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헌 바이트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김태헌 바이트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포털 사이트를 보면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기사는 열에 하나 정도다. 그 때 문득 누군가가 좋은 기사를 골라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도 수천, 수만 건의 뉴스가 쏟아지는 시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양질의 정보에 접근하기는 힘들어졌다. 너무나 많은 정보가 넘치는 나머지 정작 볼 만한 뉴스를 찾기는 어려워진 것이다.

이가 곧 김태헌 바이트 대표가 '데일리 바이트'를 창업한 이유다. '데일리 바이트'는 독자에게 가치 있는 뉴스를 대신 골라 주는 한편, 기존 뉴스를 가공해 콘텐츠로 파는 뉴스 레터 서비스다. MZ 세대(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까지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Z 세대)의 뉴스 소비 패턴을 정조준했다는 설명이다. 

바쁜 당신을 대신해 뉴스 골라 드립니다

'데일리 바이트'는 김태헌 바이트 대표가 공부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경영 대학의 한 창업 강좌에서 시작됐다. 실제 창업을 전제로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하라는 목표가 주어졌고, 그 결과 김 대표와 공동 창업자들이 선택한 것이 바로 뉴스 레터다.

물론 처음부터 뉴스 레터를 시작할 생각은 아니었다고 한다. 김태헌 대표는 "('데일리 바이트' 창업자들) 모두 창업에 관심이 있다 보니 다들 자연스레 세상에 관심이 많았고, 뉴스를 많이 보더라"라며 "그러다 보니 우리가 (뉴스를) 골라서 정리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데일리 바이트'의 초기 모델은 카카오톡 오픈 채팅이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개설해 지인 대상으로 뉴스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에 좋은 반응이 나오자 김 대표 등은 뉴스를 골라서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본격적으로 '가공'까지 해 보자는 생각에 이르렀고, 곧 뉴스 레터 사업으로 발전시키게 됐다.

김태헌 바이트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김태헌 바이트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MZ 세대를 위한 뉴스 레터

데일리 바이트는 경제 뉴스 레터를 지향하면서 철저하게 MZ 세대를 겨냥했다.

김태헌 바이트 대표는 "('데일리 바이트'의 주요 독자 층인) MZ 세대에게서 느끼는 것은 '잘 정리된 저널리즘'을 원한다는 점이다"라면서 "팩트 체크나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 구조) 경영 같은 트렌드는 이제 기본"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김태헌 대표는 "MZ 세대는 많은 기사보다는 자신이 보고 싶어 하거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기사 5개를 원한다"라며 "정보를 많이 뿌리는 것보다 떠먹여 주는 것을 선호하는 게 MZ 세대의 특징"이라 강조했다. 그리고 MZ 세대는 이러한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매체에 '팬심'을 가지며, 만족감을 표한다는 것.

성과는 빠르게 나왔다. 지난해 11월에 서비스를 개시했던 데일리 바이트가 구독자 수 1만 명을 돌파하기까지는 단 석 달이 걸렸다. 대학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던 입소문은 블라인드 같은 직장인 커뮤니티로도 확장됐다.

김 대표는 "MZ 세대인 내가 원하는 뉴스는 '인사이트가 있는 뉴스'"라며 "단순히 사실 관계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거시적인 측면이나 일반적으로는 알기 어려운 지식을 함께 전해 주는 뉴스가 재밌더라"라 언급했다. MZ 세대인 자신이 궁금해 하는 이슈가 결국 '데일리 바이트'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보도 사진 대신 '짤'을, 문장 뒤에는 이모지를 활용하는 것도 MZ 세대 특유의 감성을 노리는데 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바이트는 모 기업으로부터 1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나름대로 MZ 세대를 성공적으로 타기팅했다고 인정 받고 있는 셈이다.

내용은 쉽게, 포맷은 트렌디하게

뉴스 레터는 이제 새로운 뉴스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현실적으로 뉴스 레터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생명력을 가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데일리 바이트'가 점점 포화돼 가는 뉴스 레터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무기는 무엇일까.

김태헌 바이트 대표는 "결국은 콘텐츠가 얼마나 매력적인가의 싸움"이라면서 "'데일리 바이트'를 다른 뉴스 레터 서비스와 차별화하고자 하는 부분은 배울 것이 많은 콘텐츠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일리 바이트'는 경제·비즈니스·테크 분야를 중심으로 이슈를 찾는다. 굵직한 사건 위주로 싣되, 이를 뉴스 레터로 가공할 때에는 외신이나 증권사 보고서 등도 참고하면서 디테일에 신경 쓴다.

김태헌 대표가 말하는 데일리 바이트의 원칙은 세 가지다. 쉽고, 유익하고, 트렌디할 것. 다만 정치적으로 편향된 뉴스나 너무 전문적인 내용은 다루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데일리 바이트'는 단순히 뉴스를 해설하는 것이 아니라, '상식 한입'처럼 어려운 내용이나 용어를 설명해 주는 콘텐츠가 있다"라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을 넘어 읽고 나면 남는 게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다만 뉴스 레터는 전날 오후에 작성하므로 시의성은 때때로 놓치기도 한다고. 

또한 다른 뉴스 레터는 무의식적으로라도 따라하게 될까봐 일부러 구독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는 나름의 오리지널리티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다.

김태헌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김태헌 바이트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MZ 세대의 경제 이슈 공론장이 필요하다

'데일리 바이트'는 독자들이 직접 콘텐츠의 가격을 매겨 후원하도록 한다. 지난 13일을 기준으로 '데일리 바이트' 구독자는 총 1만5,491명. 실제로 구독자 후원은 얼마나 들어오는지 물으니, 김태헌 바이트 대표는 "커피값 정도"라고 답하며 멋쩍게 웃는다.

수익 모델에 대한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구독자는 증가세지만 폭발적인 성장은 불가하고, 뉴스 레터만으로 수익을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자연히 바이트는 뉴스 레터 사업을 확장하는, '넥스트 스텝'을 모색 중이다. 현재 '데일리 바이트' 휴재까지 불사하며 뉴스 레터의 다음 단계를 찾는 데 몰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태헌 대표는 "콘텐츠, 특히 텍스트 콘텐츠를 B2C(기업과 소비자 간의 거래)로 수익화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라며 "유료화로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는 한국에서 아직 일반적이지 않으며, 성공한 사례도 거의 없다"라 토로했다.

결국 광고 수주나 B2B(기업과 기업 사이의 거래)로 콘텐츠 제휴를 맺는 것이 바이트의 주 수익 모델이다. 또 그동안 발행해 온 뉴스 레터들을 다시 엮어 책으로 출간하는 것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바이트는 책 사업에서 가능성을 맛보기도 했다. 김 대표는 "당초 판매 목표가 1,000권이었던 책 크라우드 펀딩에서 2,000권 이상 팔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라고 밝혔다. 나아가 바이트는 콘텐츠를 영상 등으로 다양화하는 방법도 검토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김 대표가 생각하는 '데일리 바이트'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일까. 바로 커뮤니티다. MZ 세대가 경제 이슈를 논하는 장을 열어 주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이다. 결국 미디어의 생태계 전략이 핵심인 셈이다. 이는 뉴미디어 플랫폼을 표방하는 기존 언론사들에게도 상당한 시사점을 안겨 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