플의 프로젝트 타이탄 부서를 최근 총괄하기 시작한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폭스바겐 및 테슬라 등 기존 전기차 기반의 미래차 로드맵을 적극적으로 타진하는 플레이어들이 늘어나며 애플카의 비전은 다소 흐릿해진 것이 사실이다.

반전은 올해 초 벌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1월 애플이 혼다, 마쓰다, 닛산, 미쓰비시 등 최소 6개의 일본 자동차 업체와 애플카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현대차 기아와 더 내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실제로 CNBC 등 외신은 지난 2월 3일 현대차기아가 애플과 함께 미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의 기아 조립공장에서 애플카를 생산하는 계약을 두고 협상하는 중이라 밝혔다. 최종합의 단계는 아니지만 2024년, 늦어도 2025년 기아차 공장에서 만든 애플카가 등장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플랜도 일부 공개됐다.

현대차의 전기차 플랫폼 E-GMP에 애플카의 애플이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한편 애플 전문가 밍치궈 애널리트스트는 "현대와 애플이 2025년 애플카를 공개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심지어 애플이 기아차에 4조원을 투자해 애플카의 비전을 그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포착됐다.

출처=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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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이 깨진 것은 애플이 공식적으로 "논의하고 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내면서다. 애플카와 관련된 논의들이 현대차 기아는 물론 각 완성차 업체들과 긴밀하게 이어졌으나, 완성차 업체들 일부가 이를 시장에 흘리며 애플의 비밀주의가 깨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블룸버그는 지난 2월 6일 "애플이 현대기아와 애플카 논의를 중단했다"면서 "애플카 로드맵에 대한 현대기아의 발표가 애플을 화나게 만들었으며 자극했다"고 보도했다.

완성차 업체들도 굳이 애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뉘앙스를 강조했다. 폭스바겐은 공식적으로 자체 전기차 로드맵을 가동할 것이라 밝혔으며, 현대차와 기아도 공시를 통해 "애플과 논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초 시장을 뜨겁게 만들었던 애플카 비전이 한 풀 꺾인 결정적인 원인은 애플의 비밀주의에 대한 지나친 천착과 함께, 애플과 완성차 업체들이 협업 방식에 있어 이견을 보였기 때문이다.

애플은 마치 아이폰을 만드는 것처럼 자신들이 수직적 협력 관계의 정점에서 애플카를 제작하려고 했으나, 기존 시장 생태계의 정점에 있던 완성차 업체들 입장에서는 애플이 '갑'이 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금, 2차 애플카 쇼크
한동안 잠잠하던 애플카 소식은 결국 애플이 완성차 업체를 배제하고 다양한 협업 파트너들을 수직적 협력 관계로 꾸려 가동할 것이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팀 쿡 애플 CEO는 4월 5일미국의 유명 팟캐스트 스웨이(Sway)를 통해 애플카의 비전을 언급하며 프로젝트 타이탄 등 애플카 로드맵을 거론하지 않았으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를 연결하는 것이 애플의 특기며 그 핵심 기술을 확보할 것이라 강조하기도 했다. 수직적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부터 애플의 애플카 실무진들이 완성차 업체가 아닌, 전장 및 배터리 업체들을 비밀리에 찾기 시작했다. 특히 애플 실무진들이 한국을 찾아 LG와 SK를 방문한 것이 밝혀지며 다시 애플카와 관련된 시장의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애플 실무진들은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과 집중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기차로 움직이는 애플카의 가격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이 배터리며, K-배터리의 존재감이 최근 선명해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애플 실무진들의 방문 동기는 더욱 확실해진다는 평가다.

사실 애플은 애플카를 준비하며 중국 배터리 업체와 협업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미중 패권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애플이 아무리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도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를 마냥 중국에 맡기기도 부담스럽다. 결국 애플은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으며 비 중국 기업을 물색했고, 그 결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과 스킨십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이폰 하드웨어 제조 파트너인 폭스콘이 일찌감치 HMI 등을 바탕으로 자체 전기차 생산에 나서고, 샤오미 등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래차 준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애플도 본격적으로 움직인 셈이다. 그리고 현재, 애플카 쇼크는 다시 전체 시장을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관전 포인트 하나. "현대차 기아, 도요타와 만난다?"

