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스마트폰의 두뇌인 모바일AP를 비롯해 모뎀 등 핵심 기기의 ‘콘트롤 타워’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퀄컴 등을 위시해 다양한 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이와 관련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다소 위축되는 상황에서 반도체 품귀 현상도 심해지고 있으나 모바일AP를 비롯한 5G의 두뇌를 둘러싼 시장은 당분간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 연장선에서 5G 패권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스냅드래곤888. 출처=퀄컴
스냅드래곤888. 출처=퀄컴

퀄컴, 트렌드 이끈다

5G의 중심에 있는 미국의 퀄컴 행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퀄컴은 2016년 듀얼 커넥티비티(Dual-Connectivity)구현이 가능한 스냅드래곤(snapdragon) X50 5G 모뎀을 공개한 후 2018년 스냅드래곤 855로 차근차근 5G 패권을 위한 정지작업에 돌입했다. 나아가 2019년에는 7나노 2세대 5G NR 모뎀인 스냅드래곤 X55를 공개했고 5G 활성화가 시작된 2020년 스냅드래곤 865와 765를 동시에 출시해 프리미엄과 중저가 시장을 동시 공략했다.

뒤이어 3세대 5G 모뎀칩인 스냅드래곤 X60이 출시된 후 2020년 12월 5나노 버전의 스냅드래곤 888이 등장했다. CPU와 GPU, 모뎀칩을 하나로 묶은 원칩 솔루션이며 퀄컴 크라이오680 CPU 성능을 최대 25% 향상시키고 최대 2.84GHz의 최고 주파수를 구현하며, 암(Arm)의 코어텍스(Cortex)-X1을 기반으로 한 최초의 상용 CPU 서브시스템으로 구성됐다.

10기가바이트 5G 지원하는 4세대 스냅드래곤 X65는 2월 등장했다. 전작 세대 대비 더욱 높은 RF 출력을 제공하는 퀄컴 545 4세대 밀리미터파 안테나 모듈을 지원하며 밀리미터파와 6GHz 이하(Sub-6) 대역을 포함한 모든 주요 5G 대역 및 주파수 분할 방식(FDD)과 시분할 방식(TDD) 조합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퀄컴이 스냅드래곤 888 후속 프로세서를 올 하반기에 출시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플러스, 혹은 프로라는 명칭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 여세를 몰아 퀄컴은 모바일 기기의 두뇌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며 당분간 글로벌 시장을 호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5G SoC 시장에서 당분간 퀄컴의 존재감은 지속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발표한 '스마트폰AP/SoC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퀄컴은 지난해 모바일AP 및 SoC 시장에서 30%의 점유율을 확보해 지난해 대비 2%P 성장해 시장 1위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애플이 29%, 미디어텍이 28%, 삼성전자는 10%로 뒤를 이었다.

퀄컴은 5G 트렌드도 진두지휘하는 중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5G 초고주파(mmWave) 연결 속도가 일반적인 6GHz 이하 주파수에서 작동하는 5G보다 16배 빠르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새로운 5G 가능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경쟁자들도 만만치않다

퀄컴이 5G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경쟁자들도 만만치않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실제로 모바일AP의 경우 5G를 포함한 전체 시장에서 현재 1위의 자리는 미디어텍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퀄컴을 누르고 전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말 그대로 폭풍성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1분기 매출만 무려 78% 급증한 상태에서 5G 시장에서도 퀄컴을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다. 아직 중저가 제품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축한 상태라 프리미엄의 퀄컴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렵지만,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이어질수록 그 반사이익은 점점 커질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제재로 화웨이 스마트폰 입지가 좁아지며 화웨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물량을 도맡아오던,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도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샤오미와 오포 등 새로운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그 물량을 미디어텍에 맡기고 있다. 미디어텍 입장에서는 직접적인 경쟁사인 하이실리콘의 점유율이 줄어드는 한편 화웨이 스마트폰의 여백을 파고드는 새로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추가 물량을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도 한 칼이 있다. 지난 1월 엑시노스 2100을 공개하며 프리미엄 드라이브를 걸었기 때문이다. 최대 2.9GHz로 구동되는 고성능 코어텍스(Cortex)-X1 1개, 코어텍스-A78 3개, 저전력 코어텍스-A55 4개를 탑재하는 '트라이 클러스터(Tri-Cluster) 구조'로 설계됐으며 최신 암 말리(Mali-G78)이 그래픽처리장치(GPU)로 탑재됐다.

최대 2억 화소 이미지까지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ISP를 지원하며 5G 모뎀이 내장돼 저주파대역(서브-6, Sub-6)은 물론 초고주파대역까지 주요 주파수를 모두 지원한다.

엑시노스 2100. 출처=삼성전자
엑시노스 2100.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실장 김경준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고객들에게 최고의 모바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라면서 “엑시노스 2100의 강력한 코어성능과 한단계 향상된 AI 기능은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개발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공개한 엑시노스 1080을 통해 2100과 어우러지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는 중이다. 특히 2100에서는 AMD와 연합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한 버전을 올해 출시할 것으로 보여 업계의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2019년 6월 두 회사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가운데 당시 AMD 리사 수 CEO는 "PC, 게임 콘솔, 클라우드와 고성능 컴퓨터시장에서 최신 라데온(Radeon) 그래픽 기술의 채용이 늘고 있다”며, “이번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고성능 라데온 그래픽 솔루션을 모바일 시장으로 확장하고 이에 따라 라데온 사용자 기반과 개발 생태계도 확대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모바일AP 시장서 날카로운 존재감을 자랑하는 애플이 최근 퀄컴의 5G 모뎀칩 협력을 중단할 수 있다는 말도 나와 시선이 집중된다. 5G 아이폰에 들어가는 5G 모뎀칩을 퀄컴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아이패드 및 맥에 들어가는 자체설계 M1을 통해 탈 인텔을 선언,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한 상태에서 이번 실험도 성공한다면 퀄컴에게 약간의 타격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