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테슬라 차량이 2분 가량 고속 재생되는 영상에 등장해 내비게이션 안내에 따라 일반 공도를 한참 달린다. 운전자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핸들(스티어링 휠)을 조작하지 않는 장면이 눈에 띈다.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풀 셀프 드라이빙, Full Self-Driving, FSD)’이라고 명명한 주행보조기술을 시연하는 장면이다.

2년전인 2019년 테슬라의 유튜브 공식 계정에 게재된 해당 기능은 지금도 꾸준히 업그레이드되는 중이다. FSD를 둘러싼 불의의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해당 기능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지만, 더욱 편리한 주행 경험을 원하는 고객과 이를 제공하려는 사업자들이 상호작용하는 시장 흐름은 더욱 가속하는 상황이다.

주행보조기술 같이 최근 신차의 상품성과 완성차 브랜드의 경쟁력을 모두 강화하는 첨단 기능의 저변엔 인공지능(AI)이 자리잡고 있다. 사람 뇌처럼 각종 정보를 수용, 연산, 처리할 수 있는 AI는 컴퓨터, 스마트폰 등 개인용 첨단기기의 전유물이 아니라 자동차를 진화시키는 핵심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운전스타일 연동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ML)을 설명하기 위한 그림. 출처= HMG저널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운전스타일 연동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ML)을 설명하기 위한 그림. 출처= HMG저널

21일 시장조사기관 마켓워치(MarketWatch)에 따르면 전세계 자동차용 AI(Automotive Artificial Intelligence) 시장의 규모는 지난 2019년 24억9,000만달러(약 2조8,287억원)에서 오는 2030년 30배 가까이 확장된 745억달러(약 87조8,057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휴먼 머신 인터페이스(HMI), 자율주행차, 첨단주행보조시스템(ADAS), 지도제작 기술 등 AI 기반 기술들이 소비자의 운전경험을 개선하고 운전자와 승객의 안전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더 많이 쓰일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AI를 기반으로 개발된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서비스 등 차량용 소비 요소들이 활발히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마켓워치는 “완전 자율 및 반자율 차량은 AI를 사용해 얼굴 인식, 위협 감지, 이미지 처리, 차량 위치 파악, 매핑 같은 복잡한 작업을 수행한다”며 “프리미엄 차량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는 (차량용 AI) 시장에 유리한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볼보의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설명하는 이미지. 출처=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의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설명하는 이미지. 출처=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 AI 슈퍼컴퓨터로 주행보조기능 개선

차량에 적용된 AI 기술은 반도체를 통해 전자적 구조로 차량 내 각종 장치를 제어한다. 차량용 AI는 주로 주행보조기능에 쓰이고 있다.  AI는 그간 카메라, 레이더 센서, 내비게이션(고정밀 지도) 등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양측의 상호작용을 통해 일률적으로 수행돼온 주행보조기능이 더욱 빠르고 정밀하게 이뤄지도록 지원한다.

스웨덴 완성차 브랜드 볼보가 지난 6월 공개한 전기차 신차용 AI 기반 슈퍼컴퓨터를 예로 들 수 있다. 볼보의 AI 슈퍼컴퓨터에는 정보통신기술(ICT) 전문 기업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핵심으로 개발됐다. AI 기술이 라이다(LiDAR), 비전 등 센서로 외부정보를 더욱 정확하고 빠르게 수집한 뒤 필요한 주행보조기능을 수행하도록 제어한다.

AI 기술은 기본적으로 대용량 정보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성능을 수반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최종적으로 제공되는 기능을 더욱 고도화할 수 있다. 과거 차량이 대용량 정보를 해석하기 위해 장착했던, 크고 많은 하드웨어를 AI 기술이 대체한다.

현대차의 SCC가 탑재된 제네시스 GV80의 1열 전경. 출처= HMG저널
현대차의 SCC가 탑재된 제네시스 GV80의 1열 전경. 출처= HMG저널

현대차 AI 기술, 운전자 습관 모방

AI 기술은 이에 더해 운전자의 운전습관을 학습함으로써 개인 맞춤형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가 지난 2019년 상용화한 운전 스타일 연동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ML)은 기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기능에 더해 운전자의 운전 스타일을 파악한다. ACC는 앞서 운전자가 설정한 속력과 앞차와의 간격 등을 유지하며 달리는 기능이다.

