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당근마켓은 우리동네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하며 하이퍼로컬 커뮤니티를 지향하고 있다. 중고거래는 거들 뿐, 핵심은 동네의 모든 것을 연결하는 커뮤니티에 방점을 찍고 무섭게 질주하는 '핫'한 스타트업이다.

월간방문자수는 4월 기준 1,500만명에 이르고 주간방문자수도 1,000만명을 돌파했으며 가입자수는 2,000만명을 넘겼다. 이제 주부, 어른, 아이 모두가 '당근당근 월드'에 사는 시대. 이들은 어디에서 기회를 봤고 현재를 넘어 미래의 당근로드를 어떻게 건설하고 있을까. 회사 마스코트인 당근이가 사실은 토끼가 아닌 강아지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며 오랜만에 미디어와 마주한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대표를 16일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재현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사
김재현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당근이세요?"
당근마켓은 2015년 7월 판교지역에 한정된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출발, 지금은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직원 숫자도 지난해 1월 45명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87명, 올해 300명을 채용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 교보타워로 사무실을 이전하며 사세를 확장하는 중이다. 김재현 공동대표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경험한 개발자 출신이다.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런 질문 많이 받았겠지만, 당근마켓 창업한 계기는?" 돌아온 답은 놀라웠다. "어떻게 잘 하다보니..."

무릎을 탁 쳤다. 하이퍼로컬 플랫폼 전략을 성공적으로 가동하고 있으며 국내 스타트업 업계 선망의 대상인 당근마켓의 공동대표지만 지나치게 겸손하다. 평소 인터뷰처럼 노트북을 열다 싸늘한 눈으로 원고를 읽을 상급자의 표정이 상상되며 가슴속에 퍼지는 슬픔을 억누르기 시작했을 때. 아니나 다를까. 겸손을 살짝 걷어낸 진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김 대표는 "네이버와 카카오, 그리고 창업을 경험하며 지역기반 서비스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면서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마구 버려지는 중고물품들을 보며 지역기반 서비스와 중고거래를 연결하면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역기반 서비스에 대한 관심, 그리고 환경에 대한 관심이 지금의 당근마켓을 존재하게 만든 '유레카'인 셈이다.

그러나 의문도 있다. 중고거래의 비전은 다수의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어 사업성이 있다지만 당근마켓의 정체성이자 동네 기반, 즉 로컬 기반 사업에서는 어떤 비전을 본 것일까.

김 대표는 "당근마켓은 로컬 커뮤니티를 지향하고 있다. 동네 사람들끼리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정보를 교류하는 연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인터넷, 모바일 시대가 열리며 큰 규모 측면에서 상호간의 연결이 쉬워지는 시대가 왔지만 의외로 내 동네, 내가 사는 공간에서의 연결은 피상적으로 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맞다. 우리는 연결의 홍수에서 살고있지만 동시에 마이크로 커넥트와는 멀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인터넷, 모바일 기술로 우리는 바다 건너 세계와 순식간에 연결되고 있지만 내가 사는 동네, 지역과의 연결은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있다"면서 "당근마켓은 중고거래로 시작했지만 내가 실제 살고있는 삶의 공간에서 이뤄지는 세밀한 연결에 주목했다. 초고속 인터넷 시대에 동네를 천천히 걸으며 기회를 발견했다는 뜻"이라 말했다.

당근마켓이 중고거래를 전면에 걸고 사업을 시작했으나 다양한, 아니 현존하는 모든 사업을 하이퍼로컬 플랫폼에 쏟아붓는 이유다.

김 대표는 "최근에는 세탁(세탁특공대), 청소(청소연구소), 아동 클래스(아이고고), 중고차(캐스팅), 이사(미소), 반려동물 케어(펫트너)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당근마켓 안에서 해당 서비스들을 심리스하게 원스톱으로 이용하실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올해 3월에는 동네 이웃들과 함께 운동, 어학 공부, 봉사활동 등 공통 관심사와 취미생활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같이해요 게시판'도 오픈했다. 이웃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는 공간인만큼 이웃간 정보 교류와 따뜻한 소통 창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근마켓은 하이퍼로컬 전략 아래 연결의 가치를 재정립, 거대한 연결이 아닌 우리 동네 기반의 연결을 지향한다는 뜻이다. 그 느림과 좁음의 미학 아래에서 다양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투입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작업이 진행되는 중이다. 그 최종 목적지는, 역시 커뮤니티라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재현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김재현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맘카페 필승전략은?
문제는 지역 기반 커뮤니티로 향하는 길이 마냥 쉬워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당근마켓이 준비하고 있는 하이퍼로컬 전략은 일단 성공적이지만, 수익 구조 등의 문제와 함께 당근마켓이 동네 기반 커뮤니티로 탄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통의 강자를 넘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각 지역의 맘카페다.

맘카페는 특유의 탄탄한 단결력으로 공론의 장이 열리기도 하며, 동네 소식을 가장 빠르게 전달하는 매개이자 일부 물품 구매의 창구가 되기도 한다. 당근마켓이 그들을 이길 수 있을까.

