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후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가 부상하며 최근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뛰어들고 있다. 온택트 트렌드가 발전하며 구독경제를 가능하게 만드는 다양한 기술들이 등장한 가운데 커다란 단독 생태계부터 소소한 삶의 일부까지 구독하는 사례들이 발견되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방식으로는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구독경제의 핵심은 단순히 생태계를 노리는 것을 넘어 '시간'을 정복하는 것에 있다.

출처=갈무리
출처=갈무리

팽창하는 구독경제 
글로벌 투자업체 크레딧스위스에 따르면 2010년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50억달러에 불과했으나,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에는 5,300억달러를 돌파했다. 

Zuora에서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구독 서비스 시장 리포트 ‘The Subscription Economy Index’에 의하면 2012년 1월과 비교해 2020년 12월 구독경제 지수는 약 6배(430% 이상) 성장했으며, 이는 미국 전체 소매 성장률 및 미국의 S&P 500 지수의 성장 규모보다도 약 3.3배 높은 수치다.

구독경제의 대표적인 플레이어는 글로벌 OTT 넷플릭스, 이커머스의 아마존 등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고객에게 제공하며 일종의 가두리 생태계 양식장을 구축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대표 IT 기업인 네이버도 내달 정기구독 서비스를 출시한다. 정기결제와 렌털과 같은 주문 솔루션인 머천트솔루션 베타 테스트에 돌입하며 2022년 정식 서비스 시작, 2023년까지 판매자에게 구매 및 결제 등 다양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을 통해 디지털 기반 구독경제 생태계를 키워가는 상황에서 기존 렌탈 방식의 구독경제 전략까지 가동한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는 이미 지난해부터 구독경제 플랫폼을 가동하고 있다. 

통신사들도 구독경제 삼매경이다. LG유플러스는 U+멤버십 VIP 등급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나만의 콕' 서비스에 구독콕을 탑재했으며 KT는 할리스와 함께 구독경제 생태계 창출에 나선 상태다. SK텔레콤은 아직 구독경제 서비스를 내놓지 않았으나 조만간 다양한 자회사들의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설명이다.

다양한 구독경제 상품. 출처=코트라
다양한 구독경제 상품. 출처=코트라

조합형과 단독형
구독경제의 형태는 여러가지다. 다만 큰 틀에서 조합형과 단독형으로 임의 구분할 수 있다.

조합형은 하나의 킬러 서비스에 여러개 서비스를 붙여 구독경제 비즈니스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주로 자금력이 탄탄하거나 다양한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플레이어들이 선택한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월스트리트저널 이용권 등을 묶은 아마존 프라임의 아마존과, 이커머스의 쿠팡 및 OTT 쿠팡 플레이를 결합하는 쿠팡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애플 아케이드, 애플 TV 등을 동시에 제공하는 애플도 동일한 사례다.

단독형은 자금력이 탄탄한 플레이어와 상대적으로 좁은 영역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플레이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전자의 대표적인 사례가 넷플릭스, 그리고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 Driving)를 구독하는 테슬라다. 

후자는 구독경제의 확장이 삶의 내밀한 부분까지 스며드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 

디지털 플랫폼 기술이 발전하며 지금까지 구독경제의 영향력이 닿지 못했던 소소한 산업영역이 변하는 장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플랫폼을 바탕으로 구독경제의 스펙트럼이 넓어진다는 뜻이다. 우은정 코트라 미국 로스앤젤레스무역관은 "전통적으로는 신문이나 잡지 구독과 같은 서비스는 늘 존재했지만 근래의 구독 서비스들은 대부분 ‘디지털’ 기반으로 바뀌면서 그 종류와 분야 또한 매우 넓어졌다"면서 "인터넷 뉴스 미디어나 스트리밍 영상 서비스 구독에서부터 작은 생활용품의 정기 배송 서비스까지 생활 속에서 꾸준히 소비하게 되는 상품이나 서비스 분야에서 틈새 수요를 공략하는 다양한 구독 서비스 기업들의 등장이 눈길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매달 새로운 장난감과 간식을 배달해주는 Barkbox와 같은 반려동물용품 구독 서비스, 식사 메뉴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는 레디메이드(Ready-made) 및 재료·레시피형(Ingredient-and-recipe) 밀키트(Meal kit) 서비스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심지어 향수 구독(Perfume subscription) 서비스도 있다. Scentbox의 경우 20달러의 프리미엄 구독 옵션도 있어 더 많은 향수 셀렉션을 원할 경우 선택할 수 있으며, 매달 1회의 무료 향수 교환도 가능하다. 

국내에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 클래스101의 행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클래스101은 B2B 정기구독 서비스 ‘클래스101 비즈니스(CLASS101 Business)’를 통해 직원 복지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업계의 화제다.

