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전기 자동차 시장의 꾸준한 성장세에 배터리 소재 업계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K 배터리 업체들이 최근 다소 주춤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가운데 배터리 소재 업체들이 연타석 홈런을 쳐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실제로 에너지 시장 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동안 세계 각국에서 등록된 전기 차들의 배터리 용량은 총 47.8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동기 대비 127.0% 급증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시작된 전기 차 판매 회복세가 올해 들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이 기간에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096770)·삼성SDI(006400) 등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 기업들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축소된 반면, 배터리 소재인 동박·분리막·양극재·전해질 등을 생산하는 국내 기업들은 놀라운 성장세를 보인것으로 확인되거나 전망되고 있다. 

韓 동박 3사, 쇼티지 속 '역대급' 실적

10일 업계 등에 따르면 솔루스첨단소재(336370)·일진머티리얼즈(020150)·SK넥실리스 등 국내 '동박 삼총사'는 지난 1분기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사업에서 선방한 것으로 확인된다.

동박 공급 부족에 힘입어 역대 최대 경영 실적을 달성한 곳도 있다.

헝가리 터터바녀 산업 단지에 있는 솔루스첨단소재 전지박 공장. 출처=솔루스첨단소재
헝가리 터터바녀 산업 단지에 있는 솔루스첨단소재 전지박 공장. 출처=솔루스첨단소재

먼저 솔루스첨단소재는 지난 1분기 매출액 888억 원과 영업 이익 4억 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의 매출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25.3% 늘어났으나, 영업익은 95.5% 급감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실적 쇼크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을 생산, 공급하는 전지박 사업 부문은 올해 1분기에 582억 원의 매출액을 내며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솔루스첨단소재는 헝가리에 있는 전지박 공장을 통해 전기 차 배터리용 동박을 생산한다. 다만 해당 공장은 2020년 11월에 상업 가동을 시작, 이 과정에서 초기 운영 비용이 발생하면서 솔루스첨단소재의 이번 흑자 폭을 크게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지박 사업부의 경우 매출 발생이 본격화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는 흑자 전환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솔루스첨단소재는 보고 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설비 증설을 통해 4년 뒤까지 동박 1만5000톤과 전지박 9만 톤을 합쳐 총 10만5000톤의 연간 생산 체제를 갖추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세계 동박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 가운데 가장 높은 9.7%의 점유율을 기록한 일진머티리얼즈의 경우 지난 1분기 실적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향 동박 공급 소식이 눈길을 끈다. 노스볼트는 독일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이 투자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일진머티리얼즈는 노스볼트에 지난달 초부터 오는 2031년 4월 초까지 10년 동안 총 1만7000톤의 동박을 납품하기로 했다. 이는 4,000억 원어치이며 추후 공급 물량 증가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0년간 4,000억 원이므로 연 평균 400억 원으로 가정할 경우 (이는 일진머티리얼즈의) 연결 기준 올해 연간 매출액 예상치 대비 5% 가량"이라며 "(노스볼트향 매출의) 비중은 크지 않지만, 계약 물량의 상당 부분이 오는 2025년까지 소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노스볼트는 2023년까지 40GWh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 이는 연간 2만4,000톤 규모의 동박 수요를 발생시킬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러할 경우 일진머티리얼즈의 노스볼트향 매출액은 연 평균 8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계약 제품이 프리미엄 동박이기에 높은 단가가 책정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1만7,000톤에 대해 4,000억 원이 매겨진 것이므로 1킬로그램(kg)당 2만3,000 원 수준이다. 이는 일반 동박의 평균 판매 단가(ASP)가 그간 1kg당 1만5,000 원 가량이었던 것에 비하면 약 50% 높다. 김현수 연구원은 "(일진머티리얼즈가) 5년 이상의 장기간 계약을 높은 ASP로 체결한 것은 최근의 배터리 시장 내 동박 공급 부족을 방증한다"라 평가했다.

한편 일진머티리얼즈는 2022년까지 10만톤 규모의 동박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것을 타진하고 있다. 또 일진머티리얼즈는 미국 전기 차 시장의 성장세에 따라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동박. 출처=SK넥실리스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동박. 출처=SK넥실리스

SKC(011790)의 동박 사업 자회사인 SK넥실리스는 잭팟을 터트렸다. 지난 1분기 전북 정읍 소재 동박 5·6 공장 증설 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매출액 1,420억 원과 영업 이익 167억 원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로, 전년 동기에 기록했던 713억 원에서 2배 가까이로 불어났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에 맞춰 풀가동 체제를 지속하는 전략이 통했다는 설명이다.

SK넥실리스 관계자는 "(SK넥실리스는) 올해 2분기에 정읍 동박 5 공장을 조기에 가동해 실적을 확대할 방침"이라며 "또한 핵심 고객사들의 (소송 등) 이슈가 해소됨에 따라 (SK넥실리스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SK넥실리스는 주요 고객인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관련 소송전을 벌이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의 중장기 계약 등 협력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도 했으나, 양 사 간의 분쟁이 종결됨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력을 다시 추진해하고 관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설명이다.

