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을 극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말이 나오며 기업의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위기의식도 커지고 있다. 출근한 후 부장님의 눈을 피해 삼삼오오 탕비실에 모여 커피 한 잔 마시며 간단한 수다를 떠는 일도 이제는 집에서 노트북 앞에 앉아 채팅하며 무표정으로 'ㅋㅋㅋ'를 남발하는 일상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 기업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할까.

기업 협업툴 잔디를 운영하는 토스랩의 김대현 대표는 코로나19가 불러온 온택트 시대를 맞아 기존 기업의 일하는 방식과 재택 중심의 새로운 방식이 만나 소위 하이브리드 일하는 방식이 중요한 트렌드가 될 것으로 봤다. 이를 위해 몰입과 투명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를 21일 서울 토스랩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대현 대표. 출처=토스랩
김대현 대표. 출처=토스랩

"하이브리드가 키워드"
토스랩은 2014년 6월 창업해 2015년 5월 베타 테스트로 협업툴 잔디를 출시했다. 잔디는 일반 메신저가 아닌 회사에서 업무를 위해 활용하는 협업툴이며 최근 누적 사용팀 30만을 넘기는 등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토스랩을 이끄는 김대현 대표는 티머니에서 연구개발 및 해외사업 관련 업무를 수행했으며 이커머스 플랫폼 티몬에서 활동한 후 토스랩을 창업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김 대표에게 언택트 시대 기업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하이브리드"라고 대답했다.

김 대표는 "미래를 단언하기 어렵지만 코로나19로 모두가 새로운 경험을 한 상태에서 기업의 일하는 방식은 달라질 것"이라며 "재택과 오프라인 근무가 합쳐지는 일하는 방식의 하이브리드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 하이브리드는 단순하게 '1+1=2'가 아니다. 코로나19로 물리적으로 떨어져 일하는 트렌드와, 기존 오프라인 중심 일하는 방식이 더해져 전혀 새로운 일하는 방식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기반의 일하는 방식이 유기적으로 더해지며 각자의 일하는 방식의 장점만 취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잔디와 같은 협업툴의 존재감이 커지는 이유다. 기존 방식과 새로운 방식의 하이브리드 방식에서 잔디의 위력은 더욱 배가되기 때문이다.

잔디 서비스 이미지. 출처=토스랩
잔디 서비스 이미지. 출처=토스랩

김 대표는 최근 잔디를 사용하기 시작한 일반 제조업 기업들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순수 IT 기업이 아닌 넥센타이어, 신성이엔지 등 제조업 기업들이 잔디를 선택한 이유로 코로나19라는 새로운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면서도 "사실 일반 제조업 기업들이야말로 IT 기업만큼 잔디와 같은 협업툴을 사용했어야 하는 기업들"이라 말했다.

무슨 뜻일까. 김대현 대표는 "코로나19 전부터 제조업 기업들은 본사와 공장, 지역 매장 등 서로 거리가 떨어진 장소에서 일하는 방식에 익숙했다. 어쩌면 이들이야말로 잔디와 같은 협업툴이 필요했던 기업들"이라면서 "코로나19가 시작되며 협업툴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전통 제조업 기업들도 자극을 받아 속속 잔디를 선택했으며, 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시너지 창출을 통해 일하는 방식의 하이브리드 전략을 적극 구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제 기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시너지 중심에서 일하게 되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전통 제조업 기업들의 잔디 활용이라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제조업 기업들의 적극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도 끌어낼 수 있다. 김 대표는 "순수 IT 기업은 물론 제조업 기업도 코로나19를 거치며 협업툴을 통해 DT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토스랩 사무실. 출처=토스랩
토스랩 사무실. 출처=토스랩

몰입, 그리고 투명함
당연한 말이지만 토스랩도 내부에서 잔디를 사용한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시작된 가운데 토스랩은 잔디를 통해 조직 내부의 혁신을 어떻게 끌어내고 있을까. 이를 파악하는 것은 하이브리드 일하는 방식을 택하며 DT의 길로 나아가기 시작한 IT 및 제조업 기업 모두에게 좋은 '팁'이다.

김 대표는 "업무 몰입도를 최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토스랩은 협업툴을 서비스하는 회사기 때문에 막상 내부에서 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안된다는 강박이 있다"면서 "잔디와 같은 협업툴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업무의 효율화를 통해 몰입도를 올려야 한다. 가장 큰 무기는 투명함"이라고 강조했다.

'협업툴 만드는 회사가 내부 협업이 되지 않으면 어불성설이지 않은가'-'어떻게 해야 내부 협업을 잘 할 수 있을까'-'업무의 효율화가 가능해야 한다'-'조직의 몰입도를 최상으로 유지하자'-'몰입도를 유지하려면 가장 큰 무기는 투명함' 이라는 흐름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김 대표는 "잔디라는 협업툴은 기능에 있어 협업에 최적화된 서비스라고 자부하지만 여기에 조직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방식으로 투명함을 추천한다"면서 "회사는 각자 맡은 업무, 회사의 재무사정 등 모든 정보를 직원들에게 공개한다. 정 궁금하다면 대표가 휴가를 어디로 가는지도 공개할 정도다. 직원들이 회사에 대해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때, 협업툴을 통한 하이브리드 일하는 방식이 최적의 상태로 작동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대현 대표. 출처=토스랩
김대현 대표. 출처=토스랩

아시아 넘어 글로벌
토스랩 잔디는 쑥쑥 성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시작되며 각광받고 있지만, 김 대표는 꼭 코로나19 영향만으로 토스랩의 성장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김대현 대표는 "코로나19 전에도 이미 모바일 기기의 보급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관통하는 업무의 연속성이 화두였다"면서 "코로나19가 터지며 많은 기업들이 온택트에 관심을 가지자 오랫동안 협업툴을 서비스한 잔디가 탄탄한 기초체력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잔디의 강점으로 '지역화'를 꼽기도 했다. 다양한 글로벌 협업툴이 존재하지만 아시아 및 한국의 트렌드를 담은 잔디가 제격이라는 뜻이다. '우리 몸에 우리 것이 좋다'라는 격언이 떠오른다. 김 대표는 "북미나 유럽을 대표하는 협업툴은 한국 및 아시아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탑다운 방식의 의사결정이 잦은 아시아 기업들의 특성과 특유의 조직도 및 결제문화 등은 아시아 협업툴인 잔디가 글로벌 협업툴 대비 우월한 적응성을 자랑한다"고 강조했다.

동남아시아에서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우버가 강력한 지역화를 통해 무장한 그랩에 밀려 시장 철수를 결정한 사례와 비슷하다. 김 대표는 "지역화를 통해 차근차근 성장한 후 천편일률이 아닌 각 지역 맞춤형 전략이 토스랩의 글로벌 전략이 될 것"이라며 "모든 산업의 변화를 하나의 기업이 책임질 수 없다. 다만 토스랩은 함께 성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