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지금 가동되고 있는 메타버스의 특징은 ICT 기술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 상태에서 현실의 내가 새로운 세상의 ‘나’를 독창적으로 해석한다는 점이다. 바로 여기에서 메타버스의 중요한 키워드와 미래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다.

‘나’의 재창조

메타버스에 입국하는 ‘나’는 아바타를 통해 ‘나’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한다. 스노크래시에 단서가 있다. 현실에서는 피자 배달부로 일하며 마피아에게 빚을 독촉 당하는 처지지만 가상세계에서는 스노크래시라는 신종마약을 추적하는 천재 개발자로 활동하는 히로처럼, 메타버스는 새로운 세상에 진입하는 나라는 캐릭터를 나의 입맛에 맞게 원점에서 재창조할 수 있다. 메타버스의 중요한 매력 포인트다.

MZ세대가 메타버스의 핵심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디지털 전환에 가장 민감하고 유행을 빠르게 쫒아가는 MZ세대는 자연스럽게 메타버스의 최초 상륙자가 된다.

이들이 메타버스에 환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메타버스에 접속하는 순간 지위고하와 연령차이는 시공간의 붕괴와 함께 사라지고 온전히 평등한 존재들의 수평선이 만들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MZ세대들은 틀에 박힌 현실에서 차마 해낼 수 없는,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능동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메타버스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이용자들을 위해 메타버스 플랫폼은 새롭게 재창조된 캐릭터들을 위해 아름다운 유토피아를 건설한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화려한 공간에서 평소 꿈꾸지 못했던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며 끊임없이 이용자들을 끌어 모으기 때문이다. 시공간을 초월해 이용자들의 교류와 이동을 끌어내고 재화를 이동시키는 것도 메타버스 플랫폼의 역할이다.

재미있는 대목은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세계, 창조된 세계가 완전히 현실과 격리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스노 크래시에서 현실세계의 나를 숨기고 메타버스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 히로도 모든 결정은 AI가 아닌 현실의 그가 정하며, 어스2 게임의 수익창출은 현실세계의 '돈'과 연결되고 제페토를 통해 콘텐츠를 제작한 유저의 실제 은행계좌에도 '원화'가 쌓인다. LG화학이 신입직원 교육을 메타버스를 통해 진행하고 정치권에서 메타버스에 주목하는 것도 당연히 현실세계와 관련이 있다.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세계가 현실과 접점을 가지는 장면은 메타버스의 지속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메타버스와 현실세계를 오가는 이들이 각자의 세계에서 얻은 재화와 경험을 서로의 세계로 전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로블록스의 경우 로벅스라는 자체 통화를 발행해 세계의 기축통화로 활용하면서 이를 현실세계의 다른 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다. 로블록스라는 새로운 세계에서의 경제활동이 현실의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네이버제트의 제페토에도 젬과 코인이라는 두 가지의 화폐가 있다. 이를 통해 제페토 내부에서 경제활동을 하며 현실의 '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이러한 재화의 이동 등은 메타버스가 단순한 유희의 게임을 넘어 현실세계의 가치창출과 교집합을 만들도록 유도해 궁극적으로 메타버스의 지속성을 키운다. 메타버스의 재능이 일종의 부수입 창출의 기회가 되어 '진지한' 메타버스 활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메타버스에서 즐기는 새로운 경험이 유희의 수준을 넘어 현실의 가치창출과 연결되는 순간 메타버스의 연속성이 담보되고, 이러한 연속성은 다시 메타버스를 가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당연히 로블록스와 제페토 등 플랫폼은 운영비용을 충당할 수 있고 이에 뛰어든 많은 콘텐츠들도 생태계 조성의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다. 

누가 세계를 지배하나

메타버스를 지배하는 것은 누구일까. 이용자들은 핵심 생태계 구성원이며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메타버스라는 세계를 창조하고 가동시키는 곳은 로블록스와 제페토와 같은 플랫폼이다. 당분간 이들의 입김이 강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 메타버스의 서비스와 세계관을 만들 콘텐츠의 존재감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네트워크 플랫폼의 통신사들이 가동하는 탈통신 전략에 힌트가 있다. 통신사들이 최초 네트워크 플랫폼을 구축해 다양한 콘텐츠 산업을 지원했으나 지금은 탈통신 전략의 큰 흐름을 짜고 콘텐츠 시장에 뛰어든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메타버스라는 플랫폼이 안착될 경우 내부를 구성할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판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집중될 것이라는 뜻이다. 콘텐츠가 메타버스의 운명을 결정할 경우 각 플랫폼이 어떤 IP를 보유하고 있느냐에 시장의 패권이 결정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글로벌 OTT 전쟁도 최근 콘텐츠가 플랫폼의 운명을 결정하는 상황이다. 아동용 콘텐츠의 디즈니 플러스, 외국 성인 드라마 중심의 넷플릭스 등이 모두 콘텐츠 특성에 따라 유저들을 확보하고 경쟁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플랫폼과 콘텐츠의 오래된 주도권 경쟁은 결말이 나지 않았으나, 이제 플랫폼이 구축된 후 내부를 채우는 콘텐츠가 무엇이냐에 따라 전체 생태계의 운명이 결정된다. 역시 메타버스도 마찬가지 운명인 셈이다.

최근에는 메타버스 권력을 비즈니스 창출의 기회로 삼는 다양한 전략도 가동되고 있다. 메타버스에서 이동하는 재화의 흐름을 담당하려는 금융권의 움직임과, NFT를 메타버스의 법정화폐로 구축하려는 시도 등도 벌어지고 있다. 이들이 메타버스를 움직이는 권력자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당연히 메타버스 이코노미의 최종 목적지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