또 SK넥실리스는 향후 미국 완성차 업체들을 대상으로 동박 제품을 인증 받고 판매하겠다고 밝히면서 'T사'를 언급, 세계 최대 전기 차 업체인 미국 테슬라로의 공급선을 암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SK넥실리스 측은 "직접 공급은 아니고 일본 P사를 통한 판매"라고 부연했으나 이는 파나소닉을 통한 동박 납품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SK넥실리스는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을 오는 7월에 착공할 예정이며 여기에는 7,300억~7,500억 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미국이나 유럽으로의 추가 진출도 검토하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동박 생산 능력을 현 수준의 5배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는 설명이다.

분리막, 탄탄한 고부가에 명약관화의 성장세

SK이노베이션의 소재 사업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이하 SKIET)가 최근 상장을 앞두고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해당 업체가 생산하고 있는 분리막의 가치도 주목 받고 있다. 

분리막 사업의 경우 원가 등에 대한 고정비가 높지만 생산성 향상을 통한 수익성 레버리지가 가능하다. 분리막 사업의 높은 고정비는 후발 주자들에게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므로 기존 분리막 업체들은 비교적 오랫동안 높은 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직원이 리튬 이온 배터리용 분리막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출처=SK이노베이션
SK아이이테크놀로지 직원이 리튬 이온 배터리용 분리막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출처=SK이노베이션

앞서 SKIET는 지난해에 전년(분할 시점을 기준으로 지난 2019년 2분기부터 4분기까지 반영) 대비 78.4% 급증한 4,693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의 영업 이익은 1,252억 원으로 전년보다 55.4% 늘어난 수준이다.

박상범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SKIET가 올해 연간으로 매출 7,483억 원과 1,998억 원의 영업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9.5%와 59.6% 각각 증가한 수치다. 박상범 연구원은 "(SKIET의 경우) 전기 차 시장 성장과 더불어 생산 능력 확대로 큰 폭의 외형 성장이 예측되나, 신규 공장의 초기 수율 문제로 영업 이익률은 2020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SKIET는 세계 최대 전기 차 시장인 유럽에 분리막 3·4 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공격적인 증설 전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SKIET가 현재까지 확보한 분리막 생산 능력은 10억4,000만㎡로, 이는 연간 전기 차 100만 대에 사용될 수 있는 규모다. SKIET는 2024년까지 분리막 캐파(생산 설비 용량)를 27억3,000만㎡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SNE리서치에 따르면 SKIET는 2020년 티어(Tier) 1 전기 차용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점유율 26.5%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티어 1 습식 분리막 시장은 테슬라를 비롯해 독일 폭스바겐과 미국 포드, 우리나라의 기아와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전기 차 톱티어들에 공급되는 프리미엄 분리막을 다룬다. 티어 1 습식 분리막 시장 경우 SKIET를 비롯해 일본 도레이 및 아사히카세이 등처럼 고품질 분리막을 생산할 수 있는 소수의 기업들만이 진입해 있다.

티어 1 습식 분리막 시장이 전체 전기 차용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44%에서 2025년 69%로 성장하고, 수요 급증에 따라 2023년부터는 공급 부족까지 나타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티어 1 습식 분리막 시장 경우 공급 단가, 즉 마진 또한 높다. 티어 1 완성차 업체들과 기타 자동차 업체들에 납품되는 분리막의 평균 가격 격차는 작년까지만 해도 약 60%였으나, 2025년에는 거의 2배인 97% 가량까지 벌어질 전망이다. 만약 공급 증가로 프리미엄 습식 분리막의 ASP가 하락하더라도 SKIET는 구축해 온 기술력과 노하우 등으로 제품 생산성을 향상, 원가 절감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SKIET 경우 프리미엄 분리막 시장을 중심으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어 향후 잠재력은 더욱 크다는 평가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분리막 생산 현황 및 계획. 출처=SK이노베이션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분리막 생산 현황 및 계획. 출처=SK이노베이션

SKIET의 상장이 확정되면서 대한유화(006650)에 대한 가치 평가도 다시 이루어지고 있다.

대한유화는 전기 차 배터리 분리막용 폴리 에틸렌(PE) 분야의 세계 1위 기업으로, 지난 1분기에 매출액 5,573억 원과 영업 이익 865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0%대의 외형 성장과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분리막용 PE는 마진율과 성장률이 분리막 시장과 유사한 고부가 제품이다.  

전우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분리막 소재 시장의 경우 진입이 쉬울 수 있지만, 현 분리막용 PE 시장 점유율과 (대한유화) 경쟁 업체들의 설비 증설 계획을 감안했을 때 최소 2026년까지는 대한유화가 글로벌 분리막용 PE 1위 업체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말하면서, 대한유화 분리막용 PE 사업의 가치를 약 8,800억 원으로 계산했다.

이진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분리막용 PE는 전방 업체들의 공격적인 설비 증설로 판매 확대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대한유화의) 분리막용 PE 영업익은 올해 47%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전체 (영업)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21%에서 내년 28%로 확대될 것"이라 예측했다.

