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를 인수할 유력 후보 기업 세 곳의 주요 정보. 출처= 각 사, 업계
쌍용자동차를 인수할 유력 후보 기업 세 곳의 주요 정보. 출처= 각 사, 업계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국내외 업체 9곳이 경영난에 빠진 쌍용자동차에 최적화한 새 주인을 자처함으로써 인수전을 흥행시켰다. 다만 업계에선 이들 가운데 쌍용차의 ‘현실적인’ 신규 투자자 후보가 삼라마이다스(SM)그룹, 에디슨모터스, HAAH 오토모티브 등 세 곳으로 추려지는 상황이다.

쌍용차는 최근 기업 인수의향서 접수 일정을 종료한 결과 기대 이상의 후보자를 확보함으로써 표정관리하고 있다. 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와 기업 매각 주간사 한영EY회계법인은 현재 접수한 인수의향서 패키지를 검토하고 있다.

각 기업이 제출한 인수의향서 가운데 예비실사를 진행하기에 적합한 후보 투자자를 선정한 뒤 이달말까지 예비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내달 해당 기업들로부터 인수제안서를 받은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후 본 실사, 투자계약 등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쌍용차는 연내 인수 절차를 완료할 방침이다. 쌍용차는 SM그룹 등 당초 인수의향서 접수 기간 존재감을 보이지 않던 투자자 후보 기업이 돌연 인수 의지를 타진한 점에 고무된 상황이다.

쌍용차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다수 회사가 전기차 사업을 확대할 목적으로 인수 의향을 밝힌 점은 현재 쌍용차가 추진하는 친환경차 전환 전략과 부합한다”며 “이는 인수합병(M&A) 가능성 뿐 아니라 쌍용차의 장기적인 생존 토대를 구축하는데도 크게 도움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쌍용차를 인수하는데 필요한 자금이 1조원으로 추산됐다. 쌍용차가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함에 따라 산정된 근로자 임금, 퇴직금, 재해보상금 등 임금 관련 부채 ‘공익 채권’(3,900억원)과 향후 운영비 등을 포함한 액수다.

쌍용차의 새로운 투자자들은 기업가치를 매입할 뿐 아니라 그간 이어진 경영난으로 악화한 재무구조를 짊어질 수 있어야 한다. 또 쌍용차를 지속 가능한 상태로 운영하기 위한 사업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이 인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삼라마이더스(SM)그룹의 CI. 출처= SM그룹 공식 홈페이지 캡처
삼라마이더스(SM)그룹의 CI. 출처= SM그룹 공식 홈페이지 캡처

SM그룹…막강한 자금력, 車 영업 경험은 전무

SM그룹은 쌍용차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일인 지난달 30일 돌연 서류를 제출함으로써 M&A 시장에 급부상했다. SM그룹은 당일 “쌍용차 인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쌍용차를 인수하기 위해 마련한 자금이나 컨소시엄 구성 여부 등을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업계에선 SM그룹이 자체 보유한 자금만으로 쌍용차를 인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 건설 등 산업 부문의 주력 계열사를 두고 있는 기업집단이다. 쌍용차를 인수할 경우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계열사로 자동차 부품사 남선알미늄, 화학섬유업체 TK케미칼, SM화진 등이 꼽힌다. SM그룹은 이번에 인수의향서를 제춣함으로써, 사내 자동차 부품 관련 역량과 쌍용차의 제조·개발 노하우 등을 융합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려는 의사를 보였다.

SM그룹은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공시대상기업집단 가운데 공정자산 10조4,500억원을 보유한 국내 재계 38위의 그룹이다. SM그룹은 현재 쌍용차 인수 후보로 알려진 기업들 가운데 가장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자금력 뿐 아니라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려는 의지도 꾸준히 업계에 피력해왔다. SM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하려 시도한 사례는 앞서 지난 2010년 나타났다. 다만 SM그룹은 당시 사업 현황 등을 고려해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같은 기간 TK케미칼을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쌍용차 M&A 일정에 맞춰 인수자금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이에 따라 인도 업체인 마힌드라 자회사로 편입됐다.

SM그룹은 당시에 비해 이번에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는 등 쌍용차를 인수하기 위해 적극 움직이고 있다. 지난 2017년 인수한 SM상선(한진해운 미주노선)을 연내 국내 증시에 상장시키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점은 10년 전 상황과 유사하다. 다만 SM상선 상장절차와 쌍용차 인수절차 등 두 과정이 종료되는 시점이 비슷하기 때문에 인수자금을 제 때 마련할 가능성이 확보된 상황이다. 또 최근 전세계 해운 물류비용이 상승하는 등 호재로 SM상선의 기업가치가 3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점도 SM그룹의 탄탄한 자금력을 뒷받침하는 부분이다.

다만 SM그룹이 다른 유력 후보에 비해 자동차를 생산하거나 판매해본 경험이 없는 점은 비교 열위에 꼽히는 요소다. HAAH 오토모티브나 에디슨모터스에 비해 판로를 개척하거나 관련 네트워크를 국내외 구축·확장하는 등 과정에서 필요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카디널 원 모터스의 전신인 HAAH 오토모티브의 최고경영진. 왼쪽 위가 듀크 헤일 회장이다. 출처= HAAH 오토모티브 공식 홈페이지 캡처
카디널 원 모터스의 전신인 HAAH 오토모티브의 최고경영진. 왼쪽 위가 듀크 헤일 회장이다. 출처= HAAH 오토모티브 공식 홈페이지 캡처

카디널 원 모터스…쌍용차 북미진출 가능성↑

카디널 원 모터스는 지난달 미국 내 수입차 유통업체 HAAH 오토모티브의 창업주인 듀크 헤일 회장이 쌍용차 인수를 주 목적으로 신설한 업체다. 카디널 원 모터스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쌍용차 인수자금 4,000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향후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시장에 쌍용차의 SUV, 픽업트럭 등 주력 모델을 출시함으로써 브랜드 입지를 확장할 방침이다.

