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자본시장의 작동원리 존중하는 것이 선진시장으로 가는 방향입니다.”

자본시장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두 가지 축이 만나 형성된다. 누가 개입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움직여 균형을 찾기에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도 불린다. 강희주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이러한 시장의 원리를 존중하고 꼭 필요한 부분에서 당국이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희주 변호사는 자본시장법 전문가로 기획재정부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 위원, 법무부 법무자문위원회 위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법무법인 광장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한국증권법학회 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코로나 이후 개인투자자 급증…펀드 활성화 통한 선순환 구축 필요”

강희주 변호사는 지난해 동학개미운동 등으로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증시에 유입되면서 투자 자체가 크게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예탁결제원이 지난 3월 발표한 ‘2020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소유자 현황’을 보면 중복 소유자를 제외한 2,352개 상장사의 주식 소유자가 919만명으로 나타났다. 올해에도 증시 열기가 이어지고 있음을 고려해보면 국내 개인투자자 수는 1,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다만 전문투자자가 아닌 개인투자자의 경우 직접투자를 하는 것보단 펀드로 참여하는 것이 선진시장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강희주 변호사는 “선진화된 금융시장을 보면 보통 일반투자자는 펀드를 통해 투자에 참여한다”면서 “전문투자자가 아닌 이들은 안정성이 높은 펀드에 투자해 수익을 내고 자산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최근 사모사태 등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직접투자가 크게 늘었다. 코로나 확산 이후 개인투자자가 늘어난 시장은 한국이 유일하다”면서 “투자자는 안정적인 펀드를 통해 수익을 내고 또 그런 펀드가 다시 좋은 상품을 만들어 투자자들의 참여를 부르는 선순환이 일어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반대로 악순환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 적재적소에만…“시장 원리 존중해야”

강희주 변호사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개선이 시급한 부분으로 규제 문제를 꼽았다. 자율성을 존중해야할 부분엔 규제가 많고, 규제가 꼭 필요한 부분엔 공백이 있다는 설명이다. 강 변호사는 “사모펀드가 한 축이 되는 사적자본시장은 원어로 ‘Unregulated Market(비규제시장)’이다”면서 “투자자, 기관이 계약관계로 이뤄지고 금융당국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하는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수료의 경우도 당국의 개입이 지나치다. 사모시장의 경우, 베테랑이거나 인기 있는 펀드매니저가 운영하는 경우 수수료가 높고 펀드매니저의 경력이 낮다면 수수료도 낮은 경향이 있다”면서 “당국은 시장 기능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는게 바람직해 보인다. 깊이 개입할수록 책임질 일이 많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반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규제는 약하다고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가상화폐 시장은 오히려 정부의 규제가 너무 약하다. 미국은 증권과 유사한 기준을 두고, 일본은 외환상품과 같이 취급한다”면서 “국내는 반대로 최대 알트코인 시장처럼 되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와는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감독기관, 기업 감시 소홀…“선진국 대비 처벌도 약하다”

강 변호사는 감독 기관의 감시가 이전에 비해 소홀해진 점도 개선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에 대한 처벌이 약한 수준인 것 같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강 변호사는 “국내 감독‧처벌 기관은 금감원과 거래소외에 금융위에 자본시장조사단이 있다. 이전엔 검찰에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도 있고 금융조세조사부 등 이런 것들이 따로 있었는데 요새는 없다”면서 “검찰이 시장에서 이뤄지는 활동에 대해서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 같진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경우는 법집행하는 사람들이 한 사건에 대해 몇 년이고 집요하게 조사를 해서 본보기가 되게 만든다”면서 “법조인들 사이에선 처벌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미국은 기업이 공시 내용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도록 하는 직접 책임 제도를 따른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 CEO(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통해 상장 폐지 계획을 밝히면서 주가가 크게 요동치자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일론 머스크를 증권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SEC는 일론 머스크가 향후 3년간 회장직에 오를 자격을 박탈하고 테슬라와 머스크에게 각각 2,0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4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미국에서는 언론 보도 등을 통한 정보 공개도 공시로 인정하는 등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지만 그에 따른 매우 높은 수준의 책임 또한 요구하고 있다.

강 변호사는 “규제가 필요한 부분은 개입하지만 시장의 작동방식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면서 “뉴욕같은 시장으로 급격히 선행할 순 없겠지만 일본이나 홍콩 수준의 선진시장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