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웨이즈 데이 원> 알렉스 칸트로위츠 지음, 박세연 옮김, 한국경제신문 펴냄.

2017년 3월,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 직원 수천 명 앞에 섰다. 그는 연단에서 미리 제출된 질문 하나를 읽었다. “‘두 번째 날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라는 질문인데, 아주 중요한 질문이군요.”

창업후 25년간 매일 매일이 아마존의 첫 번째 날인 것처럼 일하라고 독려해온 베조스가 이렇게 대답했다.

“두 번째 날은 과연 어떨까요? 그날은 정체의 날입니다. 정체는 의미의 상실로, 고통스러운 절망으로, 그리고 결국 죽음으로 이르게 됩니다.”

이 책은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5 기술기업의 성공 비결을 기업 문화와 조직 운영 방식에서 찾는다.

특히 애플을 제외한 빅4 기업에는 공통적으로 ‘언제나 첫 번째 날(ALWAYS DAY ONE)’이란 정신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이들 기업이 세계 시장을 지배할 수 있었고, 미래에도 경쟁력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이후 새로운 비즈니스를 끊임없이 개발하면서, 하나의 발명이 사업으로 성공하면 다시 ‘첫 번째 날’로 돌아가 다음 발명을 모색한다.

구글은 검색 웹 사이트로 시작했지만 이후 스테이 튠, 크롬, 구글 어시스턴트 등 기존 제품에 도전하는 신제품을 계속 발명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온라인 방명록에서 시작해서 뉴스피드 등으로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윈도우와 오피스에 집중하며 관료주의적 문화 속에서 지난 10년을 잃어버렸지만, 지금은 새로운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그런데, 실리콘밸리 IT분야 기자인 저자는 유독 애플에 대해 비판적이다. 일부 내용은 설득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저자는 “기술 거물들이 처음부터 시장을 장악해가는 행보를 지켜봤다”면서 “그들은 성장, 둔화, 정체, 노화로 이어지는 비즈니스 주기를 따르지 않고, 세월이 흐르면서 더욱 강력해졌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애플을 제외하고는 모두 쇠퇴의 조짐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그는 빅4의 CEO 베조스, 피차이, 저커버그, 나델라는 ‘비전가(visionary)’가 아닌 ‘촉진자(facilitator)’로서 자기 아이디어가 아니라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바꾼다고 분석한다. 촉진자 스타일의 CEO가 세계 시장을 바꾸고 있다는 대목에서도 애플 팀쿡을 빼놓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빅4 CEO들이 자체 시스템을 통해 조직 전반에서 영감을 이끌어내면서 엔지니어가 업무에 접근하는 방식처럼 ‘발명’을 중시하고 직급 체계를 뛰어넘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전달할 수 있는 ‘자유로운 수직 구조’를 추구한다고 진단한다. 이에 따라 직원이나 집단 간의 ‘협력’이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반면 애플은 여전히 스티브 잡스의 비전을 다듬는 일에 집착하느라 미래를 열지 못한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 “아마존은 발명에 집착한다”

‘첫 번째 날’ 정신은 본질적으로 스타트업의 사고방식을 채택하는 것으로, 첫날에는 모든 고객이 소중하고 모든 비용이 중요하며 모든 발명이 차이를 만든다.

베조스는 아마존 안에서 발명을 하나의 습관으로 만들어놨다. 베조스는 업무를 최대한 자동화해 더 많은 발명을 하도록 독려한다. 베조스는 발명을 대규모로 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가 성공으로 이어질 최고의 기회를 선사한다.

예를 들어 아마존에서 운영하는 새로운 형태의 식품점 ‘고(GO)’에 관한 아이디어는 한 직원의 대형 자판기에서 시작됐는데, 베조스의 시스템을 거치고 나자 쇼핑 방식을 완전히 뒤집는 새로운 발명으로 탄생했다.

◇“구글은 공동작업을 수행한다”

구글은 강력한 내부 협력을 바탕으로 기존 제품을 새롭게 개발하고 있다. 가령 구글 어시스턴트는 구글 검색, 지도, 뉴스, 사진, 안드로이드, 유튜브 등을 하나의 통합적인 제품으로 묶고 있다.

이런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구글의 여러 그룹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이런 협력은 구글의 다양한 내부 커뮤니케이션 툴이 있기에 가능하다.

구글 직원들은 구글 드라이브 안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한다. 구글 독스와 스프레드시트, 슬라이드를 사용해 계획을 세우고, 회의를 하고, 금융 관련 정보를 저장하고,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이러한 드라이브 내 파일은 대부분 모두에게 열려 있기 때문에 구글러들은 어느 그룹에 속해 있든지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관련 서류를 읽어보고 진행 상황이 어떠한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예산을 어떻게 마련하고 있는지, 누가 무슨 일을 담당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툴은 구글의 전체 조직을 전례 없이 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피드백은 선물이다”

페이스북 직원의 40%는 교육기관으로부터 피드백 공유 방법을 배운다. 페이스북에서 피드백이란 문제에 대해 논의해보자는 제안, 혹은 누군가 “제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요. 우리가 이걸 꼭 시도해봐야 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라고 말할 때 그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을 의미한다.

페이스북 직원들은 아이디어를 저커버그에게 곧장 들고 간다. 저커버그는 그 아이디어를 다듬고 생명을 불어넣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부활을 향해 도약하고 있다”

스티브 발머가 이끌던 마이크로소프트는 관료적이고 느렸으며,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수익성 높은 기존 비즈니스 윈도우와 오피스에만 집중했고, 발명보다는 수익을 중요시했다. 또한 단기적인 차원에서 최적화된 명령과 통제 문화를 구축했다.

2014년 발머가 물러나고 사티아 나델라가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직 구조를 철폐하고 사내 발명의 분위기를 조성했으며, 실행업무를 줄여나갔다.

◇“애플은 뒤처지고 있다”

저자는 팀 쿡이 이끄는 애플에서는 엔지니어 사고방식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발명은 민주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인재와 아이디어는 수직 구조에 갇혀 있으며, 협력은 보안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애플의 기술은 경쟁자들에 비해 몇 년이나 뒤처져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애플은 위에서 내려온 아이디어를 갈고 닦는 데만 능하고, 밑에서 올라온 아이디어로 획기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데는 서툴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의 말을 전한다. “직급이 낮은 고란리자가 의사결정을 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줘야 해요.”

저자도 애플 경영진에게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애플은 문화 전체를 바꾸지 않고도 급변하는 비즈니스 세상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가?”

책에는 이런 내용도 나온다.

‘애플에서 디자이너는 신(神)적인 대우를 받는다. 그래서 다른 동료들은 디자이너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미리 준비하고, 심지어 제품을 보여주는 각도까지 신경 쓴다. (중략)집중된 권력을 지닌 애플 경영진은 스스로를 조직의 나머지와 거리를 뒀다. 일반 직원들은 경영진과 교류할 기회가 없었다.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에는 직원들이 CEO와 함께 어울리는 에피소드가 많이 있지만, 팀 쿡에게서는 그런 이야기를 찾아보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