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기르기는 종종 지구에 그 대가를 치르게 한다.” 친환경 문제 전문가인 조지나 윌슨 파월(Georgina Wilson-Powell)의 지적이다.

영국 켄트주 바닷가 마을 마게이트에서 개를 키우며 사는 그녀는 “반려동물이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소중한 부분이란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반려동물의 탄소 발자국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녀의 신간 <그러니까, 친환경이 뭔가요?>에 나온 관련 대목을 살펴보자.

2020년 미국에서 반려동물을 소유한 가구가 전체 가구의 67%에 달했다. 반려동물 기르기로 인해 매년 6400만 톤의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배출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도로에 1360만 대의 자동차가 더 다니는 것과 같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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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먹이와 양육에 필요한 자원들은 전부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축산업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시점에 많은 반려동물이 육류 함량이 높은 먹이를 먹는다. 반려동물 먹이는 육류 생산에 관련된 자원(토지-동물-에너지) 가운데 25%를 소모한다.

개는 탄수화물 소화에 필요한 아밀라아제 효소를 생산하므로 곡물성 먹이를 먹일 수 있다. 육류와 채소를 함께 주는 것을 고려하라. 곤충이나 배약육으로 만든 혁신적인 개 사료도 계속 나오고 있다.

고양이는 육식 동물이다. 재활용이 쉬운 캔에 든 먹이, 퇴비화 가능한 봉투에 든 사료를 구매하라.

개를 기르는 사람은 해마다 1000 장의 배변 봉투를 사용한다. 봉투 대부분은 분해되지 않고, 분해된다해도 수십 년이 걸린다. 생분해된다는 봉투의 경우 일반 비닐보다 낫지만 이론(異論)이 있으니 주의하라.

배변 봉투는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것을 선택하라. 분해가 가장 잘된다. 정원이 있다면 분뇨를 비료로 만드는 기계를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질병의 위험도 있으니 집에서 퇴비화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점토성 고양이 모래는 노천 채굴을 통해 생산된다. 생산업자들이 점토성 모래를 채굴하기 위해 점토층까지 땅의 표면(표토)을 제거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초목이 파괴된다. 동식물의 서식지가 상실되고 광물이 고갈되는 일도 발생한다. 홍수 위험까지 더해진다. 크리스털 모래 역시 채굴이 필요하고, 발암성 물질 함유 가능성도 있다.

고양이 배변 통을 실내에 두지 말거나(고양이가 집 안팎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경우), 나뭇조각 혹은 종이 같은 천연 성분으로 된 제품을 사용하라.

반려동물용 샴푸와 트리트먼트는 화학 물질이 들어간 것을 최대한 피하고, 장난감은 ‘플라스틱 프리(Free)’ 제품을 선택하며, 침대나 그릇 등 기타 용품들은 중고를 사는 것도 고려하라. 개나 고양이를 기르고 싶다면 구매하기보다는 동물구조 센터에 연락해보라.

한 연구 결과 가장 친환경적인 반려동물 1~3위는 토끼, 닭, 염소가 차지했다. 1위 토끼는 채소만 주면 된다. 나무로 만든 우리가 하나 있으면 키우기에 충분하다. 2위 닭은 거름을 비료로 재활용할 수도 있다. 게다가 알을 낳아준다. 3위 염소는 채소만 먹으며, 젖을 생산한다.

(이 연구는 원본을 찾지 못했다. 무엇보다 토끼는 몰라도 닭과 염소를 반려동물로 분류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마당 없는 대다수 한국인의 거주 환경에는 맞지 않는 얘기다. 게다가 요즘 한국에선 반려동물이라면 식용으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냥 참고만 하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