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도다솔 기자] HMM의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의 보유 전환사채(CB) 만기가 이달 30일로 다가오면서 주식 전환 여부에 업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해운업 호황이 오는 3·4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HMM에 대한 산업은행의 계획은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10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은이 보유 중인 3,000억원 규모(6,000만주)의 190회 HMM CB 만기가 오는 30일 도래한다. 이에 따라 산은은 29일까지 해당 CB의 주식전환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산은에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산은이 보유 CB 전체를 주식으로 전환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산은이 만기 상환을 택하면 원금과 이자까지 3,300억원가량을 한 번에 받을 수 있지만 주식으로 전환하면 2조원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산은이 보유한 HMM의 지분이 높아지는 만큼 지분 매각을 통한 HMM 민영화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정부가 지속해서 해운업 재건에 대한 의지를 밝혀온 만큼 산은이 대규모 차익을 남기는 선택을 하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산은의 CB 전환물량은 6,000만주로 현재 유통주식수의 17.37%에 달한다. 전환 후 산은의 지분율은 24.9%까지 올라간다.

아울러 산은이 일부만 주식으로 전환하고 일부는 상환하거나 CB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으로 리파이낸싱(재융자)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산은의 행보에 관한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산은은 신중한 분위기다. 장내 매각 시 주가 충격 우려와 경영권 분쟁 등 걸림돌도 존재해 전환 규모나 매각 방법 등에 있어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까진 결정된 바는 없지만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산은의 선택은 어디로 

해운업황 호조로 HMM 주가는 1년 만에 10배가량 치솟고 정상화 궤도에 올라섰다. HMM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조19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실적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2분기도 1조원이 넘는 흑자를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HMM에 대한 산은의 선택은 세 가지로 예상해볼 수 있다. 첫 번째로는 만기상환을 결정하고 빌려준 3,000억원에 이자율 3%를 더해 3,300억원으로 돌려받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산은은 실현가능한 대규모의 이익을 포기해야하고 3,300억원의 전환사채 대금을 지급하게 되면 HMM의 재무상황이 불안정해질 우려가 있어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HMM은 지난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재무건전성 지표인 부채비율은 455.1%, 유동비율은 80.1%로 재무건전성은 여전히 아슬아슬한 수준이다.

두 번째는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커 보이는 선택지다. 산은이 보유한 HMM 지분율은 11.94%인데 전환권을 행사할 경우 지분율은 24.9%까지 오른다. 이 경우 HMM에 대한 매각설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주식전환 후 일부 주식을 매각해 투입한 공적자금을 다소 회수한 뒤 자본재조정(리파이낸싱)에 대한 가능성이다. 이는 산은이 HMM의 경영 정상화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내려졌을 경우 고를만한 선택지다.

산은은 HMM 매각설에 대해 선을 긋고 있지만 시장에선 영업 정상화에 오른 지금을 적기로 보고 있다.

지난해 산은은 HMM의 매각을 위해 포스코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연임 문제 때문에 진척을 이루지 못했지만 여전히 가능성은 남아있다. 포스코의 연간 물류비는 3조원대인데, HMM을 인수하면 물류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는 데다가 다양한 부대 사업을 발굴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CJ그룹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산은이 곧 HMM의 지분 일부를 매각하거나 전환사채를 매각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산은의 CB 처리가 HMM 민영화와 이어질 것이란 게 업계의 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