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정민 기자] 동이 트기도 전인 새벽녘.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캐리어를 끌며고나서는 길. 출발하는 공항버스 안 한산한 길을 바라보며 두근거리던 마음. 근심 가득한 일상을 벗어나 가본적 없는 나라, 바다 건너 미지의 공간으로 향하는 설렘의 기억.

비대면 트렌드 시대가 도래하면서 오감을 자극하는 체험형 매장이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제품 판매를 위한 진열보다 ‘고객 경험’이 우선인 매장으로 소비자 발길이 잦아지고 있어서죠. MZ세대 메카 홍대에 위치한 AK&홍대는 개성있는 테마, 색다른 체험 공간을 마련해 젊은 층에게 휴식과 경험을 동시에 제공하는 장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진=이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사진=이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지난해 전 세계에 번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하늘 길을 막으면서, 우리는 1년여간 발이 묶이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소비자의 여행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는 공간이 AK&홍대에 등장했습니다. 1층에서 만나는 기내식 카페 팝업스토어 ‘여행의 행복을 맛보다(여행맛)’가 바로 그것인데요.

장거리 비행에 있어 ‘기내식’은 해외여행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죠. 이 기내식 카페 팝업스토어는 시중에서 접할 수 없는 기내식을 맛보며 땅에서 해외여행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제주항공의 상징 주황색으로 꾸며진 카페는 입구마저 탑승구처럼 꾸며졌더군요.

‘게이트(Gate) 32’를 통과하면 내부 곳곳에 비행기에 탑승한 느낌을 자아내는 요소들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비행기 티켓 디자인 영수증 ▲사이판·도쿄·베이징·싱가폴 현지시간을 알리는 시계 ▲기내식 카트 ▲‘승무원 외 출입금지(CABIN CREW ONLY)’가 쓰여진 천막 ▲항공기 창문처럼 장식한 창가 ▲명찰부터 유니폼까지 갖춰 입은 승무원 등. 

카운터에 다가가 메뉴를 둘러보니 ‘불고기 덮밥’, ‘흑돼지 덮밥’, ‘파쌈불백’, ‘승무원 기내식’(특식) 등이 있었습니다. ‘승무원 기내식’을 주문한 후 자리에 앉자 승무원이 기내식 카트를 끌고 직접 서빙합니다. 이들은 실제 제주항공 승무원이었습니다. 총 10명이 2조로 교대하며 근무하고 있었죠. 카트에서 기내식을 꺼낸 승무원은 “실례합니다. 기내식을 준비하겠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오”라고 말해 순간 비행기 안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사진=이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사진=이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오늘의 승무원기내식(특별식)은 ‘치즈불닭’이었습니다. 기내식 쟁반(트레이)에 메인 메뉴와 샐러드, 빵, 김치, 계란찜 등 사이드 메뉴도 담겨있습니다. 밥 위에 한입 크기 매콤한 양념 닭고기, 모짜렐라 치즈가 더해진 이 기내식 가격은 1만1,000원. 구성에 비해 가격이 비싼 듯 여겨졌으나 이색 경험 탓인지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창가 테이블에 자리한 한 커플은 “지나고 보니 태국이 진짜 좋더았다”, “맞아, 너무 예뻤는데...”라며 ‘여행’ 이야기로 대화의 꽃을 피우더군요. 코로나19로 한동안 접할 수 없었던 ‘여행의 행복’을 잠시 맛볼 수 있었고, 잊었던 과거 여행의 추억도 회상할 수 있었죠. 해외 여행에 대한 그리움으로 답답한 오늘의 도심 속 휴가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사진=이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사진=이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눈으로 즐길 거리도 찾아 봤습니다. AK&홍대 4층에는 특별한 전시장이 있었는데요. 글로벌미디어 아트 전시그룹 ‘네이처랩스’가 주관하는 ‘플라워 바이 네이키드(FLOWERS BY NAKED)’입니다. 플라워 아트작품으로 구성된 미디어 전시관인데, 평일 기준 약 140명, 주말에는 약 200명 이상 방문할만큼 인기라고 합니다. 

입장하자마 식물 오브제와 디스플레이 속 꽃에 둘러 쌓입니다. 알록달록한 물방울이 뿜어져 나오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집니다. 첫번째 공간 ‘이야기의 시각’을 지나면 후각과 촉각으로 자연의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는 칠(Chill) 존이 등장하는데요. 달콤한 꽃향기가 후각을 자극하더군요. 한 켠에 자리한 벚꽃나무는 진짜 나뭇가지와 벚꽃 영상의 조합으로 독특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사진=이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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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날리는 꽃잎으로 가득찬 단델리온(Dandelion) 공간에서는 민들레꽃 오브제에 다가가 박수를 치면 씨앗이 피어오릅니다. 기존에는 입김을 부는 방식이었으나 코로나19로 변경됐다고 하네요. 한 관람객은 “제주도 새별오름 생각난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딱딱한 콘크리트 벽으로 이뤄진 내부이지만, 사방의 미디어 디스플레이어 속에서 직접 움직이고, 맡으며 숲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밖에도 AK&홍대 매장 곳곳에는 스트리트 브랜드, 팝업스토어, 굿즈, 피규어 등 MZ세대를 사로잡을 만한 요소들이 존재합니다. 요즘 떠오르는 ‘핫플’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무더워지는 여름이 왔지만, 여름 휴가 계획은 커녕 일정조차 세우지 못하는 요즘입니다. 매년 떠나던 여행의 그리움을 달래며 색다른 경험을 즐기고 싶다면  AK&홍대에서의 하루는 어떨까요.  입과 눈, 그리고 귀가 모두 즐거워지는 이색 체험으로 오늘의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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