소상공인 점주들을 위한 구독형 B2B 소프트웨어 '도도 포인트'를 만든 매장 고객관리 솔루션 스타트업 스포카도 두각을 보이는 중이다. 월 3~4만원대의 저렴한 비용으로 음식점이나 카페 등 요식업을 운영하는 점주들에게 맞춤형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자책·오디오북 B2B(기업 간 전자 상거래) 구독 전문 서비스 업체 부커스, B2C 구독에서는 국내 첫 꽃 정기구독 서비스 선보인 꾸까, 푸드테크 스타트업 위허들링이 운영하는 점심 구독 플랫폼 위잇딜라이트, 사무실로 찾아오는 유명 카페라는 컨셉의 오피스(B2B) 전문 원두 및 커피머신 구독 서비스인 원두데일리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원두데일리는 스타트업, 대기업, 관공서 등 기업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며 오픈 1년 만에 350여개의 고객사를 확보하며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출처=무비패스
출처=무비패스

서비스의 질 저하, 버틸 수 있는 기초체력
다양한 구독경제 플레이어들이 활동하는 가운데 팽창하는 시장의 크기와 비례해 서비스의 다양성도 확장되고 있다.

문제는 구독경제의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특히 구독경제를 원하는 고객들은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서비스를 추구하기 때문에 자칫 생태계 서비스의 질 저하는 구독경제 전반의 붕괴를 일으킬 수 있다.

한 때 극장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던 무비패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7년 출시된 무비패스는 월 9.95달러를 내면 매달 영화관에서 한 편의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서비스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올해 1월 결국 법원에 파산신고를 했다. 

시장을 제대로 읽지 않고 무조건적인 구독경제를 덧대며 가장 중요한 서비스의 질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콘텐츠 산업의 특성상 팬덤이 두텁다는 점을 간과하고 무리하게 기계적인 확장만 거듭하며 무비패스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 사업의 시작부터 '가입자들이 자주 영화관에 가지 않을 것'이라 예단한 것 자체가 패착이었다. 

버틸 수 있는 기초체력도 관건이다. 구글은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스태디아를 통해 구독경제의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최근 자체 게임 개발 포기를 선언했다. 스태디아 게임 개발에 투자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았고, 결국 구글 생태계 내부에서의 구독경제 비즈니스가 휘청였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도 비슷한 위기론에 휘말렸다.  

넷플릭스는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은 19%로 73억4,200만 달러, 영업 이익은 36% 증가한 18억4,8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당순이익은 2.97달러다. 예상치를 소폭 웃도는 실적을 거둔 가운데 업계의 관심은 신규 유료 가구 순증세에 집중되고 있다. 2분기 150만개의 순증세를 보여 예상치를 넘겼지만 1,000만개를 기록했던 전년 대비에 비해서는 아쉬운 성적이다. 넷플릭스의 전체 유료 구독 가구는 2억 900만개다.  

유료 구독자 수 증가세가 확연히 꺾인 가운데 넷플릭스는 게임 산업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강력한 IP를 보유한 상태에서 게임 산업에 진출할 경우 두터운 팬덤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노림수다. 이미 <기묘한이야기> 등 인기 시리즈로 콘솔 게임 등을 간헐적으로 출시하며 가능성을 타진했으며 미국 게임업체 일렉트로닉아츠(EA)와 페이스북 출신의 마이크 버듀를 게임 개발 부분 부사장으로 영입한 상태다.

문제는 업계에서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본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및 로컬 콘텐츠 투자로 막대한 비용이 소모되는 가운데 게임 산업까지 진출할 경우 넷플릭스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감당해야 한다. 넷플릭스의 확장을 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 말하는 이유다. 넷플릭스의 게임 산업 진출이 구글 스태디아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을 수 있다는 우려다.

"타깃은 시간이다"
구독경제의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시장에 대한 몰이해, 과도한 투자,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지는 다양한 리스크는 구독경제는 물론 일반적인 비즈니스 모델에서도 통용되는 실패 방정식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오히려 게임에 진출한 넷플릭스의 '인사이트'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넷플릭스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다소 주춤해진 신규 가입자 증가세를 해명하며 타깃에 대한 입체적인 접근을 보여줬다. 넷플릭스는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닐슨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시청자가 TV를 시청하는 전체 시간에서 스트리밍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27%에 불과하다"면서 "여기서 넷플릭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7%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단순히 OTT 시장만 염두에 두고 디즈니플러스 등과 경쟁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또 게임 산업에 진출해 기존 게임사들과 싸우겠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체 스트리밍 시장, 즉 고객의 여가시간을 타깃으로 잡겠다는 각오다.

구독경제 전반에도 이러한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단순히 상품 하나를, 서비스 하나를 정기적으로 베송하는 것을 넘어 고객의 시간을 절약하거나 고객이 생태계에 머무는 경험을 고도화시키는 작업이 구독경제 인사이트의 핵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