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친환경차 전시회 EV 트렌드 코리아가 새로운 이름인 ‘xEV 트렌드 코리아’로 재단장해 국내 업계 종사자나 일반 고객들을 2년만에 다시 찾아왔다. 행사는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해 조심스럽게 진행됐지만 참가 측의 적극적인 홍보 활동과 방문객들의 큰 관심 속에 활력을 보였다.

9일 서울 삼성동 소재 코엑스 B홀에서 열린 친환경차 전시회 xEV 트렌드 코리아 2021의 행사장 입구 전경.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9일 서울 삼성동 소재 코엑스 B홀에서 열린 친환경차 전시회 xEV 트렌드 코리아 2021의 행사장 입구 전경.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홀B에서 열린 xEV 트렌드 코리아 2021의 행사장을 방문했다.

행사 주최측인 코엑스 xEV 트렌드 코리아 사무국은 올해 세 번째 개최한 행사명을 당초 ‘EV 트렌드 코리아’에서 소문자 알파벳 엑스(x)를 하나 더 붙였다. 전시장에 마련된 완성차 컨텐츠의 저변이 확장된 점이 반영된 결과다.

행사가 지난 2018년과 2019년 각 해에 EV 트렌드 코리아라는 명칭으로 열렸을 땐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으로만 움직이는 순수전기차(BEV)에 행사 초점이 맞춰졌다. 반면 올해 행사엔 순수전기차 뿐 아니라 수소전기차(FC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다양한 형식의 전기차가 행사장에 전시됐다.

EV(Electric Vehicle)라는 약자는 엄밀히 따질 경우 순수전기차 뿐 아니라 모든 형태의 전기차를 아우르는 표현이다. 다만 완성차 업계에선 순수전기차를 지칭하는 단어로 흔히 쓰인다. 이번 행사의 주최 측은 이 같은 업계 관행을 고려해 현장에 전시된 여러 전기차들을 아우르는 표현을 행사명에 썼다.

행사장의 현대자동차 부스에 전시된 차세대 전기차 아이오닉 5.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행사장의 현대자동차 부스에 전시된 차세대 전기차 아이오닉 5.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주인공은 ‘아이오닉5·EV6’…전기이륜차·이동충전기에도 눈길

xEV 트렌드 코리아 사무국에 따르면 이번 행사엔 업체와 기관, 지자체 등 50곳이 참여해 450개에 달하는 부스를 운영한다. 각 참가 측은 전기차 신차나 신규 충전 시스템 등의 성능을 뽐냄으로써 일반 방문객의 눈길을 끌거나 사업자 방문객과 구매 상담을 진행했다.

이날 가장 눈에 띈건 전기차 제품 분야의 부스들이다. 완성차 업체 가운데에선 현대자동차와 기아

김현수 롯데렌탈 사장이 기아 부스에 마련된 신규 전기차 EV6의 운전석에 올라타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김현수 롯데렌탈 사장이 기아 부스에 마련된 신규 전기차 EV6의 운전석에 올라타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양사가 참석해 아이오닉 5와 EV6를 전시했다. 이 가운데 EV6는 대중에 처음 공개됨으로써 많은 방문객들의 관심을 받았다. EV6는 기아의 차세대 전기차로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바탕으로 개발됨으로써 우수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 5는 앞서 지난 4월 출시됐음에도 이날 전시장에서 많은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는 완성차 시장에 들이닥친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고객들에게 원활히 출고되지 못함에 따라 여전히 공도에서 아이오닉 5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방문객들은 아이오닉 5의 실내외 곳곳을 가까이서 살펴보거나 안에 타보는 등 비상한 관심을 드러냈다.

디앤에이모터스로 사명을 바꾼 대림모터스가 이날 행사장 부스에 전시한 전기 스쿠터 EM-1.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디앤에이모터스로 사명을 바꾼 대림모터스가 이날 행사장 부스에 전시한 전기 스쿠터 EM-1.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두 업체 뿐 아니라 트럭, 버스, 자전거, 오토바이 등 차종별 전기차 모델이 각 부스에 전시됐다. 소형 전기 상용차 업체 제이제이모터스(JJ모터스)는 한국지엠의 다마스, 라보 등 경형트럭을 바탕으로 개발한 전기화물차 비바(VIVA), 브라보(VRAVO) 등 두 모델을 비롯해 1톤 전기트럭 젤라(ZELLA)EV와 전기 중형 승합차 브이버스60(VBUS 60) 등 모델을 전시했다. 디엔에이모터스로 사명을 바꾼 대림모터스는 이달 초 출시한 배터리 탈부착형 전기 오토바이 EM-1을 선보였다.

