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OTT와 토종 OTT의 전략이 충돌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단순 협력을 넘어 협력의 전략을 재정의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 이종 플랫폼과의 연대, 번들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의 재정의다.

현재 토종 OTT 대부분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글로벌 OTT의 공습에 대비하고 있으나 이는 기존 방식의 답습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규모 자본을 움직이는 글로벌 OTT에 맞서 동일한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으로 맞불을 놓는 것은 성공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토종 OTT들 사이에서 유연한 콘텐츠 제휴 및 필요하다면 공격적인 협력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현 상황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은 넷플릭스의 성공을 담보할 정도로 커다란 성과를 낸 유일무이한 로드맵이다.

콘텐츠가 플랫폼의 시대를 결정하는 시대를 맞아 자체 콘텐츠의 ‘색’을 선명하게 만드는 것은 성공확률이 높은 전략이기도 하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OTT 서비스 이용자 10명 중 4명이 다른 OTT 플랫폼도 중복 이용하는 중이다. 이용자들이 추가 비용을 내더라도 다양한 콘텐츠 ‘색’을 추구한다는 뜻이며, 이는 각 OTT들이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를 더욱 제작해야 한다는 논리로도 이어진다.

다만 최근에는 OTT 중복 이용에 대한 피로감도 커지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 벌어지는 인수합병 바람이 국내에도 불어올 경우 하나의 플랫폼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려는 트렌드가 원심력을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각 OTT 사업자들이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의 구태의연함, 현재 이용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중복 이용 트렌드에 대한 반작용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두고 면밀한 대응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협력의 범위를 다양한 ICT 플랫폼으로 넓히는 것도 의미있다는 평가다. 네이버 멤버십 플러스와 협력한 티빙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지난 3월 4일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에 티빙 방송 무제한 이용권을 출시한다고 밝한 바 있다. 네이버 생태계의 락인 전략이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티빙은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구독자를 대상으로 월 3,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며 외연을 확장할 수 있을 전망이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이사는 “티빙과의 협력을 통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 혜택 수준을 한층 끌어올리게 됐다”며 “앞으로도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적립 혜택’이라는 특장점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분야에서 열린 협력과 혜택 고도화를 지속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티빙 양지을 대표는 “이번 서비스 연동을 통해 티빙은 가입자 확보에 속도를 붙이고, 네이버는 멤버십 회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등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OTT와 OTT가 아닌 이종 ICT 플랫폼과의 전략적인 결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네이버와 티빙의 결합은 ICT 플랫폼으로 활동하면서 콘텐츠 IP를 공격적으로 모으고 있는 네이버가 티빙의 동영상 미디어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짤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크다.

이미 5G 및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의 기술이 발전하며 이를 채울 수 있는 콘텐츠들의 몸값이 커진 상태다. 콘텐츠 제공에 특화된 OTT들이 충분히 외연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에 네이버와 티빙 연합과 같은 사례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그 연장선에서 일종의 ‘번들’ 전략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마존프라임비디오를 가동하며 이커머스의 아마존은 자사의 가두리 생태계에 미디어를 일종의 번들, 즉 유인상품으로 활용하는 중이다. MGM도 이러한 전략 아래에서 인수하는 것으로 보인다.

쿠팡의 쿠팡플레이도 비슷한 전략을 채택하는 가운데 미디어 콘텐츠가 주력이 아니지만 충분한 ‘도우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을 모색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다만 이 전략은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가 아닌 이커머스 등 다른 사업에 뿌리를 내린 기업만 가능한 로드맵이다. 미디어 콘텐츠의 다양한 선택 측면에서 OTT 사업자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