디지타임즈와 맥루머스 등의 외신을 종합하면 현재 애플은 애플카 비전을 위해 현대차와 기아 및 일본 도요타 등과 접촉하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완성차 업계와 만나고 있다는 것은 1차 애플카 쇼크 후 애플이 보여준 비전과는 온도 차이가 난다. 애플과 완성차 업계는 당시 산업 생태계의 주도권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으며 그 결과 '누가 미래차의 콘트롤 타워가 되느냐'를 두고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애플은 애플카를 만들며 자신들이 핵심 기술력을 가지고 다른 부품사들을 규합하는 큰 그림을 그렸다. 지난 4월 스웨이와의 인터뷰에서 팀 쿡이 "핵심 기술은 애플의 것"이라고 말한 이유다.

그런데 디지타임즈와 맥루머스 등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애플은 두 개의 시나리오를 공동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완성차 업체들의 의견을 최대한 받아들여 애플카를 만들며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시나리오, 혹은 완성차 업체들을 일종의 반도체 파운드리처럼 삼아 제조 파트너로 삼는 시나리오다.

아직 이와 관련해 명확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논의가 이어지든, 국내 기업에서 애플카의 비전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는 유일한 기업이 부상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LG다.

관전 포인트 둘. 밀월의 끝은 애플카?
LG와 애플의 밀월이 화제다. 단순한 협력을 넘어 양사가 큰 그림을 그리며 차근차근 동맹전선을 구축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LG그룹 계열사 직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임직원몰인 라이프케어에 아이폰이 등장하는 한편 8월 LG베스트샵에서 애플 아이폰 및 애플워치 등이 판매되는 등 양사의 파격적인 협력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카도 접점이 있다.

현재 LG전자는 마그나와 함께 자동차 전장장비 회사인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LG Magna e-Powertrain)을 설립한 후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한 후 가전과 함께 전장사업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LG전자와 함께하는 마그나가 애플카의 비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애플카 비전이 논의될 때마다 유력한 전장사업 파트너가 바로 마그나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애플이 완성차 업체들과 수평적 협력을 맺지 않고 다양한 부품 사업자들과 수직적 계약을 맺는다면 LG전자의 전장사업에 엄청난 호재가 될 것이라 본다.

한편 LG의 배터리 인프라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현재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GM 등 현지 완성차 업체들과 함께 배터리 생산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애플 입장에서는 LG와의 밀월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전장의 LG전자, 배터리의 LG에너지솔루션 인프라와 동시에 가까워질 수 있다. 다양한 측면의 협업이 가능한 이유다.

SK이노베이션 조지아 공장. 출처=SK
SK이노베이션 조지아 공장. 출처=SK

관전 포인트 셋. 의외의 복병 SK이노베이션?
애플카 비전이 현실이 된다면, SK이노베이션의 행보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8월 애플카 실무진들이 다녀간 곳인데다 미국 현지 상황이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애플이 만약 기아와 협력해 애플카 비전을 추구한다면 생산 전초기지가 될 유력한 후보군은 기아의 미 조지아 공장 외에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 남동부에 위치한 조지아는 북미와 남미를 연결하는 핵심 파이프 라인이 될 소지도 있다. 

SK이노베이션도 조지아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LG화학과의 치열한 분쟁을 통해 지켜낸 1공장은 올해 상반기 완공됐으며 2, 3공장도 연이어 문을 연다. 2공장은 2023년 본격 가동을 목표로 하는 가운데 1,2,3 공장의 생산량을 합치면 연간 20GWh(기가와트시) 이상의 배터리, 즉 40만대 이상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애플은 애플카의 배터리를 미국에서 공급받기를 원하며, 지금까지 애플카 비공개 테스트도 모조리 미국에서만 진행했다. 그런 이유로 지리적인 여건을 고려해 만약 기아가 애플의 애플카 파트너가 된다면 SK이노베이션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