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43초 만에 30개 은행에 다녀왔어요!'

한 금융플랫폼 애플리케이션(앱)이 기자를 대신해 모바일로 대출 발품을 판 결과를 보여줬다. 

가장 낮은 금리를 제시한 곳은 A 지방은행이다. 과거에는 물리적·심적 거리감에 발품 후보군에 넣을 엄두를 내기 어려웠던 지방은행과 연결고리가 생긴 것이다.

지방은행과 기자 사이에 오작교 역할을 해준 건 비대면 대출 서비스다. 계좌 개설부터 대출 실행까지 비대면으로 가능해지면서 기자에게 지방은행은 언제나 이용 가능한 은행 중 한곳이 됐다. 지방은행 역시 기자와 같은 모바일 고객을 새 고객군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기자는 A 지방은행 앱으로 들어가 비대면 대출 절차를 밟았다. 

그런데 금융플랫폼이 예상한 것과 달리 A 지방은행 앱은 '고객님은 인적심사가 필요합니다. 가까운 영업점을 방문해 대출 신청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안내했다.

기자는 1금융권에서 대출받기 애매한 신용점수를 가졌다. 과거 대학생 때 창업을 하던 도중 지인 빚보증을 서는 바람에 신용불량자가 된 바 있다. 이후 보증변제와 장기 연체이력 삭제, 사채에서 2금융권 대출로 갈아타고 대환 금액을 갚는 등의 과정을 거치며 신용점수를 900점 가까이로 회복한 상황이다. 

'대출 거절'이 아닌 '영업점 내방'이라는 데 희망을 품었다. 2금융권에서 중금리 대출이나 햇살론 상품을 이용해 온 기자에게 3% 초반대 금리는 매력적인 수치였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기자는 A 지방은행 영업점이 주변에 있는지 검색했다. 가장 가까운 점포는 대중교통으로 왕복 2시간 40분 거리인 경기도 하남시에 자리했다. 대출심사를 위해 시(市) 단위 행정구역을 여러 개 넘어야 할 상황이다.

A 지방은행 다음으로 낮은 금리를 제시한 은행도 지방은행 중 한곳이었다. 이 은행도 영업점 방문을 권했다. 하남보다 먼 서울 잠실로 가야한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지방은행(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 은행)이 경기도 지역에서 운영 중인 점포는 총 20개소다. 이마저도 경기 남부에 몰려 있다. 경기 동부에는 A 지방은행의 하남 지점이 유일하다. 충청도와 강원도의 경우 더 심각하다. 두 지역에 점포를 운영 중인 지방은행은 없다.

또한 한 지방은행의 거점지역에서 다른 지방은행이 점포를 운영 중인 경우도 같은 금융지주에 속하는 사례를 제외하면 사실상 전무하다. 

내방하고 싶어도 인근에 해당 지방은행 점포가 없어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다수 고객이 선택권을 제한받고 있는 상황이다. 비대면 대출 일상화가 오히려 지방은행 점포 확대 니즈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비대면 금융거래 확산으로 점포를 줄이고 있는 지방은행에 점포 확대 요구는 현실적이지 않다. 다만 고객 중심 서비스 관점에서 지방은행이 발상의 전환을 시도할 시점이다. 

지방은행 간 공동 점포나 지방은행-시중은행 공동 점포 운영 등을 고려해볼 만하다. 독일은 각 은행 직원이 일주일에 이틀씩 번갈아 근무하는 공동점포를 시범 운영 중이다. 일본의 일부 은행도 영업점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비대면 대출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 등만 디지털 소외 계층이 아니다. 선택지가 생겼음에도 영업점이 없어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는 사람들도 디지털 소외계층이다. 모바일 시대 좁혀진 심적 거리와 여전한 물리적 거리의 간극을 줄이는 게 지방은행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