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2020 LG전자-룩소프트-조인트벤처 설립 협약식 출처= LG전자
CES2020 LG전자-룩소프트-조인트벤처 설립 협약식 출처= LG전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전사 차원의 전장사업에 ‘드라이브’를 건 시점은 2018년 8월로 본다. 대형 인수합병과 함께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 순간이다.

변화의 시작

LG전자는 2018년 8월 1조4,400억원을 투자해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조명 제조기업 ZKW의 경영권을 인수한다.

ZKW는 자동차 헤드 및 테일 램프용 OLED를 제조해 벤츠·아우디·BMW·포르쉐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에 제공하고 있는 기업이다. 인수 당시 LG전자는 “미래형 자동차에 장착되는 고기능 차량램프 제조를 위해 ZKW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투자의 배경을 설명했다. LG전자의 전장사업이 탄력을 받는 중요한 변곡점이다.

숨을 고르던 LG전자는 2020년 1월 미국에서 개최된 CES(세계가전전시회·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2020를 통해 스위스의 소프트웨어 기업 룩소프트(Luxoft)와 조인트 벤처(JV) 법인 알루토(ALLUTO)의 설립을 위한 협약을 맺는다.

룩소프트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는 기업이며 LG전자는 룩소프트의 사업 영역에 포함된 자율주행·디지털 콕핏 등 미래형 자용차에 적용 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에 주목했다. 이 솔루션들은 탑승자가 미래형 자동차를 더 쉽게 제어함과 동시에 차량 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기술의 근간이며, LG전자 전장사업의 소프트웨어 전략이 고도화되는 배경이 된다. 

이후 알루토는 지난 3월 16일 온라인 행사를 개최하고 공식적으로 법인을 출범시켰다.

출범식 행사에는 LG전자 박일평 CTO(최고기술책임자) 사장과 룩소프트 드미트리 로스치닌(Dmitry Loschinin) CEO 등 양사의 주요 경영진들이 참석했다.

당초 LG전자가 계획한 알루토의 출범일은 1월 27일이었으나 당시 유럽 지역의 코로나19 급속 확산의 여파로 출범 일정이 연기됐다. LG전자는 알루토 설립의 초기 자본금인 약 40억원 중 21억원을 투자해 알루토의 지분 51%를 확보했으며 알루토의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산타클라라에 마련됐다.

출처= 알루토
출처= 알루토

알루토의 출범에 대해 박일평 사장은 “미래형 자동차는 이동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닌,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변화할 것”이라면서 “이러한 변화들을 이끌어 모빌리티 업계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것이 알루토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알루토는 LG전자의 ‘웹 OS 오토’ 플랫폼을 활용해 미래형 자동차의 헤드유닛(Head Unit)과 더불어 차량용 통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급하는 것을 주력 사업으로 정했다. 알루토의 대표이사에는 전기자동차 충전 네트워크 스타트업 ‘플러그서핑’의 창업자 애덤 울웨이(Adam Woolway)가, 최고전략책임자(CSO)에는 LG전자 웹 OS 담당 연구개발팀 김주영 팀장이 선임됐다. 울웨이 대표이사는 “LG전자의 웹OS와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독보적인 룩소프트의 강점이 내는 시너지를 통해 미래형 자동차에 최적화된 제품들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퍼즐의 완성 

LG전자 전장사업의 정점은 마그나 인터내셔널과의 만남이다.

지난해 12월 LG전자는 캐나다의 전장기업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자동차 파워트레인의 제조 및 공급을 위한 합작법인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LG Magna e-Powertrain Co.,Ltd)의 설립을 위해 상호간 합의가 성사됐음을 발표한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2021년 1월에 개최된 CES 2021에 참여한 두 기업은 합작법인에 대한 구체적 의견을 다시 한 번 밝힌다. 

