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곽예지 기자] "질병의 완치율 향상과 인간수명 연장에 기여하고 싶다. 유전적 차이에 따른 맞춤형 치료 토대 마련이 시작점이다."

유전체 검사 전문기업 디엔에이링크(127120) 이종은 대표는 서울대 수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유전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미국 국립암연구소에서 근무하다 돌연 귀국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유전학에 답이 있을 것 같았다." 이 대표가 순탄했던 미국생활을 정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유전학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 대표는 마크로젠(038290) 창립 멤버 연구소장과 대표이사를 지냈다. 

이종은 디엔에이링크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종은 디엔에이링크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2000년 3월 지금의 디엔에이링크를 설립한 이 대표는 20년 넘게 유전체 연구 '한 우물'을 파고 있다. 2015년에는 초대 유전체기업협의회 회장을 수행하는 등 한국 유전체 연구 및 유전체 서비스 산업 발전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이 대표는 "디엔에이링크는 다년간 축적된 유전체 정보와 생물정보학적 분석 노하우를 바탕으로 융합분석체계를 구축했다"고 소개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디엔에이링크는 지난 2011년 12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이 대표는 "현재 개인식별칩(AccuID), 암 맞춤의학(PDX), 개인 유전체 분석 서비스(DNAGPS)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유전체 분석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유전체 분석을 통한 유전자 정보 제공과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질병유전자 발굴 및 상업화를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는 이 대표의 설명이다. 주요 서비스 분야로는 유전체 분석, 개인 유전체 분석, 아바타마우스, 바이오뱅크, 개인식별 등이다.

디엔에이링크는 올해 상반기 기준 82억원의 매출을 올린 중소벤처기업이다. 매출 비중은 유전체 분석(통합 유전체 분석, 유전체 바이오마커 발굴제품, 결과분석서비스 등) 89%, DNAGPS 2%, 그 외 기타로 9% 등이다. 주요 거래처는 정부 기관, 연구소, 대학교, 제약사, 일반기업 등이 있다.

이 대표는 유전체 분석 시장 향후 전망은 밝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의료 산업 패러다임도 지속해서 변화되고 있다"며 "기존에는 질병이 발생하면 이를 치료하고 증세를 완화하는데 비중을 두었지만, 지금은 질병이 발생하기 이전 사전 예방과 이에 대한 치료 및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 대표는 "디엔에이링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전적 차이에 따른 개인의 질병 예방 및 치료 관리방안에 적용할 수 있는 맞춤 의학 토대를 제공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전체 분석 시장은 성장 중 

이 대표 전망처럼 글로벌 유전체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Frost&Sullivan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유전체 분석 시장은 2017년 147억달러에서 맞춤 의료 수요와 유전체학 연구개발 증가 등으로 연평균 10.6% 성장이 전망된다. 오는 2023년에는 269.6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종은 디엔에이링크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종은 디엔에이링크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국내는 아직 유전체 분석 시장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어 시장 규모와 성장세 파악이 어렵다. 한국 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서 추정한 시장 전망이 유일한 자료다. 국내 유전체 분석 시장은 연평균 9.9%씩 성장해 올해 4,594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병이 진행될 때 일어나는 유전적 변화, 유전체 변화 등이 디엔에이링크의 주업"이라며 "욕심으로는 주도적으로 연구하고 싶지만 환경이 그렇지 않아 공동 연구, 서비스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화된 분야이기 때문에 그 중 마켓 쉐어나 포지셔닝은 잘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 대표는 머지 않은 미래에 모든 사람이 자신의 유전정보를 휴대하고 다니는 세상이 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 대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유전 정보를 알고, 휴대하고, 그것을 가지고 자신의 생활습관이나 건강관리 등에 도움이 되는 세상이 곧 올 것"이라며 "우리는 이에 대한 준비를 많이 해왔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 사업 진행 단계가 느리고 비용적인 측면과 개선해야 할 법제도적 과제가 남아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상업적인 부분으로는 재미있는 유전자 분석을 하는 것이 맞다. 예를 들어 '나는 왜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게지냐', '커피를 마시면 왜 잠을 못자는지' 등 가벼운 것부터 흥미를 유발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 아니냐"고 물었다. 이 대표는 "이처럼 가벼운 (유전정보를) 제공하기에는 100만원이 만만치 않은 금액"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 대표는 "물론 다른 측면에서 보면 유전체 분석 비용은 핸드폰 한 대 기계값보다 저렴하다. 핸드폰은 주기로 바꿔야 하지만 유전체 정보는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 한번 쓰는 비용이니 100만원은 괜찮다고 보고 있어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이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유전자검사 업체에 직접 의뢰해 유전자 검사를 받는 서비스인 DTC(Direct to Consumer)는 의료법 차원에서 규제가 뒤따른다는 한계도 있다. 법적인 제한은 유전체 분석 사업 대중화에 있어 주요한 걸림돌 중 하나라는 이 대표 하소연이다.

이 대표는 "아직까지 어디까지가 의료행위인가에 대한 영역 문제가 남아있다"며 "이 분야에 있어 꼭 해결하고 나가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항암제 개발·코로나 진단키트 사업 다각화 

디엔에이링크는 유전체 분석을 넘어 항암제와 코로나19 진단키트 사업 진출에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디엔에이링크는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개발 방법으로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이용한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3년간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준비해 왔다. 항암제 사업은 신약개발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디엘파마를 비롯한 다른 기업들과 손을 잡았다. 이 대표는 "연내 파이프라인에 대한 계약 관계 및 임상 등 가시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며 "동물실험 등에서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나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디엔에이링크는 약 10년간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유가족 찾아주기 프로젝트'에도 참여 중이다. 유전자 분석 기술을 통해 전쟁, 학살, 각종 사고 현장에서 실종된 유가족을 찾아주는 의미있는 일이다.

이 대표는 "제주 4.3사건 등 사명감을 가지고 유전자 분석을 통한 유가족 찾아주기에 나서고 있다"며 "디엔에이링크 기술로 기존 기술 대비 30% 가량 유가족을 더 찾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과거사 정리에 있어 유전자 분석은 중요한 도구이기 때문에 최대한 참여해 일조하고 있다"며 "과거사를 잘 정리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이런 기술은 디엔에이링크가 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디엔에이링크는 코로나19 항원 신속진단키트, 코로나19 분자진단(RT-PCR) 키트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출허가를 받았다. 추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 승인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EUA(긴급사용승인)에 필요한 데이터가 부족하다.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승인절차를 밟을 계획"이라며 "진단키트 등을 개발하는 전문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겪었던 만큼,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국가별 인허가가 다르고 불투명한 곳이 많다"며 "현재 임상시험 막바지 단계에 있기 때문에 연내에는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엔에이링크는 유전체 정보를 활용한 데이터 비즈니스가 회사가 나아가야 할 기본 방향"이라는 이 대표. 그는 "유전체 정보에 대한 시장을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고 재차강조하면서 "그때까지 잘 준비해서 좋은 콘텐츠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