SCC-ML은 ACC 기능을 수행하는 운전자가 여러 주행상황에서 속력을 조절하고 방향을 전환하는 습관을 주행보조기능으로 모방한다. AI는 수집된 센서정보, 가·감속정보 등을 ADAS 제어기로 전달한다. 해당 정보들은 ADAS 제어기에서 차간 거리, 가속성향, 반응속도 등을 기준으로 운전자 습관을 분류한 뒤 이를 토대로 주행 패턴을 만든다.

SCC-ML이 따라할 수 있는 주행 패턴은 1만개에 달한다. 서로 다른 운전습관을 가진 운전자 1만명이 마치 직접 운전하는 듯한 반자율주행 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셈이다. 현대차는 현재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준대형 SUV ‘GV80’에 SCC-ML를 처음 탑재했다.

AI 기술은 장기적으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데 핵심적인 요소로 꼽힌다. 자율주행차는 사람 개입없이 목적지까지 모든 이동경로를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차량을 의미한다. 자율주행 0~5단계 가운데 5단계에 해당된다.

테슬라의 주행보조기능을 설명하는 영상의 한 장면. 출처= 테슬라 유튜브 공식 계정 캡처
테슬라의 주행보조기능을 설명하는 영상의 한 장면. 출처= 테슬라 유튜브 공식 계정 캡처

테슬라, AI로 ‘완전 자율주행’ 추구

자율주행차에 탑재된 AI는 사람의 운전행태를 온전히 대체한다. 내비게이션(뇌), 카메라·센서(눈), 스티어링 휠(손), 페달(발) 등 신체를 통해 이뤄지는 작업을 대신 수행함으로써 탑승자가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동하도록 개발된다. 이와 함께 주행 중 돌발상황에 신속히 대처하고 교통상황에 따라 이동경로를 실시간 수정할 수 있는 심화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

테슬라가 이날 미국 팔로알토에서 개최한 사업 설명회 ‘AI 데이’를 통해 공개한 반도체 ‘D1 칩’은 내년 본격 공개할 슈퍼컴퓨터 도조(Dojo)에 쓰일 예정이다. D1 칩은 7나노미터 제조 공정을 바탕으로 개발된다.

테슬라는 동의를 얻은 전세계 테슬라 전기차 고객으로부터 실시한 수집한 대규모 주행정보를 도조로 옮기면, D1 칩이 정보를 분류한 뒤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세계 각지의 주행경로에 최적화한 수준으로 지속 개선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 D1 칩은 또 도조컴퓨터가 사람 뇌의 신경망과 같은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하고 차량을 제어할 수 있는 과정을 지원한다.

테슬라는 앞서 지난 5월부터 레이더 기술 없이 카메라와 이에 접목된 AI 기술만으로 주행보조기능을 수행하는 ‘테슬라 비전’을 공개했다. 차량을 비싸게 만드는 레이더 센서를 배제함으로써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더욱 안전한 운전을 지원하려는 취지다. 테슬라는 이를 반자율주행 기능 ‘오토파일럿’과 심화 자율주행 기능인 FSD의 기술적 수준을 높이고 있다. 테슬라는 AI를 주무기로 자율주행 부문에서 추구하는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아 차량들이 주행보조기능을 활성화 한 채 공도를 달리는 모습. 출처= HMG저널
기아 차량들이 주행보조기능을 활성화 한 채 공도를 달리는 모습. 출처= HMG저널

소비자가 더욱 편하고 고급스러운 차를 요구하는 추세가 이어짐에 따라, 완성차가 AI를 바탕으로 더욱 진화하는 양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편의성의 진화 여부가 차량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관건이라는 의미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지난해 6월 배포한 시장분석자료 ‘자율주행 혁신을 주도하는 인공지능 시스템 반도체’를 통해 “인공지능을 활용해 안전운행을 위한 인지·판단·제어·연산 등 작업을 초고속 진행할 수 있다”며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인공지능 융복합 기술이 지속 개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