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정민 기자] ‘푸드 테크’(FoodTech)가 빠르게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코로나19로 4차 산업혁명 기술 도입에 속도가 붙으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끄는 대기업 및 스타트업들이 앞다퉈 상용화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ICT) 기술을 통해 생산이 자동화되고, 사람이 아닌 로봇이 서빙을 담당하는 등 외식분야 전 단계에 걸쳐 다양한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외식업계 관련 식품기업들은 오프라인 스마트 기기부터 온라인 플랫폼까지 외식산업 디지털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초기 비용이 소모된다 하더라도 업무 효율성이 높아 장기적으로 수익이 보장돼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매장 내 스마트기기, 무인 로봇 서비스 등 푸드테크 도입이 두드러졌다. 과거 일시적인 행사나 이벤트를 제외하곤 일상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로봇이 외식 및 유통 서비스에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스스로 알아서 척척'...로봇의 일상화 '붐업'

섬세한 작업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조차도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비대면 트렌드가 일상이되면서 서빙 로봇의 수요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에 따르면 서빙을 비롯한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2024년 1,220억달러(약 146조원)로 증가할 전망이다. 

먼저 푸드테크 전문기업 비트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인공지능(AI) 로봇 ‘비트(beat)’를 도입한  로봇카페 비트 오픈에 박차를 가했다. 해당 매장에서는 인력 없이도 원격 앱을 통해 원두 종류와 시럽 양, 진하기 등을 선택하면 로봇이 고객 동선을 파악해 인사를 건네며 커피를 제조한다.

리테일 테크기업 ‘라운지랩’에서 운영하는 카페 ‘라운지엑스’에서도 로봇 바리스타가 직접 커피를 내려준다. 로봇 ‘바리스'는 AI 핸드드립 알고리즘을 통해 원두의 특성에 따라 미세한 조정 기능으로 커피를 제조한다. 최근 바리스타 로봇 ‘바리스 에스프레소(BARIS ESPRESSO)’ 또한 레일 위에 빈 잔을 올려두면 에스프레소 샷을 추출해 다시 레일에 올려줘 바리스타의 반복업무를 덜어준다. 

매장 내에서 푸드테크를 경험할 수 있는 서빙로봇도 등장했다. 브이디컴퍼니와 베어로보틱스는 실내 자율주행 로봇이자 서빙 로봇 ‘서비’를 지난해 빌라드샬롯 롯데월드몰점, TGI프라이데이스 롯데백화점·김포공항점·광복점 등에서 선보였다. 식당에서 직원이 테이블 번호를 입력하면 테이블 위치를 학습한 로봇이 스스로 음식을 서빙한다. 고도의 센서 기술력과 3D 카메라로 매장내 구조를 파악하고 아주 작은 장애물까지도 인식할 수 있다. 이른바 맵핑(Mapping)을 통해 최적의 경로를 찾아 스스로 장애물을 피해 음식을 배달하고 임무를 마치면 다시 스스로 복귀한다.

푸드테크가 주도한 '배송 서비스' 혁명

지난해 푸드테크 산업 중에서도 가장 크게 성장한 분야는 식품의 운송과 배달이다. 특히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 등 식품 유통 분야 내 기술에 대한 투자와 발전이 이뤄졌다. 식품을 중심으로 당일 및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상품을 물류창고에서 비축하고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하나씩 배송하던 1세대 전자상거래 생태계가 주를 이뤘다. 즉,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 중간다리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상품에 대한 특별한 관리가 요구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식품, 생활용품 등 소비재마저 온라인 유통 채널을 이용해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었고 해당 시장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당일 수요와 주문량 등 구체적인 수치를 예측해야만 식품의 품질을 유지하고, 재고 비용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는 사업적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 시스템, 상품의 유통기한을 파악해 데이터화하고 알아서 관리해주는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활용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예측 알고리즘을 통해 당일 필요한 수량을 파악하고 제조사, 생산자와 협의를 통해 상품을 확보할 수 있다. 품절 사태를 막고, 제품의 신선도와 변질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식품 안전 문제 등을 방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배달 서비스’ 시장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이 꺼려지면서 비대면 기반 온라인 산업을 중심으로 발전 속도가 빨리져서다. O2O(Online to Offline)를 앱으로 구현해 터치만으로 주문에서 결제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 시간 절약, 접근성, 속도 등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이 가능하다. 지난해 배달앱 특수를 누리며 막대한 수익을 창출한 대표 배달 플랫폼 업체 우아한형제들은 사업을 확장해 자율 주행 배달 로봇을 실험하며 로봇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지난해 건국대학교 캠퍼스 및 광교 앨리웨이 인근 등에서 서비스를 실증 주행했으며, 조만간 D타워 광화문에 실내 자율주행과 층간 이동이 가능한 배달 로봇을 도입할 계획이다.

