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NBA키즈 홈페이지 캡쳐
출처=NBA키즈 홈페이지 캡쳐

[이코노믹리뷰=이정민 기자] 아동복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코로나19로 침체의 늪에 빠졌던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패션업계 내 최대 수혜 업종으로 떠오른 모습이다. 특히 MZ세대에서 인지도가 높거나 친숙한 마케팅을 전개하는 브랜드 중심으로 성과가 나타나고 있어 'MZ세대 부모' 세대교체 영향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세엠케이(069640) 아동복 브랜드 'NBA키즈'는 지난 2월 중순부터 이달 중순까지 3개월 동안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197% 신장했다. 젊은 부모 사이 유행하는 '원마일웨어'와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룩 등 트렌드를 반영한 컬렉션이 성장세를 견인했다.

그간 NBA키즈는 젊은 부모 사이 트렌드로 자리잡은 '미니미(Mini Me·작은 나) 룩'과 색상과 소재는 유사하나 각자 개성을 살린 '시밀러 룩'에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하며 인지도를 넓혀왔다. 최근에는 부모와 아이가 야외활동 시 함께 연출할 수 있는 'NBA 유니 플레이라인 반팔티'를 선보였다. 성인용과 동일한 디자인으로 제작해 패밀리룩 라인을 구축하면서 MZ세대 부모가 주도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을 통해 올해 뚜렷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MZ세대 스트리트 캐주얼을 반영한 브랜드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에스제이그룹(306040) 캉골키즈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138.2% 상승한 8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매출의 23.7%를 차지하는 수치로, 전년동기 매출 비중(13.7%)보다 크게 증가했다. 캉골키즈는 2030세대 소비층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전개하던 에스제이그룹이 지난 2018년 론칭한 키즈 브랜드로, '플렉스 명품 소비' 문화, '패밀리 룩' 등에 부합하는 제품을 선보이는 전략을 펼쳐왔다. 

'미니미 룩' 트렌드를 반영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더네이쳐홀딩스(298540) 내셔널지오그래픽 키즈도 올해 1분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658% 급증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키즈는 주로 성인 상품의 미니미 버전을 선보이고 있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MZ세대 부모 사이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가치소비’도 반영했다. 

네파키즈는 다양한 마케팅 협업을 통해 MZ세대 부모 설득에 성공한 사례다. 네파 키즈의 지난 1월~5월 매출은 전년대비 51% 성장했다. 이달 초 글로벌 젤리 브랜드 하리보(Haribo)와 함께 선보인 ‘캡슐컬렉션’은 일부 상품이 조기 품절됐고 신세계 강남점 팝업스토어에서는 협업상품 하루 매출이 1~200만원에 달했던 영향 덕분이다.

MZ세대 향수를 자극하는 마케팅을 내세운 비와이엔블랙야크 '블랙야크키즈'의 지난 3월 매출은 목표대비 30% 이상 상승했다. 2030세대라면 학창 시절 한번쯤 경험해봤을 추억의 게임 카트라이더를 디자인에 적용한 '카트라이더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부모가 된 MZ세대를 공략하자 판매 호조로 이어졌다.

네파키즈 하리보 콜라보 컬렉션. 출처=네파
네파키즈 하리보 콜라보 컬렉션. 출처=네파

MZ세대 부모 '세대교체'...아동복 시장 성장세 주도

관련업계는 최근 몇년간 출산율 감소 등의 영향으로 규모가 축소됐던 아동복시장이 소비를 주도하는 MZ세대가 부모가 되는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시장이 되살아 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MZ세대를 타겟한 트렌드, 마케팅 전략을 내세운 브랜드 중심으로 실적 회복이 가속화되는 배경도 이 때문이란 것이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자신의 가치를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투자하는 MZ세대 부모 특성이 장기적인 아동복시장 성장세를 주도할 것이란 전망마저 내놓고 있다.

실제 MZ세대 부모는 자신의 패션과 스타일링에 신경쓰는 만큼 자녀에게도 트렌디하고 스타일리시한 코디를 연출하는 '미니미룩', '시밀러룩' 등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 또 화목한 가정을 뽐내며 만족감을 느끼는 패밀리룩 트렌드로, 부모와 아이 모두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하며 SNS 등에서 과시하는 '플렉스 열풍' 문화도 이끌고 있다.

여기에 내수소비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면서 보복소비가 아이에게 쏠리 것도 시장 확대에 한몫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줄였던 소비를 늘리면서 아이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출산율이 낮아져 1자녀 가정이 늘고 아이가 귀해지면서 부모, 조부모, 삼촌, 이모 등 일가친척까지 지갑을 여는 이른바 '텐포켓' 현상이다. 

이에 기존 패션브랜드들도 키즈라인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스웨덴 패션그룹 H&M은 최근 여성복 브랜드 '앤아더스토리즈'를 통해 아동복 상품을 처음 선보였고, 이랜드리테일의 온라인 플랫폼 이랜드몰도 아동 카테고리 상품 강화에 돌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에 속하는 20대 후반에서 30대 부모 소비자들이 아동복 시장 트렌드 또한 변화시키고 있다"며 "미니미룩, 패밀리룩 등 니즈에 부합하는 브랜드일수록 저출산·고령화에도 오히려 호황을 누리게 될 것이라 보는 패션 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