전기 상용차 업체 제이제이모터스가 행사장 부스에 전시한 전기차 제품인 브라보(왼쪽)와 비바.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전기 상용차 업체 제이제이모터스가 행사장 부스에 전시한 전기차 제품인 브라보(왼쪽)와 비바.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자동차에 비해 사업 영역 상품으로 분류되는 충전기 부문에서도 다양한 신기술이 현장에서 시연됨에 따라 일반 방문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충전전문업체 모던텍이 이날 행사장에 전시한 로봇팔 충전기.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충전전문업체 모던텍이 이날 행사장에 전시한 로봇팔 충전기.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전기차 충전 전문 업체 모던텍은 충전 커넥터를 탑재한 로봇팔을 움직여 전기차 충전구에 스스로 결속해 차량 배터리를 충전하는 제품을 시연했다. 내년 초 상용화를 목표로 현재 실증 과정이 이뤄지고 있는 해당 제품은 충전구를 어떠한 각도로 내보인 전기차든 도달 범위 내에 있으면 사각지대없이 충전구에 결속할 수 있는 특징을 갖췄다. 카메라와 센서 등MF 통해 구현한 기술이다.

충전전문업체 에바가 시연해보인 이동형 충전기.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충전전문업체 에바가 시연해보인 이동형 충전기.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또 다른 충전 전문업체인 에바(EVAR)는 사람의 조작 행위나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움직이는 이동형 충전기로 실내 주차장을 배회하며 전기차를 급속 충전하는 제품을 선보였다. 마찬가지로 실증을 거치고 있는 제품이지만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충분히 구축하기 어려운 구역에 적합한 솔루션으로서 조명받았다.

이밖에 충청북도, 미국 워싱턴주 상무부 등 지역 관련 기관이 참석해 전기차나 차량 충전 인프라에 관한 사업을 지역에서 전개할 수 있도록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펼쳤다.

9일 오전 10시경 xEV 트렌드 코리아 2021이 열린 직후 내부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9일 오전 10시경 xEV 트렌드 코리아 2021이 열린 직후 내부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xEV 트렌드 코리아, 축소된 입지는 아쉬워

다만 이날 행사에서 다소 의아했던 점은 앞서 2년 전 참석했던 EV 트렌드 코리아 2018에 비해 행사 열기가 식은 점이다.

실제 이날 행사 부스 가운데 다수는 xEV 트렌드 코리아와 동시에 코엑스 1층 홀A에서 열린 2차전지산업 전문 전시회 ‘인터 배터리(InterBattery) 2021’에 마련된 부스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9회째 열린 인터 배터리는 배터리와 관련 소재, 장비 등을 전시하고 업체별 기술력과 산업 동향을 보여주는 전시회다.

이번에 마련된 부스 450개 가운데 xEV 트렌드 코리아 행사장에 마련된 부스는 50개다. xEV 트렌드 코리아가 인터배터리에 비해 짧은 개최 역사를 가지긴 했지만, 2019년 기준 방문객이 4만,9131명으로 같은 기간 인터배터리 방문객 2만8,533명보다 많은 점을 고려할 때 두 행사의 규모가 역전된 느낌을 자아낸다.

인터배터리와 비교된 점은 행사 오프닝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인터배터리는 이날 오전 10시 개최할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국내 배터리 3사의 사장, 부사장급 최고 경영진이 참석해 개최 기념 행사를 열었다. 반면 xEV 트렌드 코리아는 조용히 행사장 입구를 개방하는 방식으로 조용히 시작됐다.

소형 전기상용차 업체 대창모터스의 부스 전경.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소형 전기상용차 업체 대창모터스의 부스 전경.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또 지난 2019년 열린 EV 트렌드 코리아 행사에 메인 스폰서로 참여했던 포르쉐 코리아나 한국지엠, 베이징자동차 등 주요 업체들이 이번엔 대거 불참함에 따라 행사 주목도가 더욱 낮아졌다. 현장에서 만난 모 기자는 “이번 xEV 트렌드 코리아 행사는 아이오닉 5에서 시작해 EV6로 끝났다”며 애석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기아 부스에 전시된 니로 EV.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기아 부스에 전시된 니로 EV.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이 같은 현상들은 xEV 트렌드 코리아 행사의 입지가 약해졌음을 방증하는 사례다. EV 트렌드 코리아는 그간 유수 업체들이 참석해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기술 등을 선보임으로써 많은 방문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 행사다. 하지만 국제전기차엑스포나 모터쇼 같은 자동차 관련 행사와 일정이나 컨텐츠가 겹침에 따라 참여업체의 부담을 높이고 효용은 낮은 점으로 시장 일각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한 오프라인 행사 기피 추세도 행사의 입지를 더욱 축소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다양한 업체들이 참여한 자동차 관련 행사로선 사실상 처음인 xEV 트렌드 코리아가 컨텐츠 수준으로 아쉬움을 남긴 것은 산업 관점에서도 안타까운 대목이다.

다만 xEV 트렌드 코리아 2021는 오는 12일까지 열리는 동안 방문객들에게 행사 취지를 적극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참가 업체나 기관들의 홍보 의지는 행사 규모나 주목도를 떠나 뜨겁게 달아올라 있기 때문이다. 많은 방문객들이 이번 행사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울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