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 빅테크들이 2분기 놀라운 괴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중국 빅테크들은 말 그대로 암흑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빅테크의 시장 독과점 우려를 겨냥해 정부 차원의 강력한 규제를 가하고 있지만 한 쪽에서는 탄탄대로가, 한 쪽에서는 고통의 신음소리만 요란하다.

미국이 가지고 있는 글로벌 ICT 패권을 중국이 쉽게 빼앗아올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엇갈린 미중 빅테크
OTT 넷플릭스는 지난 21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은 19%로 73억4,200만 달러, 영업 이익은 36% 증가한 18억4,8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신규 유료 가구 순증세는 아쉽다. 2분기 150만개의 순증세를 보여 예상치를 넘겼지만 1,000만개를 기록했던 전년 대비에 비해서는 하락세가 선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 백신 국면에 접어들며 OTT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넷플릭스의 2분기는 선방했다는 평가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웃었다. 26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11억4,000만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분기 순이익 10억달러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매출액 중 전기차 부문에서 102억1,000만달러를 기록하며 비트코인 리스크도 완벽하게 덮었다.

애플도 2분기 함박웃음이다. 27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매출 814억1,0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주당 순이익은 1.30달러를 올렸다고 밝혔다.

아이폰 출시주기를 고려하면 애플에게 2분기는 비수기다. 그럼에도 역대 2분기 중 최대 매출을 기록했으며 아이폰 판매액은 395억7,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9.8%나 뛰었다. 부쩍 집중하고 있는 서비스 매출도 전년동기 대비 33% 튀어오른 174억8,000만달러에 이른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승승장구다. 2분기461억5,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전년 동기대비 21% 증가세를 기록했다. MS의 연간 매출 600억달러를 처음으로 넘길 가능성이 높다. 클라우드 애저의 상승세가 심상치않은 가운데 하반기 전망도 밝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2분기 618억6,000만 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전년 동기대비 61.6% 증가하는 괴력을 보여줬다. 광고 매출과 유튜브 매출이 큰 폭으로 뛰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아직 2분기 실적이 나오지 않았으나 페이스북과 아마존 등 다른 미국 빅테크의 실적도 시장 추정치를 상회할 것으로 본다.

반면 중국 빅테크는 암흑의 터널을 지나는 중이다. 실적 자체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중국 당국의 강력한 제재로 주가 하락세가 선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지난해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 및 앤트그룹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돌입해 앤트그룹의 공중분해를 끌어냈고, 최근에는 중국판 우버라 불리는 디디추싱이 미국 증시에 상장한 후 중국 당국의 보복성 조치에 소위 '기록 말살형'을 당했다.

중국 공업정보화기술부(MIIT)가 27일 자국의 기술 기업들을 대상으로 시장실서 교란 등 다양한 위법행위를 점검하겠다 밝히자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주가는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는 중이다. 심지어 텐센트가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서 반독점 규제에 걸렸다는 말도 나오는 중이다.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부랴부랴 플랫폼 개방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 당국의 날카로운 칼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내에서 돈나무라 불리는 캐시우드 아트인베스트먼트 CEO가 ARK Fintech Innovation ETF에서 약 4,000만 달러에 달하는 텐센트 주식을 매도하는 등 분위기가 험악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도 압박 만만치않다
중국 빅테크의 어려움이 커지는 결정적인 이유는 현지 당국의 강력한 규제다.

다만 강력한 규제만으로 중국 빅테크가 흔들린다고 보기에는 미국 빅테크의 승승장구가 설명되지 않는다. 미국 당국도 빅테크에 강력한 압박을 가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 등 거물 정치인들이 빅테크 쪼개기를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한편 지난해 말 미 하원에서 박독점 소위원회가 빅테크의 시장 독과점을 규제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미 하원 법사위 산하 반(反)독점소위가 공개한 449 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는 각 빅테크 기업들의 과도한 시장 지배력을 우려하는 한편 반독점소위가 16개월간 진행한 조사를 바탕으로 아마존 및 애플, 페이스북, 구글에 대한 강력한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 하원 법사위 반독점소위 소속 데이비드 시실리니 위원장 등이 발의한 ‘플랫폼독점종식법’ 등 6개 법안이 의회를 전격 통과되는 등 압박의 수위는 점점 올라가고 있다. 자사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경쟁사에 작은 불이익도 줄 수 없으며 만약 이해관계 상충이 벌어질 경우 미 법무부 및 FTC가 나서 해당 기업들을 '쪼갤 수 있도록' 명령하는 것이 플랫폼독점종식법의 핵심이다. 

