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035720)가 국내 주식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시가총액 64조원을 기록, 3위에 오르며 네이버의 존재감을 위협하고 있다.

카카오의 최근 상승세를 이끈 대표적인 포트폴리오는 카카오페이의 보험업 진출에 대한 기대감, 핀테크 자회사의 기업공개, 그리고 카카오커머스의 합병에 따른 이커머스 시장 전략 고도화를 꼽을 수 있다. 여기에 카카오모빌리티를 중심으로 하는 이동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전략과 콘텐츠 전략도 눈부시다는 평가다.

120여개에 달하는 자회사의 강력한 시너지와 이를 연결하는 카카오톡의 모바일 본능이 핵심 전력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몸집이 커지고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질수록 카카오의 리스크도 그와 비례해 커진다는 점은 부담이다.

출처=카카오
출처=카카오

신바람 카카오의 3개 호재
카카오의 최근 주가 상승을 이끄는 직접적인 소재 중 하나는 카카오페이의 보험업 진출 초읽기다.

사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존재감도 상당하지만 현재의 분위기로 보면 카카오페이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더욱 크다는 것에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 정점이 카카오페이의 디지털 손해보험사 예비인가 획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11차 정례회의를 통해 카카오페이에 대한 손해보험사 예비인가 결정을 내렸으며 △자본금 요건 △사업계획 타당성 △건전경영 요건 등을 모두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카카오페이가 향후 관련 인프라를 완비해 6개월 내 본허가를 신청할 경우 본인가는 1개월 내 나올 전망이다. 카카오페이는 본인가를 자신하고 있으며 이르면 하반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카카오페이의 보험 영업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의 새로운 실험이 기존 보험업계는 물론 보맵 등 기존 인슈어테크 기업까지 몰아치는 태풍의 핵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사업 초반 미니보험을 통해 시장에 진입한 후 장기적 관점에서 자동차 및 암보험 등으로 영역을 넓힐것으로 예상되며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기존 보험업계와 인슈어테크 기업들이 해내지 못한 영역까지 빠르게 진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빅테크 기업들이 보험사와 제휴해 제한적인 중개 서비스에만 머물렀다면, 카카오페이는 직접 보험상품을 개발해 시장에 파고들 수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기존 보험업계가 수익성이 다소 떨어지는 미니보험에 미온적인 상황에서 여기에 일차적으로 승부를 본 후 장기적 관점에서 강력한 플랫폼 존재감을 보여준다면 보험시장의 대격변도 벌어질 수 있다. 카카오페이가 보유한 방대한 빅데이터가 적절히 가동될 경우 그 파급력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의 기업공개가 진행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들은 각각 16조원, 40조원의 기업가치를 자랑하고 있으며 지난 4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에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는 입장이다.이 역시 카카오 주가 상승의 배경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커머스의 합병도 카카오 주가 우상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 등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달 중 이사회를 열어 카카오커머스를 100% 흡수합병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2018년 12월 분사된 카카오커머스를 다시 본사로 불러들이는 셈이다.

온라인 기반 카카오점을 통해 카카오와 카카오커머스의 시너지를 내는 것이 핵심이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쇼핑하기, 카카오스타일을 비롯해 B2B 서비스인 선물하기 포 비즈 등을 보유한 카카오커머스의 역량을 물류 인프라 확충으로 끌어내어 카카오가 직접 관리하는 그림이 나올 전망이다. 최근 플랫폼 생태계가 크게 살아나고 있는 카카오메이커스의 자체 경쟁력을 키우기에도 카카오로의 단일 전략이 더욱 유리하다는 내부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커머스는 오는 7월 스타일사업부문을 인적분할 한 후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와 합병해 자연스럽게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 전략 일부를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를 중심으로 하는 이커머스 판을 키우면서 물류 인프라 등의 결합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네이버와 쿠팡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호령하고 있지만 아직 완전한 '승자'는 가려지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이커머스 시장 전반에서 규모의 경제로 맞불을 놓겠다는 각오다. 역시 주가 상승의 핵심이다.

