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코로나19 이후 ‘홈술족’이 늘어나면서 주류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소비 패턴 및 주류 음용 트렌드 변화가 나타나면서 수제 맥주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고 있다. 이에 관련 시장 규모 확대는 더욱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제주맥주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 출처=제주맥주

제주맥주, 국내 수제맥주 시장 점유율 1위

5월 26일 코스닥에 상장한 제주맥주는 2015년 설립된 수제맥주 제조·수입·유통 전문 기업이다. 제주맥주는 지난 2017년 ‘제주위트에일’ 을 시작으로 다양한 제품들을 연이어 출시하면서 크래프트 맥주 대중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또한 작년 GS25 등 5대 편의점의 ‘4캔 1만원’ 카테고리에 입점하면서 유통채널이 크게 확장됐다.

최근 MZ세대 등에서 수제맥주 소비가 늘어나면서 제주맥주의 성장도 기세를 타고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지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43.8%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도 국산 수제맥주 매출은 1,096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작년 내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과다.

업계는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규모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록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전체 맥주 시장에서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3%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맥주는 지난 2017년 수제맥주 시장에서 5.1%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3년만인 지난 2020년 28.4%로 점유율 1위에 등극했다. 아울러 뉴욕 1위 크래프트 맥주사인 브루클린 브루어리사와 파트너십을 통한 기술제휴 및 높은 수준의 생산설비 도입 등으로 고품질 맥주 생산을 위한 인프라를 갖춘 점도 제주맥주만의 강점으로 꼽힌다.

기술력·제품 경쟁력 기반 '맥주 소프트웨어' 구축

제주맥주의 첫 제품이자 대표제품은 ‘제주위트에일’이다. 기존에 소비자들이 익히 알고 있던 밀맥주 스타일로, 제주감귤 껍질 등을 첨가해 산뜻한 시트러스 향이 특징이다. 해당 제품은 지난 2018년 국제 맥주 품평회(AIBA)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다양한 홉을 블랜딩한 ‘제주펠롱에일’, 열대과일인 패션푸르트 과즙을 넣어 부드럽고 가벼운 질감이 특징인 ‘제주 슬라이스’ 등을 연이어 출시하며 국내 대표 수제맥주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주세법 개정과 동시에 주류 OEM(주문자생산방식) 허용은 제주맥주 성장을 더욱 가속화할 원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제주에 자리한 공장 외에 OEM을 통한 육지 생산으로 제품 생산 라인을 다각화하며 일부 공급 부족 현상을 타개할 방침이다. 아울러 기존 주류 제조시설에서 무알코올 맥주 등 음료 제조가 허가됨에 따라 고객·시장 맞춤형 제품과 신규 사업 진출도 용이해졌다.

출처=제주맥주
제주도에 위치한 제주맥주의 연구시설 출처=제주맥주

제주맥주의 차별성은 국내 수제맥주 기업 중 유일하게 양조장을 비롯한 관련 연구시설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9년 투자금 140억원을 유치해 양조장 증설에 투입한 바 있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양조장 건설을 통해 최첨단 설비 도입 및 연구시설을 보유하게 됐다”며 “브루클린 브루어리와 기술제휴를 통해 다양한 제조기법 전수와 자문도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맥주는 이런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유통업체, 프랜차이즈업체, 카드사 등 국내 유명 브랜드뿐만 아니라 해외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제품 기획 등을 실행해 나갈 계획이다. 실제 제주맥주는 현재 LG·GS25와 함께 출시한 ‘금성맥주’, 현대카드와 콜라보레이션한 ‘아워에일(OUR ALE)’, 주점 프랜차이즈 생활맥주와의 ‘생활맥주 캔’ 등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맥주는 향후 ‘맥주 소프트웨어’ 사업모델을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맥주 제조를 넘어 제품 개발과 마케팅, 브랜드 관리 등을 지원하는 종합컨설팅사업, 즉 자체 연구소를 활용해 고객사가 요구하는 제품의 기획부터 사후관리까지 턴키(Turn key)공급을 이루겠다는 뜻이다.

때문에 공모로 마련한 자금 267억원 대부분이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와 생산 인프라 확대, 글로벌 유통망 구축 등에 사용된다. 또한 증권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사업 목적에 경영 컨설팅업과 연구용역 서비스업, 판매 대행 및 마케팅 서비스업 등을 추가했다.

 

빠른 성장의 그림자…연이은 적자·높은 국내 의존도 

제주맥주는 ‘테슬라 특례’로 상장했다. 이는 적자기업이라도 성장성이 있다면 상장을 허용해주는 기업 특례 상장제도다. 시가총액 300억원 이상, 벤처기업의 경우 연간 매출이 50억원 이상이다. 연간 매출이 30억원을 넘고 직전 2년간 매출 증가율이 평균 20% 이상이어도 가능하다.

제주맥주는 지난해 매출액은 216억원(주세 등을 차감한 순매출액)으로 매년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4년간 매출증가율은(17억원→75억원→73억원→216억원) 연평균 147.9%에 달한다. 다만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약점으로 평가된다.

국내 매출 의존도가 99% 이상인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 대비 수출 금액은 0.6% 수준이다. 이에 코로나19로 인한 ‘혼술족’ 호재 등이 끝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이사는 “상장을 계기로 연구·개발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양조장 설비 및 인력 투자를 바탕으로 국내 4대 맥주회사로 자리잡는 것이 목표”라며 “나아가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확보한 유통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세계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맥주 기업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글로벌 유통망을 통해 세계 1위 맥주 소비국인 중국과 한국의 4배의 규모인 동남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현지 양조장과 계약을 맺고, 제품의 로컬 생산화를 추진하는 한편 플래그십 스토어 등을 통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