법정공방도 치열하다. 46개 주 검찰총장들이 페이스북을 상대로 시장 독과점 관련 소송을 걸었기 때문이다. 비록 페이스북이 1심에서 승소하기는 했으나 불씨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야당인 공화당마저 빅테크 쪼개기를 시사하는 상황에서 현지 시장 분위기는 뒤숭숭해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아예 빅테크 저승사자 삼인방을 배치해 강력한 압박을 주도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조너던 캔터 변호사를 법무부 반독점 국장에 전격 임명한 장면이 눈길을 끈다.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팀 우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대통령 특별고문에 이어 반 빅테크 시장 독과점 문제 전문가다.

리나 칸 FTC 위원장이 아마존 킬러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면 캔터 지명자는 구글 저격수로 잘 알려져 있다. 클린턴 전 행정부 당시 FTC 경쟁국 소속 변호사로 활동하며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 독과점을 정조준하는 한편 최근에는 구글의 시장 독과점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하며 이름을 알렸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도 강력한 빅테크 압박이 벌어지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근본적 차이에 집중해야
사실 빅테크에 대한 전방위 압박은 미국과 중국은 물론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유럽연합도 구글 및 애플, 아마존에 대한 강력한 압박에 나서며 천문학적인 벌금 폭탄을 투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 빅테크가 강력한 압박에도 연이어 잭팟을 터트리며 승승장구하고, 중국 빅테크가 성장동력을 단기간에 상실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정부의 빅테크 압박은 경제적 논리에 기인하고 중국 정부의 빅테크 압박은 정치적 논리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와 공화당이 빅테크 압박에 나서는 동기는 시장 독과점 우려다. 특히 가짜뉴스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빅테크의 강력한 플랫폼이 가짜뉴스의 온상이 되자 전통적으로 실리콘밸리에 우호적이던 미 민주당은 물론 월가와 함께 실리콘밸리를 자유민주진영 번영의 상징으로 여기던 공화당마저 돌아서게 만들었다. 하나의 강력한 플랫폼이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주는 장면에서 미국 정부의 빅테크 규제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유연한 대응이 벌어지고 있다.

리나 칸 미 FTC 위원장을 두고 아마존에 이어 페이스북이 직무집행 배제를 신청한 장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페이스북은 "칸 위원장은 FTC 위원 시절부터 페이스북이 반독점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면서 "정차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그를 관련 업무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빅테크 압박을 두고 빅테크들도 본인들의 메시지를 충실하게 보낼 수 있다는 뜻이다.

페이스북이 미 연방 및 주 정부의 법정공방을 통해 합동공세를 물리친 장면도 중요하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은 지난달 28일 워싱턴DC 연방법원의 제임스 보즈버그 판사가 FTC 및 검찰총장들이 페이스북을 상대로 낸 반독점 소송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이 FTC 및 검찰총장들의 소송을 기각해달라 요청했고 이를 법원이 받아들인 셈이다.

법원은 페이스북이 2012년 인스타그램, 2014년 왓츠앱 인수를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까지 기각했다. 심지어 제임스 보즈버그 판사는 “페이스북이 독점 기업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무리하게 법원이 인정할 수 없다”며 “FTC와 검찰총장들의 주장은 법률적 근거가 희박하다”고 말했다.

빅테크 압박에 극에 달했지만 이 과정에서 유연한 갑론을박이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다.

반면 중국의 사정은 다르다. 아마존과 페이스북이 리나 칸 FTC 위원장을 대상으로 직무집행 배제를 신청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으며, 법정에서 행정부의 논리에 반하는 이론이 뒤집히는 일도 없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는 지난해 컨퍼런스에서 중국의 지나친 관치 금융주의를 비판했다 장기간 공식석상에서 퇴출됐으며 앤트그룹 경영진들은 당국에 줄소환 당했다. 상장을 준비하던 앤트그룹은 현재 공중분해위기며 중국 당국의 만류에도 미국 증시 상장을 강행한 디디추싱도 중국에서 아예 '삭제'되고 있다. 반면 당국의 조언에 따라 외국 증시 상장을 준비하던 바이트댄스는 온전히 살아남아 활동하는 중이다.

