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일본 야쿠르트혼샤 IR 자료 발췌.
출처=일본 야쿠르트혼샤 IR 자료 발췌.

[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운영국가들 커버율은 29.3%다. 신규 진출국과 시장 개발 및 확장을 지속적으로 시도함으로써 운영국가의 커버 인구를 늘려 비즈니스를 확대하겠다. (The covering ratio in operating countries and regions is 29.3%. we aim for expansion of business by increasing covered populaion in operating countries through coutinous attempt of developing and espanding the market and foray into new coutries)."

일본 야쿠르트혼샤가 지난 6월23일 선포한 '2030 중장기 전략' 중 일부다. 해당 내용중에는 2024년까지 현재의 일평균 해외 판매량을 3,056만병 수준에서 3,500만병까지 높이겠단 계획도 담겼다. 현재 야쿠르트혼샤의 해외 매출비중이 내수에 비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 진출국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hy(옛 한국야쿠르트)가 창립 52년을 맞은 올해 공격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기존 식품기업을 넘어 '유통전문기업'으로의 새출발을 선포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물류사업에도 진출했다. 성장이 정체된 내수시장을 벗어나야 하지만 태생적으로 해외시장 공략이 불가능한 hy. 창업주 2세 '윤호중 시대'를 개막한지 2년차를 맞아 본업의 체질변화와 함께 미래먹거리 발판 마련을 위한 '윤호중 색체'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일본 야쿠르트혼샤 IR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2020년 4월~2021년 3월) 매출 4,060억400만엔, 영업이익 456억7,500만엔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실적에 비해 몸집(4,070억1,700만엔)과 수익성(458만4,600만엔)이 각각 0.2%, 0.4% 소폭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해외사업 특히 아시아·오세아니아 매출 비중이 증가세인 것이 눈에 띈다.

야쿠르트혼샤가 진출한 39개국에서 지난해 거둬들인 매출은 1,790억엔으로, 이중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에서는 1,223억엔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1.3%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지역과 유럽은 각각 0.3%, 8.4% 감소했다. 판매량으로 살피면 야쿠르트혼샤는 지난해 전세계적(일본 내수 포함)으로 일평균 4,111만3000병을 판매한 가운데 한국에서는 일평균 309만2,000병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내수시장인 일본(948만8,000병)과 중국(760만9,000병), 인도(636만6,000병), 멕시코(383만2,000병), 필리핀(319만6,000병)에 이은 5번째 소비국이다.

지난 6월 발표한 최근 분기실적(2021년 4월1일~2021년 6월30일)에서도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매출은 262억4,600엔으로 지난해 동기(258억700엔)보다 1.7% 상승한 가운데 한국 판매량은 3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출처=야쿠르트혼샤 2030 중장기 전략 발표 및 2020년 실적 IR자료 발췌.
출처=야쿠르트혼샤 2030 중장기 전략 발표 및 2020년 실적 IR자료 발췌.
야쿠르트혼샤 지분 38.3%의 함정, 해외 진출 '걸림돌'