HAAH 오토모티브는 쌍용차를 인수하려는 의지를 절실히 드러내고 있다. HAAH 오토모티브는 지난해 8월 쌍용차가 대주주인 마힌드라로부터 투자를 더 이상 받지 못할 것으로 알려진 뒤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HAAH 오토모티브는 쌍용차 투자를 전제로 평택공장을 실사하는 등 당시 단독 인수 후보로서 시장 기대감을 고조시켜왔다.

HAAH 오토모티브의 듀크 헤일 회장은 비록 실패에 그쳤지만 체리자동차, 중타이(ZOTYE) 자동차 등 중국 완성차 업체의 제품을 북미 시장에 진출시키는데 힘썼다. 이에 앞서 마쓰다, 이스즈 등 아시아 소재 완성차 업체에서 임원을 지냄에 따라 시장 구조나 정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카디널 원 모터스는 북미 시장에서의 사업 경험이 비교적 축적돼있기 때문에 현지 진출에 대한 쌍용차 염원을 실현시켜줄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분류된다.

다만 HAAH 오토모티브는 쌍용차 인수 후보 가운데 유일한 해외 기업으로서, 자금력이나 사업 경쟁력 등 측면에선 베일에 싸여있기 때문에 불확실성 짙은 업체로 지목된다.

카디널 원 모터스의 전신인 HAAH 오토모티브는 지난달 중순 파산을 선언했다. 당초 중국 주요 완성차 업체 가운데 한 곳인 체리자동차와 함께 반타스(VANTAS) 같은 고급차 브랜드를 개발해 미국에 판매하려다 무산돼 경영난에 빠졌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양국의 무역갈등으로 중국에서 생산된 차량을 현지에 수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HAAH 오토모티브는 이번에 파산함으로써 기업의 기초체력과 자금조달능력에 대한 업계 실망감을 모두 불러 일으켰다. 이 뿐 아니라 듀크 헤일 회장은 최근 밝힌 조달 자금의 구체적인 규모나 출처 등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HAAH 오토모티브가 현지 비상장사로서 자본금이나 현금창출능력 등을 확인할 자료를 찾을 수 없는 점도 기업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다.

에디슨모터스의 CI. 출처= 에디슨모터스
에디슨모터스의 CI. 출처= 에디슨모터스

에디슨모터스…당돌하지만 ‘작은 그릇’ 아쉬워

국산 전기 상용차 업체인 에디슨모터스는 올해 들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쌍용차를 인수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중소기업이다. 에디슨모터스는 현재 유력 인수후보 세 곳 가운데 자금조달, 인수 후 쌍용차 운영 등에 대한 향후 계획을 가장 구체적으로 마련했다.

에디슨모터스는 향후 세계 각국에 현지합작법인(JVC) 20곳을 설립한 뒤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연간 30만~50만대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사모펀드 운용사 키스톤PE와 쌍용차 인수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키스톤 PE는 대우조선해양건설, STX엔진, 현대자산운용 등에 투자하는 등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현재 2,700억원에 달하는 인수 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지난달 26일 종속회사인 초소형 전기차업체 쎄미시스코의 주주 기업인 티지투자를 대상으로 8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로 결정하는 등 방식을 활용했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재 대한항공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사모펀드 KCGI와도 협업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KCGI 등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추가 확보할 경우 1조~1조5,000억원을 모을 수 있다”며 “키스톤PE와 협력해 우수한 기관들로부터 쌍용차 인수자금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에디슨모터스의 자체 규모가 쌍용차에 비해 턱없이 작은 점은 향후 쌍용차 회생절차에 대한 주도권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감사보고서 기준 에디슨모터스의 매출액과 자본금은 각각 898억원, 212억원으로 같은 기간 쌍용차가 2조9,502억원, -881억원 등을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쌍용차가 4년 넘게 적자를 이어옴에 따라 자본잠식 상태에 머물러있긴 하지만 계속기업가치는 6,200억원에 달하는 등 에디슨모터스에겐 큰 존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컨소시엄 구성원인 투자자들에게 대부분 경영자금을 의지할 수밖에 없다.

주 사업자인 에디슨모터스보다 사모펀드 같은 투자자들의 입김이 커질 경우 구조조정 전략 등 측면에서 쌍용차 구성원의 이해관계보다 기업 현금흐름에 초점 맞춘 결단이 내려질 수 있다. 이 경우 그간 임금 삭감, 무급 휴직 등 방안으로 고통을 분담해온 노사 관계가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후보 기업들 스펙·포부 화려해도 ‘M&A 완주 여부’ 관건

한편 이들 기업 모두 쌍용차 인수 의지를 관철하고 관련 절차를 완주할지 여부도, 쌍용차가 회생하기 위한 주요 관건이다. 현재 쌍용차 입장에선 최적화한 신규 투자자를 판가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쌍용차는 향후 예비실사, 본 심사 등 M&A 절차를 통해 강한 인수 의지와 충분한 자금력을 모두 갖춘 투자자를 선정힐 방침이다.

쌍용차는 이에 앞서 현재 완성차를 지속 판매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하는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 쌍용차의 지난 1~7월 국내외 판매량은 내수 3만2,277대, 수출 1만6,192대 등 총 4만8,469대 등으로 집계됐다. 개별소비세율(1.5%) 인하, 코로나19 보상소비 심리 등 요인의 수혜를 입은 전년 동기(5만6,908대)에 비해 14.8% 감소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