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윤 딥서치 대표. 사진=임형택 기자
김재윤 딥서치 대표. 사진=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도다솔 기자] 바야흐로 데이터의 시대다. 이제는 신발 한 켤레를 사더라도 그동안 내가 어느 브랜드 상품을 자주 클릭했는지, 내가 자주 들여다본 색상과 디자인은 무엇인지 알고리즘이 척척 제안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관심 있는 기업이나 산업을 검색하고 산업의 역사와 전망, 경쟁사는 어디인지, 오너와 주주구성 등 투자자가 하나하나 찾아야하는 시대는 끝났다. 지금은 데이터로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투자전선에 나서야 하는 시대다.

데이터 기반의 투자는 기업과 기업, 나아가 전 산업을 아우르는 큰 그림 아래에서 가동돼야 한다. 지난달 14일 <이코노믹리뷰>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든 산업이 움직이는 4차산업 시대에 데이터로 먹고 사는 남자, 김재윤 대표를 만났다.

“데이터, 엮어 봐야 의미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업체 ‘딥서치’는 단순 정보 제공이 아닌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모든 정보를 한데 모아 의사결정을 돕도록 탄생한 회사다.

김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어떤 방식의 인사이트가 필요하다고 봤을까. 

그는 금융뿐 아니라 영업,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의사결정에서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이 당연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김 대표는 데이터끼리 엮일 때 새 의미가 생긴다고 주장한다. 그는 “딥서치가 가려는 길은 수집된 데이터를 어떻게 잘 엮을 수 있게끔 할 것인가라고 볼 수 있다. A기업만 볼 게 아니라 경쟁기업인 B를 함께 볼 때 의미가 더해진다. 또 경쟁사만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그 산업을 같이 봐야한다. 그 외 국가 정책, 금리 등 관련된 여러 지표들을 함께 보면 또 의미가 생기는 것이다. 엮이고 엮인 데이터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포인트다. 또 이렇게 다양한 데이터들을 어떻게 한눈에 넣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것인가도 중요한 축이다”고 말했다. 

예컨대 이차전지 기업에 투자하고 싶다면 이 기업의 경쟁기업이 있는지, 어떤 산업에서 맞부딪히는지, 주주구성, 연혁 등이 다 포함된 정보가 제공된다. 이차전지 관련 인물이라면 같이 일했던 사람들은 누구였는지,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주식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의 정보를 엮어 보여주는 식이다. 또 이차전지 기업의 CEO가 자사뿐 아니라 타사에도 얼마큼의 주식을 보유 중인지 파악가능하고 그가 B기업의 감사라는 정보, B기업엔 A기업 출신이 누가 있는지 등 연결된 정보들을 제공한다. 

딥서치 검색은 ‘키워드’가 핵심이다. 김 대표는 “요즘 IT업계에서 메타버스가 뜨고 있다. 그럼 딥서치에서는 메타버스와 관련된 기업 중에서 작년보다 실적이 오른 기업,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3개월간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은 기업, 또 그 중에서 시가총액이 1000~3000억원 사이인 기업에 투자하고 싶다는 조건을 넣으면 해당 기업들이 모두 나온다. 내가 투자할만한 풀을 한번에, 한눈에 찾아주는 게 딥서치”라고 말했다. 

딥서치의 길

김재윤 딥서치 대표. 사진=임형택 기자
김재윤 딥서치 대표. 사진=임형택 기자

김 대표는 딥서치를 창업하기 전 다양한 직업을 거쳤다. 연세대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네이버에서 개발자로 일을 시작했다. 전공도 업무도 그와 잘 맞았다. 천상 개발자였다는 그는 이후 회계사로도 일했다. 이후 벤처캐피탈에서 투자심사로도 일한 그는 고된 업무 중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고 한다.

“투자를 한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많은 데이터 ‘노가다’가 필요하다. 내가 투자하려는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을 둘러싼 여러 가지 백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데이터를 수집해 나가는 과정들이 길고 지리하다. 이 과정들을 밟고 있다 보니 이런 부분들을 자동화할 수 있다면 삶이 바뀔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3년 일이다.”

김 대표가 창업할 당시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돌던 이야기를 꺼냈다. 기술이 산업을 하나씩 하나씩 먹어치운다는 이야기였다. 전통 산업에서 기술기반의 혁신플레이어가 등장하면서 그 산업들을 지배해 가는 모습들이 하나둘씩 나왔을 때가 그때쯤이라고 김 대표는 떠올렸다. 쿠팡의 등장, 카카오톡이 단순 메신저를 벗어나 영역을 확대할 무렵이다.

“시장변화들이 보이면서 창업형태가 바뀌는 게 보였다. 금융이나 기업 관련된 분야에서도 시장을 흔들 수 있는 그런 회사가 나올 시기였다. 기술을 기반으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수없이 많은 노가다들을 좀 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쪽 분야에 투자할 만한 기업이 없을까 찾아보니 없더라. 그럼 내가 창업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딥서치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 중소기업, 비상장사에 대한 정보 발굴까지 제공가능하다는 데 차별점이 있다. 이런 디테일은 딥서치를 데이터 강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했다.

한편 딥서치는 기업에만 제공하던 서비스를 개인에게도 넓힐 계획이다. 김 대표는 “추석 전 개인용 요금제 서비스를 추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미국, 일본, 중국, 인도, 싱가폴, 홍콩 등 해외 기업 정보도 한눈에 볼 수 있고 발굴할 수 있게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투자·영업·마케팅·기획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찾고 분석하고 검토해나가는 과정들이 있다. 이 과정들은 딥서치로 하는 게 너무 당연하다가 돼야 한다고 본다. 사용자가 투자를 비롯한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 당연히 거쳐 가야 되는 통과점에 딥서치가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라며 “투자에 관련된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 당연히 거쳐 가야 되는 통과점에 딥서치가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