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영 금융증권부장
황대영 금융증권부장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머지포인트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지고 있다. 편의점, 대형마트, 음식점 등에서 사용 가능한 머지포인트의 ‘머니머니’는 사용금액보다 20%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알뜰 소비족에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선불전자지급 수단으로 볼 수 있다는 당국의 판단에 음식점업만 결제가 가능하도록 축소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기존 편의점, 대형마트에서 자주 사용하려는 소비자들이 사용처가 제한되자 ‘환불+런’ 행태를 보이고 있다. 머지포인트 본사에는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도 환불을 받으려는 사람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결제액의 90%를 환불해준다는 공지에도 불구하고 돈을 찾으려는 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마치 부실은행 도산직전 은행으로 달려가는 ‘뱅크런’과 흡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환불이 어려운 포인트를 골목상권으로 전이하고 있다. ‘좌표찍기’와 같은 방식으로 이뤄지는 전이의 중심에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자리 잡았다. 그들은 커뮤니티 내에서 포인트로 결제가 되는 소상공인 업소를 공유하며 부실채권으로 변할 가능성이 큰 머지머니를 소상공인에 떠넘겼다. 영문도 모른 채 늘어나는 손님 받기에 분주한 소상공인은 졸지에 봉변을 당했다.

심지어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재료까지 판매하라는 요구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경제 침체 속에서 서민들 간에 ‘폭탄 돌리기’만 성행하고 있다. 머지포인트 사태가 최대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충격에 대한 대안마저 쉽게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머지포인트 본사에는 환불을 받으려는 대기열과 회사 비품을 뜯어가는 사람들로 아비규환이 벌어졌다.

소득이 줄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면서 ‘알뜰 소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로 편의점 사용액이 늘어나면서 20% 할인된 금액을 제공하는 머지포인트는 알뜰 소비에 주 타깃이 됐다. 20% 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결제해가며 작은 이익을 스스로 자랑했다.

하지만 결제처가 축소되고 환불사태로 비화되면서 우리의 온라인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외식 프렌차이즈에서 수십만원 결제부터 김밥 전문점에서 수백만원어치 선결제까지 서로 간에 영수증을 자랑하며 ‘좌표’를 공유했다. 부실채권으로 변질될지 모르는 머지머니를 자영업자에 떠넘긴 꼴이다. 한 자영업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수백만원어치를 머지머니로 결제 받고, 현금으로 다시 받지 못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SNS 등 온라인 공간은 당초 집단지성을 모으고 긍정적인 방향을 이끌어내는 순기능이 돋보였다. 그러나 머지포인트 사태에서 그들은 죄의식이 없어 보였다. 또 현재까지 머지포인트는 법적으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 간에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주장만 난무하고 있다. 집단지성이 무책임로 변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