사실 중국은 ICT 패권을 거머쥐려 자국의 기업들을 의욕적으로 키우고 외국 기업들을 퇴출시키는 초강수를 둔 바 있다. 2000년대 초 구글, 페이스북 등이 중국 시장에서 쫒겨나고 현지 정부가 세운 만리장화벽 안쪽에는 당국의 집중적인 육성을 통해 바이드와 텐센트 및 알리바바, 웨이보가 성장했다. 자국 기업에 대한 규제는 파격적으로 풀어주고 외부 경쟁자는 모조리 내보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중국은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트로이카로 대표되는 강력한 ICT 스펙트럼을 키웠지만 최근 시진핑 주석 중심의 권력집중 현상이 벌어지며 당국의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한 ICT 기업에 대한 압박을 키우는 중이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빅테크 압박이 경제 및 시장의 이유라는 큰 틀에서 공방전을 거치며 합의점을 찾는 방식이라면, 중국에서 벌어지는 빅테크 압박은 톱다운 방식의 억제에 가깝다. 모든 목표는 체제 안정에 있기 때문이다.

중국 ICT, 당분간 정신차리기 어려워
정치적 목적에 따라 자국 ICT 기업을 압박하는 중국 당국의 행보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온실 속 화초처럼 키워낸 자국 ICT 기업들이 '선'을 넘어 중국의 전통적인 산업체제에 균열을 만들어낸 순간 강력한 압박을 시도한 상태에서, 시 주석 권력 강화와 자국 ICT 기업의 성장은 현 상황에서 병립될 수 없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중국 공산당의 정파 분류는 시진핑 주석 권력 강화의 그림자에 잠식되어가는 분위기지만 최근까지만해도 중국 공산당의 3대 정파인 태자당과 공청단, 상하이방이 벌이는 치열한 암투에 따라 중국 공산당은 큰 변화를 겪은 바 있다.

태자당의 대표인물은 시진핑, 마오쩌뚱, 덩샤오핑 등이 있으며 공청단은 리커창 총리, 상하이방은 장쩌민 등이 활동했거나 활동하고 있다. 

3개 정파가 치열한 권력투쟁을 벌인 가운데 상하이방과 공청단의 신경전이 극에 달했고, 이 틈을 타 태자당이 부상해 시 주석이 권력을 잡았다. 이후 시 주석은 장쩌민 전 주석의 상하이방 차세대 주자 중 하나인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를 숙청하고 현재에 이르렀다. 

문제는 권력 일선에서 밀려난 상하이방이 중국 ICT 기업들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점이다. 

마윈 창업주가 돌연 은퇴를 선언했던 2018년 11월 당시 중국 톱스타 판빙빙의 탈세 의혹으로 세상이 시끄러웠을 때, 중국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는 미국 헤지펀드인 헤이맨 어드바이저스의 창업자 카일 배스와의 대화에서 판빙빙 루머를 거론하는 한편 중국 공산당이 마윈 창업주에게 알리바바 지분을 포기하라 종용했다고 폭로했다. 

마윈 창업주가 상하이방의 '금고지기'라고 설명한 그는 마윈에 대한 중국 당국의 압박 근원에 상하이방의 영향력을 반감시키려는 중국 공산당 주류 세력의 전략이 숨어있다고 강조했다. 2018년 안방보험에 대한 중국 당국의 견제도 이와 궤를 함께한다는 설명이다.

궈원구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중국 ICT 기업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022년 시진핑 주석의 3연임 여부를 결정할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 대표자대회가 예정된 가운데 시 주석 중심의 현 체제 세력은 권력의 핵심을 지키기 위해 숙청을 거듭할 것으로 보이며 당연히 시 주석 세력을 견제하는 상하이방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 ICT 기업에 대한 압박이 극에 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 현지에서 부품 사업을 하는 업계 관계자는 "중국 관리들은 공산당 100주년, 미중 패권 경쟁, 내부의 빈부격차 등으로 현재 체제에 대한 예민함이 극에 달했다"면서 "미국 빅테크들이 중국 빅테크와 비교해 우월하다고 볼 수 없지만, 최소한 처해진 환경을 보면 중국 ICT 빅테크의 어려움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