김 대표는 "맘카페는 우리가 넘어야 할 라이벌이 아니라 우리가 가야할 커뮤니티의 길을 먼저 보여준 좋은 사례"라면서도 "맘카페 커뮤니티는 아이를 가진 주부만 참여할 수 있고 폐쇄적인 운영이 대부분이지만 당근마켓은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우리 동네 플랫폼이라는 점이 강점이다"고 말했다.

모두가 함께하는 당근마켓의 강력한 범용성을 강조한 셈이다. 맘카페의 이용자들이 주부들이지만, 당근마켓의 주 이용자층도 주부라 핵심 고객층이 겹친다는 반론에는 "당근마켓은 주부 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 성별이 사용하는 플랫폼"이라 답했다.

최근 네이버 등을 필두로 오프라인 기반 지역 커뮤니티 전략이 가동되어 당근마켓이 위협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김 대표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신경이 100% 쓰이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지만, 당근마켓은 뾰족하고 날카롭게 전략을 준비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고객만 보고 달려갈 뿐이다. 그것만 신경쓰기에도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김재현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김재현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커머스인 듯, 커머스 아닌 듯
당근마켓은 지역 기반 커뮤니티를 최종 목적지로 설정한 후 이를 달성하기 위해 중고거래는 물론 취미의 공유 및 다양한 삶의 소식 등을 제공하는 전략을 마치 숙련된 토끼가, 아니 강아지가 땅에서 당근 뽑듯이 쑥쑥 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는 갑자기 커머스라는 화두를 꺼냈다. 당근마켓이 커머스 전략을 가동한단 말인가.

그는 "커뮤니티 플랫폼 조성의 중요한 키워드인 내 근처는 지역 소상공인과 주민들의 연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고객들은 내 근처에서 우리동네 다양한 가게 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고, 소상공인들도 지역 주민들에게 내 가게를 소개할 수 있다. 다양한 동네가게 정보와 이웃간 연결은 오프라인 가게를 찾는 지역 주민들의 발길로 이어져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나아가 "지역광고에 집중하면서도 커머스에 대한 관심도 있다"면서 이웃과 이웃이 서로 물품 배송을 돕는 배송 테스트를 포함해 내 근처 등에 도입될 다양한 커머스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의 의사결정 상 순식간에 가능성 타진을 접을 수 있지만"이라는 사족과 함께.

물론 당근마켓이 내 근처를 통해 진지하게 커머스를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선이며, 내 근처는 사실상 광고 플랫폼으로 봐야 한다. 김 대표의 말은 '당근마켓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 중 하나가 커머스지만, 그 커머스는 우리가 아는 이커머스와는 많이 다를 것'으로 요약된다. 

김재현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김재현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선을 넘는 자들에 대하여
당근마켓을 보면 세상에는 참 다양한 인생이 존재한다는 진리를 새삼 깨달을 수 있다. 재미로 치부될 수 있는 중고거래는 웃음을 자아내고 헌혈증서를 나누는 모습에는 숭고함도 느끼지만, 간혹 선을 넘는 콘텐츠들이 등장해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김 대표는 "인간의 존엄성을 헤치는 시도와 생명 거래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범죄행위"라며 "당근마켓에서도 관련 문제를 일으킨 이용자들과 관련해서는 영구 이용정지 등의 엄중한 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수사기관과 공조 체계를 이루고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범죄와 관련해서도 "신종 사기 수법 등 진화하는 범죄에 대해 계속 연구하고, 치밀하게 대응하는 기술 고도화에 끊임없이 매진하고 있다"면서 "채팅창 내에서도 사기나 성희롱 등 범죄 시도가 감지되면 각 상황에 따라 자동 경고 메시지 알림으로 주의를 환기시키고, 대화 상대방이 가입 정보와 다른 전화번호를 전송하거나 경찰에 신고된 계좌번호 등을 공유할 때에도 그 즉시 주의 안내 및 경고 메시지가 자동으로 노출되는 등 피해 예방과 이용자 보호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강력하고 즉각적인 대책도 가동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재현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김재현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삶의 공허함을 채워라"
당근마켓은 내가 살고있는 동네를 기록하며 연결하고 서로 만나게 한다. 이를 위해 정교하게 작업된 선들이 주민들을 연결하고 이용자들을 하이퍼로컬의 무대로 끌어낸다. 초고속, 초거대 인터넷 시대의 개막으로 우리가 놓치는 느리고 좁은 동네의 삶을 촘촘히 바느질한다. 그렇게 커뮤니티가 탄생할 수 밖에 없다.

그 커뮤니티는 사람 냄새가 나는 커뮤니티다. 김 대표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메타버스는 가상 세계에서의 만남을 주도하고, 지역간 경계를 허무는 최첨단 디지털 기술의 집약체지만,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세상의 이면에는 오히려 큰 상실감과 허무함이 남기도 한다"면서 "SNS로 전세계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시대지만, 현실에서의 삶은 오히려 공허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당근마켓은 모바일 기술로 이런 사람들의 상실감, 공허함을 채워주는 서비스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가까운 곳에 연결할 수 있도록 돕는 커뮤니티가 당근마켓의 유일하면서 우직한 비전인 이유다. 김 대표는 "더 많은 동네를 연결해 동네의 가치를 연결하겠다"면서 "이를 통해 가치가 재생산될 수 있도록 하겠다. 그것이 당근마켓이 보고있는 세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