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아카데미. 출처=신세계백화점
신세계 아카데미. 출처=신세계백화점

#3살 아이를 둔 A씨는 최근 백화점 문화센터 수강신청 페이지를 보느라 바쁘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센터 강좌를 한번 경험한 뒤 만족감이 높아 새로운 강좌를 신청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아직까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던 A씨는 어린이집 대신 문화센터를 통해 아이와 동행하며 사회성을 길러줄 생각이다. 

#직장인 B씨는 저녁 7시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있을 쿠킹 클래스를 갈 생각에 퇴근 전부터 마음이 들떴다. 지난 주 해당 강좌를 처음 듣고 지친 마음을 위로받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골프에도 관심이 생겨 골프레슨 강좌도 알아보고 있다. 

[이코노믹리뷰=편은지 기자] 영유아 부모는 물론 20-30대 젊은 층을 이르는 MZ세대,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앞다퉈 백화점을 찾고 있습니다. 이른바 '문센', 백화점 문화센터 강좌를 듣기 위해선데요.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문화센터 강의 신청하기가 대학교 수강신청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국내 문화센터는 백화점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등 유통업계 전반에서 실시하고 있는 서비스인데요. 고객의 취미생활, 자기계발 등을 위해 전문 강사를 두고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겁니다. 

이렇다보니 문화센터엔 항상 사람들이 몰려드는데요. 특히 최근엔 문화센터에서 다루는 강좌가 다양화·세분화하면서 문화센터를 찾는 고객의 폭도 대폭 넓어졌습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023530)의 올해 여름학기 문화센터 신청자는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는데요, 이는 봄학기보다도 25%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골프레슨부터 맥주 만들기까지... 너도나도 '문센' 바람

이제 직장인들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문화센터에서 찾고, 문화센터 강좌로 어린이집을 대체하는 영유아 부모도 많아졌습니다. MZ세대 역시 문화센터 강좌를 듣고 SNS에 인증하기도 하고요. 그만큼 강좌의 질이 높다는 거겠죠. 그렇다면 대체 어떤 프로그램을 다루길래 이토록 인기인 걸까요?

국내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는 모두 문화센터를 운영중인데요, 각 사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니 한눈에 보기에도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합니다. 쿠킹클래스부터 골프레슨, 수채화 그리기, 스케이트 보드, 최근 인기가 많아진 홈술과 관련한 강좌도 있습니다. 영유아 아이들을 위한 오감 놀이, 악기 놀이, 찰흙놀이 등 키즈 관련 카테고리도 풍성합니다. 

실제로 백화점업계는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꾸준히 이색 강좌를 늘리고 있는데요. 신세계백화점(004170)은 올해 봄 학기에 '유럽 미식 여행', '음악으로 떠나는 세계 여행' 등 강좌를 열어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현대백화점은 코로나19로 집 정리에 관심이 많은 고객을 위해 '공간정리' 강의를 선보였습니다. 롯데백화점은 골프열풍에 맞춰 대구점에 골프연습장을 입점시키고 골프레슨을 시도했고요. 

게다가 코로나 이후 '비대면'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비대면 강좌도 한창입니다. 신세계 아카데미는 홈캉스·호캉스족을 겨냥해 재테크·홈쿡 등 생활 정보와 성장 마사지 등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콘텐츠를 내달 말 줌 라이브를 통해 제공할 예정입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안전한 취미 생활을 찾는 수강생이 많아지고 있어선데요. 롯데백화점도 쿠킹, 재테크 등 수요가 높은 클래스는 온라인 강좌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백신 보급이 활발해졌다지만, 아직까지 코로나19로 불안하신 분들도 많을텐데요. 그런데 오히려 회원들의 만족도는 증가했습니다. 10명 이하의 소수정예로 강의가 꾸려지면서 기존 대규모 강의보다 몰입도가 높은데다 방역에 대한 걱정도 줄었기 때문이죠. 강의 규모가 작아지면서 가격은 소폭 비싸졌지만 이에 따른 만족도는 높아진겁니다. 

롯데백화점 랜선 문화센터. 출처=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랜선 문화센터. 출처=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왔다가 쇼핑... 매출 올리는 '숨은 효자' 

사실 고객들이야 좋지만, 백화점들은 왜 문화센터를 운영하는 걸까요? 강사를 열심히 물색해 강좌를 열고 고객 신청을 받아야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 말이죠. 이유는 매출 증가에 있습니다. 문화센터를 방문하면서 자연스레 점포 체류시간이 늘어난 고객이 지갑을 열기 때문이죠.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문화센터를 이용하는 고객 한명이 한달에 백화점 점포를 방문하는 횟수는 월 평균 5.5회입니다. 문화센터 이용을 위해서라도 일반적으로 한달에 5번은 백화점을 들른다는 겁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문화센터를 이용하기 위해 점포를 방문하는 고객들이 늘면 자연스럽게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며 "지난해 코로나19로 일부 점포를 휴점하고, 오프라인 점포 방문이 줄면서 걱정했던 부분 역시 문화센터 운영이 어려워진다는 점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코로나19 영향으로 백화점 3사는 일시적으로 모든 문화센터를 운영 중단한 바 있죠. 

올해부터는 백신보급, 소비심리 회복 등으로 백화점업계가 문화센터 강좌를 통한 마케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지난 1분기 실적만 보더라도 백화점을 방문하는 고객이 늘면서 매출이 크게 늘어난 모습인데요. 롯데백화점은 올해 1분기 매출 6760억원, 영업이익 103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고 현대백화점(069960)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7%, 영업이익은 122% 급증했습니다. 신세계백화점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3.8% 늘었고,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 규모인 82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배가량 늘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문화센터는 브랜드 홍보와 이미지 제고 뿐 아니라 고객의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는 중요한 마케팅"이라며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수업은 소규모 클래스 중심으로 변화돼 가격은 비싸졌지만 만족도는 더 높아졌고, 랜선 강좌는 편의성 덕분에 신청자가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