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대규모 재건축 이주를 앞둔 서초구 일대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재건축 사업이 집중된 반포동을 중심으로 일부 아파트 전·월세 매물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고가 단지의 전세가격 호가 역시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갭이 다시 줄면서 지역의 갭투자 수요 역시 다시금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2,400여세대 전세 ‘0’

서초구 반포동 1,612세대의 ‘아크로리버파크’는 현재 극심한 전세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해당 단지의 중개업자들에 따르면 9일 현재 등록된 해당 단지의 전·월세 매물은 10건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월세가 8건으로, 전세 매물은 사실상 2건이다. 84㎡ 기준 현재 전세 보증금은 22~23억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같은 평형(21층)의 전세 보증금은 15억원이었다. 2주 사이에 보증금만 약 8억원 가량 상승한 셈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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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반포 리체’ 아파트 역시 1,119세대 중 전세로 나온 매물은 3건, 월세 매물도 4건에 그친 상태다. 지난달 1일 11억 중반대(59㎡)를 기록한 전세 가격은 이달 9일 이미 13억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다.

2,444세대 규모의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 온라인 부동산 실거래가 정보 사이트에 등록된 해당 단지의 매물은 50건이다. 이 중 매매용으로 나온 매물 44건과 월세 매물 6건을 제외하면 9일 기준 등록된 전세 매물은 현재 단 한 건도 없다. 해당 단지 내의 한 중개업자는 “남아있던 매물도 거의 나갔고, 현재 전세로 나오는 매물은 1건도 없는 상황인데다 전세 수요는 여전해 호가만 계속해서 상승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84㎡의 전세 보증금이 20억원에 계약되면서, 해당 면적 기준 신고가를 새로 썼다. 종전 신고가는 2월의 19억5,000만원이다.

서초구 일대 아파트의 전·월세 매물이 감소한 것은 올해 하반기에만 최대 4,000여 가구 이상의 재건축 이주수요가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2,100여가구의 반포 1·2·4 주구를 시작으로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역시 약 1,500가구가 이주를 앞두고 있다. 신반포18차와 신반포21차 역시 약 300여세대 정도의 이주 수요가 예정돼 있다. 특히 반포동의 경우 지난해부터 재건축 착공으로 인한 이주 수요로 인해 전세 물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일대 업자의 설명이다.

거시적인 통계에서도 서초구 아파트의 전세 매물 감소세와 가격 상승세는 뚜렷하다. 아파트 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 4월 9일 기준 전체 985개에서 이달 9일에는 819개로 줄어들었다. 2개월 만에 16.8% 가량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아파트 월세 매물 역시 894개에서 749개로 줄어 16.2% 가량 줄어들었다.

전세가격 변동률 역시 서초구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재건축 이주가 가시화되면서 서초구 일대의 아파트 전·월세 가격도 지난달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3일 기준 0.01%에 불과했던 서초구의 전세가격 변동률은 10일에는 0.04%로 확대됐고, 이주수요의 영향이 본격화된 17일부터 0.07%로 상승폭을 더욱 키웠다. 특히 한국부동산원이 본격적인 매물감소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 24일 시점에서 상승폭을 0.16%까지 급격히 올렸고, 31일 기준 변동률이 0.26%로 급등했다.

전세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매매가격과의 갭 차이가 줄어들면서,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갭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지난 4월 이후 갭투자 거래가 가장 증가한 자치구는 서초구다. 아실에 따르면 4월부터 현재까지의 서울 서초구의 갭투자 거래는 64건을 기록했다. 강남구가 54건, 송파구가 50건이다.

실제 서초구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의 경우, 84㎡ 기준 매매가격은 28억6,000만원, 전세는 16억원으로 갭이 12억6,000여만원을 기록했다. 반포자이나 래미안 퍼스티지, 아크로리버파크 역시 15억원에서 18억원 사이에 갭을 유지하고 있다.

서초구의 한 중개업자는 “임대차 3법 영향으로 추후 전세 가격이 갱신 기점을 기준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주수요 역시 겹쳐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춰 앞으로도 서초구 이외 인근 지역으로 전세 상승이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구축 아파트가 갭이 적지만 신축 아파트에서 이런 갭투자 수요가 더 많은 편이다. 활발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전세가격이 상승하면서 갭투자 수요가 꾸준히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