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회 이상 코로나 백신을 접종한 미국인의 비율이 절반(52.2%)을 넘어서면서 슬슬 재택근무를 끝내고 직장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미국인들은 그간 재택근무를 하면서 출퇴근때보다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판단하면서 아예 재택근무로 전환을 요청하거나 심지어 회사가 이를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장으로 옮기겠다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예전처럼 마음대로 여행을 다니거나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을 방문할 수 없는 등의 불편함은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늘 가족들과 함께 부대끼며 생활하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훨씬 더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코로나 기간동안 미국인들이 깨달은 또 한가지는 거주하고 있는 공간의 중요성이다.

그동안은 직장과 가까운 곳, 자녀 교육을 위한 좋은 학군, 혹은 편의시설이 좋은 지역 등을 선호하던 사람들이 코로나로 인해서 조금 더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가족들이 나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는 여유로운 크기를 원하게 됐다.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많은 미국인들은 그동안 방관하거나 미뤄뒀던 집안의 문제점들이나 재택근무로 인해 필요하게된 부분들을 개보수하는데 주력했다.

지난해 3월 코로나로 인해 자택대피령이 내려진 가운데 미국인들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53%의 사람들이 이 기간동안 미뤄뒀던 주택 개보수를 하겠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지난해 구글에서 미국인들이 주택 개보수에 관련해 검색한 숫자는 여름 3개월간 무려 3억3000만건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동기간에 비해서 50%나 상승했다.

학교를 가지 못하고 동네 놀이터도 폐쇄되서 뛰어놀 곳이 없어진 아이들을 위해서 뒷마당에 수영장을 설치하거나 놀이기구를 마련한 부모들도 많고 부부가 모두 재택근무로 화상회의를 할 조용한 공간이 필요해지면서 방치했던 지하실을 개조해서 오피스 공간으로 바꾸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아파트 거주를 선호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단독주택 거주를 선호하는데 주택 개보수에 있어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도 이유의 하나이다.

미국에서 아파트는 임대전문으로 세입자가 아파트를 마음대로 고치는 것은 불가능하며 한국의 아파트와 같은 개념인 콘도미니엄의 경우 실내의 페인트칠이나 창문 교체 등이 아닌 마루바닥이나 배관공사 등은 반드시 입주민협의회의 허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고치고 싶다고 아무때나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경우 철근 콘크리트로 만들어져서 집을 재건축하는 것이 아닌 이상 벽을 철거하고 실내 구조를 변경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반면미국 단독주택의 경우 이런 허가절차에서 훨씬 자유로울뿐더러 석고보드로 벽이 이뤄져서 가족들이 원하는 구조로 내부 변경을 하는 것이 훨씬 자유롭다. 

손님이 머무르는 방으로 사용하던 것을 코로나로 손님 방문이 사라지면서 2개로 나눠서 부부가 각각 오피스로 사용한다거나 혹은 거실과의 벽면을 없애고 크게 넓히는 등의 개보수가 가능한 것이다.

주택 리모델링 관련 웹사이트인 포치닷컴(porch.com)에 따르면 미국내 4가구중 3가구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주택의 개보수를 실시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개보수에 대한 수요는 사상 최고 수준인데 관련 업계에서는 코로나로 인해서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는 이유때문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에서 지급한 3차례의 코로나 지원금과 레저활동의 감소로 인해 현금 유동성이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로 인해서 대형 보수작업을 위해 대출을 받기에도 부담이 적었고 정부의 코로나 지원금과 함께 사상 최고 수준의 주식시장 활황으로 인해서 오히려 현금 보유가 대폭 늘어난 미국인들이 이를 집의 개보수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연간 1-2회 여행을 다니던 사람들이나 외식이나 공연 등을 즐기던 사람들이 이에 사용하지 못한 돈을 집 내부에 홈씨어터를 만들거나 주방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주택 개보수 수요는 더욱 늘어났다.

뒤뜰에 데크를 설치하는 사람들이 275%나 증가했고 울타리를 치는 경우는 144%, 잔디밭 관리를 위해서 조경사에 대한 수요도 238%나 상승했다.

덕택에 주택 개보수 관련 자재를 판매하는 홈디포나 로우스 등에서는 제품이 품절되거나 가격이 상승되는 경우도 있으며 회사의 매출도 전년에 비해서 30% 이상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