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팀쿡 애플 CEO는 지난 아이폰6 공개 행사 당시 애플페이를 공개하며 "당신의 지갑을 사라지게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면 굳이 지갑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야심이며, 애플워치라는 스마트워치로 전통의 시계 브랜드가 즐비한 글로벌 시계 시장에서 판을 흔들었던 애플의 기본 전략이기도 합니다.

최근 핀테크 시장의 강자들도 비슷한 생각인 것 같습니다. 이커머스, 즉 온라인 시장을 중심으로 기존 오프라인 거물들의 존재감을 빠르게 무력화시키는 한편 시장을 선도하는 존재감까지 자랑하는 가운데 이제는 오프라인 결제 인프라에도 빠르게 스며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커머스 중심의 온라인 시장이 아닙니다. 핀테크 강자들이 온라인 시장에서 기존 오프라인 중심 거물들의 기존 존재감을 완벽하게 걷어내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다음, 이제는 오프라인 거물들의 홈그라운드인 오프라인까지 공격적으로 장악하려는 장면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초 네이버와 카카오, 토스 등은 기존 카드사와의 협업을 통해 이 문제를 풀어갔습니다. 다수의 카드사들과 협업해 오프라인 체력을 키우며 주로 마케팅적 측면의 입체적인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를 흡수하는 쪽에 무게를 뒀습니다.

다만 코로나19와 함께 온라인 시장의 비중이 커지자, 이 지점에서 몸집을 키운 핀테크 강자들은 확보된 기초체력을 통해 오프라인에 더욱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추세가 보입니다. 

출처=네이버
출처=네이버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체크카드 발급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5만1000매(3.8%) 줄어든 6400만장으로 집계됐습니다. 그 공백을 페이들이 꽉꽉 채우며 기초체력을 확보했으니, 이제 오프라인 시장이 타깃으로 부상한 셈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네이버페이의 앱 출시입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11월부터 온라인에서 적립한 포인트를 오프라인 가맹점에서도 사용하면서 끊김 없는 결제 경험을 네이버 앱에서 제공했으나 이제는 별도의 앱으로 영역을 확장시켰습니다. 이용자는 지갑 없이 간편하게 결제, 멤버십 적립, 쿠폰, 주문하기 등을 사용할 수 있으며, 오프라인 결제 수단은 기존 페이포인트에서 카드까지 추후 확대될 예정이라는 설명입니다.

지금까지 네이버페이가 네이버의 이커머스 및 SME들의 생태계 '윤활유'에 집중했다면, 본격적인 오프라인 결제 영토를 노리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카카오페이가 일찌감치 앱을 출시해 오프라인 결제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오는 가운데 최강자 네이버페이도 이제는 '주력자'에서 오프라인 점유율 공격의 선봉이 되는 분위기가 강렬합니다.

결국 지갑과 함께 카드사들의 신용 및 체크카드까지 사라질 판입니다. 이제는 핀테크가 말랑말랑한 온라인의 이슈가 아닌데다, 핀테크 강자들이 직접 오프라인에 뛰어들어 카드사들의 존재이유를 사라지게 만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물론 인터넷전문은행, 인슈어테크의 등장으로 기존 은행과 보험사들이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그 해체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명확한 지금. 카드사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우선 각자의 API를 연동해 오프라인에 진입하는 페이들을 방어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습니다만, 전쟁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