hy 사명변경에 대한 첫번째 배경은 야쿠르트혼샤와의 합작투자로 설립된 회사란 태생적 한계가 반영됐다는 점이다. hy는 1969년 11월 일본 기술과 자본으로 설립된 외국인투자기업이다. 최대주주는 지분 40.83%를 보유한 팔도지만, 야쿠르트혼샤 역시 지분 38.3%를 소유한 2대주주다. 이 보유지분은 52년이 지난 현재까지 변함이 없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한일 관련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hy가 일본국적 기업이란 논란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실제 야쿠르트혼샤는 지난해 연간 실적 발표에서도 해외사업현황을 전하며 한국시장을 빼놓지 않았다. 한국 경영실적이 야쿠르트혼샤 실적에 지분법으로 반영되고 있어서다. 지분법이란 투자기업 재무제표에 피투자기업 순자산과 순이익을 보유지분율 만큼을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hy는 단독적인 해외진출이나 수출이 불가능했기에 영토 확장에 걸림돌이 되어 왔다. 더군다나 야쿠르트혼샤는 일본 내수시장 성장이 정체되면서 해외 신시장 개척으로 방향키를 잡고 있다. hy로썬 앞으로도 본업을 통한 해외시장 공략이 원천적으로 차단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기에 한국이 야쿠르트혼샤가 진출한 해외지역중 매출 4위에 있는 큰 시장이라는 점은 앞으로도 hy를 포기할수 없는 국가로 여길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려는 듯 hy는 오래 전부터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눈독을 들여왔다. 고(故) 윤덕병 회장의 외아들인 윤호중 회장(57)이 과거 경영에 참여하던 시절 신사업을 주도했는데, 플러스자산운용(2006년)과 도서출판과 인터넷교육기업 'NE능률(2009년)', 의료기기제조판매 '큐렉소(2011년)', 골프장 제이레저, 커피전문점 '코코브루니(2010년)' 등이 대표적이다. 오늘날 롯데푸드가 운영하는 파스퇴르유업도 hy가 2004년 인수했다 되팔은 곳이다.

윤 회장은 일본 게이오대 경제학부를 졸업한뒤 1995년 한국야쿠르트 입사, 2004년 전무를 거쳐 2012년 부회장에 올랐다. 하지만 '소유와 경영의 분리' 경영철학을 갖고 있던 선대회장의 지론에 따라 지난 2014년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뒤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왔다.

여전히 투자 불가피한 신사업...hy 수익성 갉아먹는 중

문제는 본업인 발효유 사업 성장이 정체되면서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불가피하지만, 그간 시도했던 신사업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hy는 의료 등 본업과 관계없는 곳으로 손을 뻗었던 종속 및 관계사들의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손실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연결기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hy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164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실적을 살피면 매출은 2016년 이후 1조2,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이 매해 급감하면서 지난해 2016년 보다 5분의 1수준으로 주저 앉았다.

지난해 손익계산서를 5년 전과 비교할 때 영업이익 하락 배경은 경상개발비에 있었다. 2016년 26억원 수준이던 hy 연결 기준 경상개발비는 지난해 584억원까지 치솟았다. hy 별도기준 재무재표에는 비용항목에 경상개발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결 실적에 반영되는 종속·관계사들로부터 발생한 비용인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hy 별도 재무재표 기준 영업이익이 1,037억원에서 1,020억원으로 17억원이 줄었다는 점은 이 같은 시선을 뒷받침한다.

특히 지난해 발효유사업 영업이익은 전년 1,097억원에서 1,021억원으로 66억원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 기타사업부문에서 손실규모가 623억원에서 876억원으로 커지면서 연결 재무재표 수익성을 갉아먹었다.

해외 자회사와 관계사 영향에 평가 손실도 커지는 모양새다. hy 연결기준 영업외비용 내역을 살피면, 2016년 지분법손실 311억원은 지난해 60억원으로 줄었으나 외환차손 6억원이 101억원으로, 외화환산손실은 6억원에서 62억원, 기타 감가상각비도 43억원으로 확대되면서 당기순이익 788억원이 164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최근 2년간 hy의 누적 지분법 손실액은 약 95억원에 달한다.

그렇다면 hy의 종속·관계회사 성적표는 어떨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hy 지배구조는 종속기업과 관계기업으로 나뉜다. 이들 사업은 크게 ▲식음(비락, 도시락리잔, KOYA, 메디컬그룹나무) ▲교육(NE능률) ▲골프장(제이레저, 퍼블릭개발) ▲투자(C&I, HYSGPTE, 나우농식품투자펀드) ▲의료(Think Surgical Inc, 뉴메드, 큐렉소) ▲전기운송장비부품제조(HYmotors) 등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총 14곳 중 8개 회사가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손실규모 총액은 44억원이었다. 그나마 의료기기 판매사인 큐렉소가 2019년까지 200억원대 당기순손실에서 지난해 4억원 이익으로 전환했다.

hy+팔도까지...전방위적으로 속도내는 신사업 '의료사업'

