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국내 배터리 3사의 시장 지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기업 분할 이슈로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삼성SDI가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SDI가 기업 분할 이슈에서 자유로운 데다 하반기 실적과 미국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2개월간(6월4일~8월4일) 삼성SDI의 주가는 20% 상승했다. 같은 기간 LG화학은 6% 올랐고, SK이노베이션은 11% 하락했다.

배터리 3사 중 삼성SDI는 유일하게 분사 이슈를 겪지 않은 기업이다. 핵심 사업부문의 기업 분할은 통상 악재로 여겨진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분사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주가가 출렁였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배터리 사업과 E&P(Exploration & Production, 석유개발)사업을 독립회사로 각각 분할할 계획을 밝혔다. 두 신설법인은 오는 10월 공식 출범한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부문이 독립한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을 지난해 공식 출범시켰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단행한 물적분할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물적분할은 기업의 재산만 분할해 새로운 자회사를 세우는 것으로 모회사가 분사한 회사의 100% 주주가 된다. LG화학을 예로 들면 핵심 사업부가 신설 법인으로 떨어져 나오면서 배터리 사업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한 기존 주주들은 배터리 사업부문을(LG에너지솔루션) 간접 보유하게 된다.

반면 인적분할은 기존 회사의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회사의 주식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주주들은 기존 회사와 신설 회사를 분할비율에 따라 각각 직접 소유하게 된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LG화학,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부문 분사 계획이 발표되며 상승세가 둔화됐다"면서 "분사 이벤트에서 자유로웠던 삼성SDI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점도 삼성SDI가 차별화되는 요인이다. 삼성SDI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3,340억원, 2,9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184% 증가한 수치다. 자동차전지 부문의 흑자전환이 특히 주목을 받았다. 유럽 주요 고객사에 대한 판매 확대로 매출이 늘었고 수익성도 개선된 영향이다. 2분기 실적 발표 후 목표가와 투자의견을 상향한 보고서가 나온 것은 배터리 3사 중 삼성SDI가 유일하다. 

전기차 수요 호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추세로 볼 때 올해 전기차 판매량은 기존 전망치인 520만대를 상회하는 약 600만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에 따라 삼성SDI의 전기차용 원형전지, 자동차전지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이익 상승세가 뚜렷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국 진출 계획이 가시화된 점도 긍정적이다. 최근 삼성SDI는 2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을 통해 미국에 신규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SDI는 2025년 미국, 멕시코, 캐나다 협정(USMCA) 발효에 대비해 미국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은 자율주행 전기차에 있기 때문에 해외투자자들은 삼성SDI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원석 연구원 또한 “각형 전략을 취하고 있는 폭스바겐의 북미향 배터리 물량 공급이 가시화될 경우 추가 증설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