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도다솔 기자]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백신 허브’로 성큼 다가서자 여행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1년 이상 침체에 빠진 항공업계도 반색하고 나섰다. 특히 여객 수요에 매출이 집중된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백신 접종 속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향후 사태 추이에 집중하고 있다.

24일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지원위원회 등에 따르면 한미 양국 정부와 제약사들은 지난 21∼2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과 백신 파트너십 행사 등을 통해 백신 생산·연구 분야에서 총 4건의 계약 및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미국의 백신 기술과 한국의 생산능력을 결합해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공급량을 크게 늘리는 동시에 미래에 닥칠지도 모르는 보건 위기에도 한국의 대규모 백신 생산능력을 이용한다는 것이 골자다.

우리 정부는 모더나社의 백신 4,000만회분을 구매 계약을 한 상태로, 해외에서 생산된 완제품을 공급받게 돼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 제품을 가져오는 것으로 요청한다면 국내 백신 접종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빠르게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가능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백신 생산과 함께 여행업도 기지개를 키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대표들은 20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디지털 백신여권 도입을 위한 법률적 세부사항에 대해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말부터 유럽 전역에서 통용되는 디지털 코로나19 백신 여권이 도입된다.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이 승인한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2주가 지난 제3국 관광객은 EU에 입국할 수 있다.

EU를 시작으로 백신여권이 도입이 가시화되면서 항공업계를 비롯해 여행 관련 업종들의 주가가 상승세에 더욱 힘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백신 보급 확대로 하반기부터 출국자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선은 점진적인 회복국면으로 돌아서는 중이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간 전국 15개 공항을 이용한 국내선 여객 수는 618만78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57만1,085명보다 140.3% 늘어난 수치다. 다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 1,301만8,518명에 비하면 아직 절반(47.4%) 수준이다.

긴 코로나19 피로감을 국내여행으로 해소하려는 움직임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 티몬에 따르면 이달 1~23일 출발일 기준의 국내선 항공권 예약 건을 분석한 결과 예약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76%(1.8배) 늘었다. 오는 6월 출발 항공권 예약 건수도 전달 대비 110% 늘었다.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여행은 지금보다 쉬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도 미국 여행은 출발 3일 전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만 있으면 격리 없이 입국 가능하다.

항공업, 활기 되찾을까 

특히 지난 1분기까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제주항공(영업손실 873억원)·진에어(-601억원)·티웨이항공(-454억원)·에어부산(-472억원) 등 LCC항공사들은 백신 접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LCC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백신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백신 수급이 안정화되고 접종자가 많아지면 올 하반기부터는 집단면역도 가능할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며 “하반기부터 국내외 여행 확대로 항공기 운항횟수가 늘어나길 기다리는 상황인데, 백신 접종 확대와 집단면역 확보로 여행 제한 해제를 절실하다”고 말했다.

다만 LCC항공사들의 취항이 집중됐던 일본, 중국, 베트남 등 국내와 인접한 아시아 국가들의 코로나19 대외 정책이 변수다. 백신 접종 속도가 더딘 가운데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일본, 강력한 입국 통제 정책을 펴고 있는 중국과 베트남 등은 항공업계 예측만으로 미래를 짚기 쉽지 않다.

이 관계자는 “기존 항로가 아시아국가에 집중돼 있다 보니 미국·유럽에 비해 백신 접종이 더딘 일본이나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의 입국 정책 변화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백신 접종자에 대한 입국 완화, 관광재개가 이뤄진다면 숨통이 확실히 트일 것 같은데 녹록치 않아 보인다”라고 한탄했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출국자는 점진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백신 접종 속도에는 많은 변수가 있을 수 있겠지만 8월 정도면 인구의 10% 정도는 2차 접종까지 끝날 것이며 12월에는 약 30% 정도가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등의 백신을 2회차까지 접종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분기부터 해외에서 생산된 모더나 백신의 원액을 들여와 국내에서 완제품을 만들게 된다. 생산 물량은 수억 회 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