상황은 이렇지만 hy는 신사업 의지를 지속적으로 다지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몇년새 '의료' 대한 신사업 방향성이 뚜렷해지고 있다. hy는 올해 2월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hy타워를 593억원에 매각하는 동시에 종속기업인 'HYSG PTE LTD(투자사, 싱가포르)'에 933만 달러를 유상증자했다. HYSG PTE LTD는 hy가 1,600억원을 출자해 2019년 12월 설립된 중간지주사로, 의료사업 투자유치를 주도하는 곳이다. 2011년 인수해 팔도가 소유하던 의료바이오기술연구판매회사 씽크서지컬(Think Surgical Inc, 미국)을 지배하고 있다.

의료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hy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팔도도 마찬가지다. 팔도는 윤 회장이 지분 100% 소유하고 있다. 팔도는 2019년 HYSG PTE LTD 설립과 동시에 '씽크서지컬' 주식 전체를 현물출자하고 이에 따른 대가로 HYSG PTE LTD 주식 6.66%를 수령한 바 있다. 팔도 역시 hy와 같이 지난해 총 4회에 걸쳐 HYSG PTE LTD에 약 31억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더군다나 팔도는 지난해 미국에 있는 서비스의료공학기업 '로보틱조인트 인스티튜드(Robotic Joint Institute)' 지분 45%도 사들였다. 이외에도 2019년부터는 싱가포르에 지분 100%를 보유한 투자사 'B&T PTE'와 'XIZ INVESTMENT PTE'를 관계사로 두기 시작했다. 

출처=hy연결감사보고서 및 감사보고서.
출처=hy연결감사보고서 및 감사보고서.

이 같은 행보는 과거 윤 회장이 신사업을 추진하며 '종합생활기업'으로의 체질변화를 시도했던 과거와 맥을 같이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올해 취임 1년을 맞아 'hy 2.0시대'를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윤 회장은 한동안 hy에서 멀어진 듯 보였으나 지난해 3월 창업주가 별세한 이후 9개월여간 공석이던 회장직을 이어받으며 '윤호중 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그는 hy 최대주주인 팔도 지분 100%를 소유한 대주주지만, 경영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비공식적으로 계열사 경영활동에 관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달라진 점은 '종합생활기업'에서 '유통전문기업'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과거 2010년대 hy는 레져·교육·의료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종합생활기업' 비전 달성을 목표했으나 10여년이 지난 올해 4월에는 사명까지 바꿔가며 '야쿠르트 아줌마(프레시 매니저)'를 중심으로 한 B2B(기업간거래)를 본격화했다.

현재까지 hy는 유통전문기업 전환을 위한 괄목할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프레시 매니저 채널을 외부에 공개했는데 기존에 자사 직매입 등을 통해 타사제품을 판매한 적은 있으나 유통 시스템 자체를 타사에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초에는 이유식브랜드 ‘팜투베이비’ 배달대행서비스를 시작으로 같은달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전략적 물류체계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도 마쳤다. 유통·물류 사업을 시작함과 동시에 향후 풀필먼트 사업 확대를 위한 물류 시스템 확보에 나선 것이다.

유통전문기업을 향한 hy의 사업전환 역시 속도감 있게 추진될 전망이다. 내부적으로도 퀵커머스, 풀필먼트 사업 등 물류, 유통서비스에 대한 시장 가치가 높아지는 가운데 50년 전통 프레시 매니저가 보유한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추고 있다. 

hy는 본업의 내수시장 성장 정체와 함께 미래성장동력을 위한 신사업 투자가 지속되야 하는 상태로 현재로썬 수익성 강화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해외사업은 야쿠르트혼샤의 신규시장 진출 의지가 뚜렷해 국내시장에서의 기존 사업에 대한 신시장 개척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hy는 올해를 기점으로 '의료사업'과 '종합유통기업'을 체질변화 방향성으로 잡고, 생존을 위한 본격적인 변곡점을 마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출처=팔도 연결감사보고서 및 감사보고서.
출처=팔도 연결감사보고서 및 감사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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