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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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양도세가 늘어나기 전에도 세금이 무서워 집을 못 내놓겠다는 집주인들이 있었다. 앞으로는 더욱 나오기 힘들 것이다"

지난 1일부터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작된 가운데, 1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호가는 아직 변동이 없고, 매수 문의는 많지 않다"면서도 이같이 전했다. 그는 "그래도 5월에는 매매를 할지 보류할 지 고민하던 이들이 있었지만, 이들마저도 없다. 버티는 이들은 가격을 높여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래세 부담이 늘어나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는 매물 잠김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서울은 양도세 중과세율이 주택 수에 따라 20~30%포인트까지 높아진다. 2년 단기 보유의 경우 양도세율은 기존 40%에서 최대 70%까지 적용된다.

특히 고가주택이 밀집된 강남권 일대는 부담이 크다. 과세표준 10억원을 초과할 경우 최고세율 45%를 부과하는 부문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3주택자는 75%가 적용되는 셈인데, 지방소득세까지 더하면 세율은 최대 82.5%로 오른다. 하지만 기존에도 세금이 62%(5억원 초과 42%+중과세 20%포인트)로 결코 낮지 않아 매도가 쉽지 않았다.

세금 아끼려 증여·용도변경 불사

상황이 이렇자 집을 팔기보다 세금 회피를 선택하는 경우가 급증했다. 이 가운데 강남권은 증여가 급증했다. 올해 1~4월 강남구의 아파트 증여 현황은 1,081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572건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40% 이상 늘어났다. 아파트 매매 거래가 1,075건에서 1,171건으로 소폭 증가한 것과 비교된다.

빌라의 경우, 주택을 상가 등으로 변경해 다주택자 자격을 피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건축업자는 "양도세와 종부세가 인상되면서 주택을 사무소나 근린생활시설로 바꾸겠다는 것"이라면서 "이런 문의가 갑자기 늘어난 것이 최근 몇달"이라고 전했다.

당초 정부의 의도와는 다른 양상이다. 지난해 홍남기 부총리는 7.10 부동산세 대책을 발표하면서 "양도세 인상시 주택 매물 잠김 부작용을 고려해 1년 정도의 기간을 설정했다"면서 "내년 6월 1일까지는 양도세를 감안해 주택을 매각하라는 사인으로 봐달라"고 밝힌 바 있다. 

거래 시 신고가 경신 속출

이처럼 시장에는 예상보다 적은 물량이 풀렸고, 집값은 지속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이달 첫째 주 주간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11%를 기록했다. 4주 연속 0.1%대 상승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집값이 급등하면서 매수자들 또한 관망세로 접어들었지만, 매물이 잠기다보니 거래가 이뤄지면 직전 실거래보다 높은 가격에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강남구 청담동의 '청담대림'(271가구) 전용 81㎡는 이달 20억2,000만원에 실거래 신고가 이뤄졌다. 이는 1월 19억5,000만원에 거래된 뒤 수천만원 오른 가격으로, 아직 등기이전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해당 아파트는 중소 규모에 건축된 지 20년이 넘은 구축에 대출 규제가 있음에도 거래가 이뤄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 기준 15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가 밀집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에서는 이달 총 13건의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이 중 4건은 직전 실거래가보다 오른 가격에 팔렸다. 실거래 시스템은 계약일을 기준으로 한다.

전문가들은 올해 고점 경신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가운데,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 재건축 집값이 떨어져야 집값이 내린다는 것이 정설"이라면서 "고가 아파트는 실거래가와 비슷하거나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되고 있고, 중저가 밀집 지역도 계속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매도자와 매수자가 원하는 호가 간의 간극이 커지면서 거래는 절벽이지만, 일단 거래가 되면 높은 가격에 매매가 되는 것"이라면서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이 이뤄져야 하며, 다주택자들 또는 재고주택 시장의 매물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양도세 검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