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흠슬라' 열풍을 일으킨 HMM(011200)이 주가 순항에 암초를 만났다. 이달 말 만기를 앞둔 전환사채 부담과 높은 공매도 거래량 등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MM은 전 거래일 대비 1,400원(3.12%) 오른 4만6,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말 3,000원 수준이던 주가가 반년 만에 10배 이상 오른 셈이다. HMM은 지난 5월 말 5만원을 넘은 이후 조정을 받다 지난 10일부터 다시 반등하고 있다.

HMM의 강세는 글로벌 해운 운임 강세 덕분이다. HMM의 매출의 90%는 컨테이너선을 이용한 해상운송에서 나온다. 즉, 컨테이너 운임이 HMM 실적과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이날 해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1일 기준 TEU당 3703.93포인트를 기록했다. 전주(지난 6월 4일) 대비 90.86포인트 상승하며 5주 연속 최고 운임 기록을 경신했다.

글로벌 해운 운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으면서 수직 상승하고 있다. 올해 들어선 지난 1월 15일 2,885.00포인트를 정점으로 하락 추세를 보였지만 수에즈 운하 봉쇄 사태가 터지면서 반등하기 시작해 4월 마지막 주 3,100.74포인트까지 급등, 지난 5월부터 다시 오르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 출처=한국관세물류협회, Shanghai Shipping Exchange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 출처=한국관세물류협회, Shanghai Shipping Exchange

이에 따라 HMM의 실적 또한 쾌속 순항 중이다. HMM의 지난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4.9% 오른 2조4,280억원,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한 1조193억원이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만으로 지난해 총 영업이익(9,808억원)을 뛰어넘었다.

업계에서는 HMM이 지난 3월 말부터 1만6,000TEU급 신조 선박을 본격적으로 투입하기 시작했다며, 올해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3조원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했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HMM의 매출액, 영업이익 컨센서스(6개 증권사)는 각각 10조1,088억원, 3조9,636억원으로 나타났다.

다만 HMM에 대한 증권가 전망은 밝지 않다. 삼성증권, 대신증권 등 대부분의 증권사는 최근 HMM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하거나, 이를 유지하고 있다.

먼저 이달 만기가 임박한 산업은행의 전환사채(CB) 불확실성이 가장 큰 우려로 꼽힌다.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3,000억원(6,000만주)규모의 CB는 오는 30일 만기를 맞는다. 산업은행은 오는 29일까지 HMM CB의 주식 전환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HMM의 주가가 올해 10배 이상 오른 만큼 주식 전환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문제는 산업은행의 차익실현 시점이다. 이날 기준 HMM의 총 발행 주식은 3억4,539만2,487주로, 현재 산업은행은 전체의 17.37%에 이르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해당 주식이 시장에 대규모로 나올 경우 주가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산업은행의전환사채 출자전환으로 HMM 주가가 10% 가량 희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높은 공매도 거래 규모도 부담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6월 7일~11일) 기준 코스피에서 공매도 거래가 두 번째로 많은 종목은 HMM으로 집계됐다. 해당 기간 HMM의 공매도 거래량은 387만7,467주, 공매도 거래대금 1,694억4,237만원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잔고 또한 지난 9일 기준 813만5,012주로, 지난 5월 초 35만주 수준에서 급격하게 늘어났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HMM 주가의 상승 속도가 너무 빨라 동종업계 대비 고평가 되고 있는 것이 부담 요인"이라며 “산은이 보유한 전환사채 3,000억원이 출자전환되면 밸류에이션 부담이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현재의 해운 호황에는 수요 강세도 물론 있지만, 컨테이너 이송 차질에 따른 공급자 측 요인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며 "미 서부 항만 적체가 전년 11월 수준까지 완화되고 있으며, 컨테이너 수급 지표 역시 개선세인 점 등을 염두에 두고 피크아웃 신호들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