모빌리티, 콘텐츠도 쑥쑥
120여개에 달하는 자회사들의 시너지도 충실하게 살아나는 가운데, 역시 기업공개를 앞 둔 카카오모빌리티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글로벌 투자사 TPG컨소시엄과 칼라일로부터 총 1억2,500만달러(1,40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TPG컨소시엄, 칼라일, 구글에서 유치한 누적 투자금액은 약 9,200억 원으로 국내 모빌리티 업계 최대 규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서비스만 10조원 규모에 달하는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카카오 T 벤티, 카카오 T 블루 등을 선보이며 택시 서비스 다변화와 신규 수요 창출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리, 주차, 내비게이션 등의 영역에서도 독보적인 역량을 자랑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개형 이동 서비스를 넘어 카카오 T 내 2,000만명의 자차 소유자를 위한 세차, 정비, 전기차 충전 등의 서비스를 출시해 연간 10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차량 애프터마켓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 여세를 몰아 3분기에는 퀵 서비스를 선보이며 ‘사물과 서비스의 이동'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TaaS(Transportation as a Service) 실현을 더욱 앞당긴다는 전략이다.

김종윤 칼라일 아시아 파트너스 한국대표(Managing Director)는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최대 MaaS 플랫폼으로서 모빌리티 산업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이번 추가 투자는 칼라일이 카카오모빌리티의 비즈니스 전망과 지속적인 성장, 혁신에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도 카카오모빌리티만의 독자적인 빅데이터 분석과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경계를 확장해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콘텐츠 경쟁력도 탄탄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7일 이사회를 열어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쉬를 인수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카카오엔터는 타파스의 지분 100%를 확보했으며 래디쉬는 이사회 과반 이상이 회사 매각을 결정해 5월 중 텐더오퍼(공개매수)를 진행하여 최종 인수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이번 인수를 계기로 타파스의 김창원 대표와 래디쉬의 이승윤 대표는 각 기업의 경영자로 지속 참여하고, 카카오엔터의 GSO(글로벌전략담당)를 맡는다. 북미시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카카오엔터의 글로벌 전반에 걸친 비즈니스에서 역량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타파스는 2012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북미 최초의 웹툰 플랫폼으로 2020년 매출이 전년대비 5배 성장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타파스를 지난해 11월 해외 관계사로 편입시킨 후 ‘사내맞선’, ‘승리호’, ‘경이로운 소문’, ‘나빌레라’등의 카카오엔터 주요 IP를 타파스를 통해 북미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카카오엔터의 약 80여개 IP가 약 9만 여개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는 타파스 매출의 절반을 견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래디쉬는 2016년에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모바일 특화형 영문 소설 콘텐츠 플랫폼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에 강하며 2020년에는 연 매출이 10배 이상 증가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카카오재팬의 픽코마도 순항하고 있어 카카오의 콘텐츠 전략은 더욱 날카로워질 전망이다.

핵심은 모바일 DNA
카카오가 대장주 넘버3를 넘보게 된 단기적인 이유는 자회사들의 선전이지만, 핵심은 카카오톡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DNA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정교하게 짜여진 비즈니스 모델이 탄력을 받으며 무궁무진한 사업 기회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카카오톡 자체가 기반 인프라가 되어 현존하는 세상의 모든 서비스를 담아내는 분위기다.

다만 카카오톡이라는 기반 인프라, 즉 고속도로에서 카카오의 손으로 만들어 낸 수 많은 카카오 서비스들이 움직이며 그와 비례해 정부의 규제 등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당장 '모든 일이 카카오의 손에서 벌어진다'는 지적은 '대기업의 횡포'라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

이정훈 ICT테크인사이드 연구위원은 "카카오톡이라는 특유의 모바일 DNA를 살린 카카오가 웹 시절부터 포털로 성장한 네이버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는 점은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카카오톡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지만 역으로 이는 규제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