CES 2021에서 마그나 인터내셔널의 제임스 토빈(James Tobin) 수석 디렉터는 “LG전자의 기술은 마그나의 250㎾ 출력 파워트레인 제조 공정에 반영될 것”이라면서 “인천에 본사를 마련할 합작법인의 공장에서는 수직 통합화(제품 생산의 모든 공정을 같은 회사에서 진행하는)의 방식으로 전기차 파워트레인 제품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작법인 전략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3월 개최된 주주총회에서 VS사업본부 내 전기자동차 파워트레인 관련 사업의 물적 분할을 승인했다. 아울러 직원 채용 절차를 진행해 VS사업본부의 인력을 보강함과 동시에 기존의 그린사업부에 소속된 임직원들 중 일부를 신규 법인으로 소속을 바꾸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 철수한 MC사업본부의 인력 100여명도 신설 법인으로 이동한다. 두 기업의 결합이 특정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점검하는 기업결합 심사도 주요 국가에서 대부분 완료됐다.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은 오는 7월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LG전자-마그나 합작 법인이 공식적으로 출범되면, LG전자 전장사업의 미래형 자동차 포트폴리오는 비로소 완성이 된다. LG전자의 전장사업 포트폴리오는 크게 3가지 사업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VS사업본부+알루토가 맡을 ‘인포테인먼트’, ZKW가 전담할 ‘차량용 헤드램프’ 그리고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이 맡을 ‘파워트레인’ 등이다. 

여기에 LG전자는 미래형 자동차의 범주에서 세부 영역으로도 기술적 역량의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LG전자는 미국의 전자기업 퀄컴과 협력해 차세대 커넥티드카에 탑재할 ‘5G 커넥티드카 플랫폼’을 개발했다.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를 아우를 수 있는 통합 기술 경쟁력의 구축을 도모하는 셈이다.

구광모 역할론

엘지마그나로 통칭되는 LG전자의 전장사업 배경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선택과 집중, B2B 전략에 대한 강한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구광모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계열사의 전력을 추스린 바 있다. 

실제로 구 회장은 2018년 취임과 동시에 연료전지 자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을 청산했고 LG디스플레이는 조명용 OLED 사업에서 손을 뗐다. LG전자는 수처리 운영회사인 하이엔텍 및 환경시설 설계 시공회사인 LG히타치워터솔루션을 매각했으며  LG이노텍도 스마트폰용 메인기판(HDI) 사업에서 철수, LG CNS도 일부 사업부를 매각한 바 있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은 분사했으며 LG화학은 중국 요케테크놀로지의 자회사 시양인터내셔널에 LCD 컬러필터 감광재 사업을 580억원에 양수했다. 중국 화학소재 업체인 산산(Shanshan)과는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LCD 편광판' 사업을 매각하기로 했다. LG전자가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한 것도 전형적인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평가된다.

2021 LG 디지털 신년사 영상에 등장한 LG그룹 구광모 회장. 출처= LG
2021 LG 디지털 신년사 영상에 등장한 LG그룹 구광모 회장. 출처= LG

이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전력은 새로운 성장 동력에 집중된다. 엘지마그나를 '선택하고 집중'한 LG전자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구 회장의 B2B 본능도 눈길을 끈다.

고 구본무 회장이 여전히 활동하면 2018년 초, LG전자는 상업용 디스플레이 전시회 ISE 2018(Integrated Systems Europe 2018)에서 활동하는 당시 구광모 상무의 존재감을 보도자료를 통해 갑자기 부각시킨 바 있다. 여러가지 포석이 있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구광모 당시 상무가 B2B 전략의 선봉 중 하나인 상업용 디스플레이 무대에서 활동했다는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구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B2B에 특화되어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전장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엘지마그나 전략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B2B를 통해 내실있는 비즈니스를 가동하는 것을 선호하는 구 회장 스타일과 제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권봉석 LG전자 CEO 등 최고 경영진들과의 시너지가 창출되며 전장사업의 날카로움이 배가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