배달 서비스의 확산에 따라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배달형 ‘공유주방’이 국내 외식업계 유망사업으로 급부상했다. ‘키친밸리', ‘오키로키친’ 등은 매장내 취식할 수 있는 공간없이 음식을 조리하는 주방 시설을 빌려 사용하는 사업장 형태를 띄고 있다. 별도 임대료 등 초기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주방시설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배달 중심 음식점 영업이 가능해 손쉽게 창업이 가능하다. 지난해에는 특히 자동화 주방 솔루션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모습이다. 주문·배달 대행 접수부터 고객 관리, 인력 채용, 식자재 발주, 위생 관리까지 모든 업무를 ICT 기술로 해결한다. 

주방에서도 '스마트'하게...자동화 기술 속속 도입

주방에도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ICT 기술이 효율화와 간편화를 이뤄낸 일명 ‘스마트 키친’이 확산한 것인데, 와이파이를 기반으로 사물인터넷(IoT)이 탑재돼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만 연결하면 원격제어와 모니터링, 자동조리가 가능한 주방을 뜻한다. 스마트 키친은 조리 시 자동으로 불의 세기와 적정 온도를 측정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주방기기가 스스로 알아서 절전하고 맞춤형으로 작동한다. 주방 내 발생할 수 있는 화재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막을 수 있어 효율적이다.

일례로 풀무원 지난해 말 선보인 스마트 무인식당 서비스 ‘출출키친’에서는 무인 판매 플랫폼 ‘출출박스’ 디바이스를 활용해 스마트폰 앱으로 선주문하면 도시락을 제공받을 수 있다.

여기에 ‘스마트 관리’ 시스템을 통해 원재료 및 제조 식품의 품질을 관리하고 매장 내외부 위생도 점검할 수 있다. 즉, AI 기술이 검수를 거쳐 입고된 식자재를 손실 없이 보관하고 저장하는데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다. 판매 이전에 냉장고 등 보관 장소에 비축된 식자재 총량을 파악하고, 때가되면 알아서 주문한다. 또 고객 관계 관리 시스템(CRM)으로 고객니즈와 구매 행동까지 예측할 수 있다.

고객은 줄 서지 않고 모바일 대기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순서를 확인할 수 있으며 식당은 온라인으로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가 대표적이다. 모바일 스타벅스 앱으로 미리 주문 결제하고 매장에서 바로 픽업할 수 잇는 시스템이다. 업그레이드를 거쳐 한층 고도화된 맞춤형 선택 옵션과 결제 시스템을 구현한다.

재고관리부터, 조리, 서비스까지 외식 산업에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됐다. 이밖에도 식재료 수급과 환경 문제 해결 대안으로 꼽히는 대체 식재료와 배달 수요로 발생한 포장재 쓰레기 문제를 해소할 환경친화적이며 지속가능한 패키징 등 식품산업 전반에 걸쳐 푸드테크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문정훈 서울대 푸드비즈랩 및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과거 식품산업은 단순히 먹을 것을 섭취하는 개념이었으나 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푸드테크로 발전하면서 음식이 입으로만 즐기는 것이 아닌 하나의 총체적 경험을 제공하는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