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편은지 기자] "택배기사 처우 개선을 위해 쓰인다니 부담이 커졌어도 그러려니 했는데, 택배가격은 올려놓고 파업이 또 시작된다니 당황스럽습니다. 이번에도 택배비가 인상되면 상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데 혹여나 고객이 끊길까 걱정입니다."

서울시 성북구에서 수제청 사업을 하는 A씨의 말이다. A씨는 재점화된 택배노조 파업에 아침부터 바빠진 상황이다. 상품 판매 페이지에 택배 파업에 따른 배송 지연을 고지하고 있어서다.  사업 초기인 탓에 배송비를 전부 부담하며 무료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A씨는 지난달 가격 인상에 이어 이번 파업이 택배비 재인상으로 돌아올까 우려도 크다고 한숨 쉬었다.

9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택배 분류인력 문제를 중점으로 한 택배노사의 사회적 합의가 결렬되면서 택배노조가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전국택배연대(택배노조)는 이날부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에 참여하는 인원은 2,100여명이며, 쟁의권이 없는 조합원들은 출근시간을 2시간 늦춰 '오전 9시 출근, 11시 배송 출발'하는 방식으로 단체행동에 나선다.

“택배비 인상 왜했나”... 소상공인·개인고객, 가격 재인상 우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배송 차질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택배업계에서는 노조원이 전체 택배 기사 10%수준이라 전국적인 택배 대란은 없을 것이라 해명했지만, 오전 분류작업에 투입되던 인력이 줄어듦에 따라 일부 배송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노조원 비율이 높은 일부 지역과 우체국 택배 등에서는 배송 지연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택배노사의 잇따른 합의 결렬과 택배 파업으로 피해와 피로감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배송 차질이 예상되면서 가격 재인상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올 초 1차 사회적 합의에 따라 택배기사 처우개선을 명목으로 지난달 택배가격이 한차례 인상된 바 있어서다. 

온라인에서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소상공인 B씨는 “처음엔 택배기사 처우가 열악하단 점에 공감하고 가격 인상에 적극 찬성했지만 결국 노동강도는 줄이고 임금은 많이 받으려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택배노사의 갈등이 끝나지 않으면 결국 비용이 부족하단 문제로 가격을 인상하게 될 것이고 피해는 소상공인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계속된 파업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소비자 C씨는 “가격 올려놓고 택배기사 처우 개선에는 이용하지 않는 택배사나, 파업을 일삼는 노조나 소비자들 입장에선 피로감만 쌓인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는 택배 노사 싸움에 개인 소비자, 소상공인 부담만 가중되는 상황이 펼쳐졌다. 업계에선 이미 한차례 가격 인상이 있었기 때문에 추가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그간 택배기사 처우 개선과 관련한 실질적 문제로 낮은 택배비가 꼽혀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인상에 대한 필요성은 1차 합의 당시부터 수차례 제기되면서 국민적으로도 큰 공감을 얻은 바 있다"며 "다만 노사간 지나친 다툼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가격을 부담하는 소비자에게 전가되며 이 같은 대립이 지속되면 가격 추가 인상 시나리오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분류작업 안한다" vs "1년 유예"... 끝없는 노사 대립

이번 택배노조 파업이 소비자들의 가격 재인상 우려와 피로도를 높이는 배경에는 이미 지난해부터 택배 노사간 대립과 파업 번복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이번 파업은 지난 8일 진행된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2차 전체회의가 결렬됨에 따른 것이다. 택배노조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지막 협상이라는 자세로 임했던 사회적 합의 기구가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면서 내일부터 쟁의권 있는 전국 모든 조합원이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고 말했다.

택배노사의 쟁점은 택배 분류작업이다. 앞서 지난 1월 이뤄진 1차 사회적 합의에서 택배기사 업무에서 택배분류작업을 제외하기로 합의됐지만, 노조는 이같은 내용이 이행되지 않고 있단 입장이다. 택배노조는 "택배 기업들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과로사 대책 시행의 유예기간을 또 다시 1년 연장하자는 등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1차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합의한 분류노동은 택배 배송 노동자의 업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택배업체는 합의를 이행하기까지 1년의 유예기간을 달란 입장이다. 합의 직후 분류작업에 투입될 인력 모집과 재원 마련이 어렵단 이유에서다. 사회적 합의의 근본적 해결책으로는 자동분류설비인 휠소터 등이 꼽히지만 성적인 수익성 저조에 시달리는 택배업계는 자동 분류설비나 택배 분류 인력에 대한 비용 투입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실제 택배업계 1위인 CJ대한통운(000120)은 지난해 매출액이 10조7,811억2,700만원으로 전년대비 3.5%, 영업이익은 3,253억3,800만원으로 5.9%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3%에 그쳤다. 업계 2위 한진(002320) 역시 지난해 누계 영업이익 1,110억으로 전년 동기 907억 대비 22.4% 상승했으나 영업이익률은 5.01%을 보였고,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수년간 영업이익률 1% 미만을 기록하다 지난해 겨우 1%를 넘어섰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기존 택배기사들이 맡아왔던 분류작업에 투입될 인원을 모집하고 본격적으로 투입 및 배치하기까지는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며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책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