'하이니켈'의 혁명이 시작되는 곳, 양극재

양극재 시장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에코프로비엠(247540)·엘앤에프(066970)·코스모신소재(005070)·포스코케미칼(003670) 등이 대표적인 양극재 업체로 꼽히며, 세계 배터리 톱티어인 LG에너지솔루션을 100% 자회사로 소유하고 있는 동시에 양극재도 생산하고 있는 LG화학(051910) 또한 주목 받고 있다.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40% 안팎을 차지하지만, 원료인 리튬 등의 가격이 비싸 영업 이익률이 높은 제품은 아니다. 따라서 양극재 사업은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않고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 진입 장벽이 높다.

이러한 가운데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 즉 전기 차 주행 거리를 대폭 향상시킬 수 있는 '하이니켈(high-nickel)' 양극재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조명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배터리 자체 생산을 선언하면서 배터리 업계에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지만, 양극재 업체들은 공급선만 바뀌는 셈이다. 게다가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내재화 과정에서 하이니켈 양극재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LG화학의 양극재 제품. 출처=LG화학
LG화학의 양극재 제품. 출처=LG화학

국내 최대 양극재 생산 업체이자 세계에서 유일하게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와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를 모두 생산하는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약 57% 늘어난 2,634억 원의 매출액과 114% 가량 증가한 189억 원의 영업 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특히 이 기간 매출은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에너지 저장 장치(ESS)향 매출이 올해 1분기부터 유의미한 수준으로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NCA 양극재를 생산하는 CAM 5 3라인의 가동 효과도 더해지면서 견조한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는 에코프로비엠은 양 사 전용 생산 라인을 각각 구축했을 정도로 해당 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경북 포항에 있는 공장도 지속적으로 증설하고 있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 경우) 올해 하반기에 (NCM 양극재 생산 설비인) CAM 5 2라인까지 가동하면서 포항 공장이 본격적으로 매출액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ESS 시장 성장 수혜가 이어지면서, 에코프로비엠은 올 2분기에도 호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관련 소송전 종결에 합의한 것도 에코프로비엠에 있어 호재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배터리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되면서, 에코프로비엠도 주요 수요처 관련 리스크를 해소하게 됐다는 평가다.

한편 에코프로비엠이 삼성SDI와 합작 법인(JV)으로 설립한 에코프로이엠은 내년 1분기 중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엘앤에프는 아직 지난 1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금융 투자 업계는 엘앤에프의 호실적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앞서 엘앤에프는 올해 초에 SK이노베이션과 1조 원대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엘앤에프가 지난해 12월에 LG에너지솔루션과 체결한 계약과 비슷한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부터 2년 동안 엘앤에프로부터 양극재 1조4,500억원 어치를 납품 받기로 했는데, 이는 엘앤에프의 2020년 연간 매출액인 3,561억 원의 네 배가 넘는 규모의 빅딜이다.

엘엔에프가 생산하는 양극재는 LG에너지솔루션의 차세대 배터리인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에 적용되며, 해당 배터리는 올해 하반기부터 테슬라의 '모델 Y'에 탑재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엘앤에프는 올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실적 상승 가도를 달릴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엘앤에프의) 테슬라향 매출액 비중은 올해 50% 가량에서 내년 77%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면서 "테슬라향 양극재 공급이 본격화하면 엘앤에프의 연간 영업 이익은 2021년 250억 원에서 오는 2022년 1,100억 원으로 네 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엘앤에프의 경우 최근에 LG화학 출신의 최수안 대표 이사를 다시 선임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력 관계가 강화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삼성SDI 및 LG에너지솔루션 등과 거래하는 코스모신소재의 경우 NCM 배터리 호조에 힘입어 지난 1분기에 매출액 792억 원과 영업 이익 58억 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약 83% 늘어난 가운데 영업 이익은 무려 280% 급증했다.

코스모신소재 관계자는 "(코스모신소재의) 실적이 2020년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확대됐으며, 이 같은 추세는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라며 "주요 제품인 NCM 배터리용 양극 활물질 등에 대한 주문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코스모신소재는) 올해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또 코스모신소재는 기존 NCM 배터리용 양극 활물질 생산 라인을 작년 4분기부터 풀가동하고 있는 가운데 신규 설비도 증설을 완료, 가동 준비를 마쳤다는 설명이다. 이가 앞으로 매출액 상승에 주효할 것으로 코스모신소재 측은 보고 있다.

전남 광양에 있는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공장. 출처=포스코케미칼
전남 광양에 있는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공장. 출처=포스코케미칼

포스코케미칼은 지난 1분기에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 4,672억 원과 영업 이익 343억 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 기간의 매출과 영업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6%와 111.4% 늘어난 수준으로, 배터리 소재들에 대한 투자의 성과가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 사업 매출액은 1,54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36%, 음극재 사업 매출은 519억 원으로 26% 가량 각각 증가했다. 원가 경쟁력 강화와 전기 차향 판매 확대가 해당 사업들의 호실적을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엘앤에프가 테슬라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점쳐진다면, 포스코케미칼은 미국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로의 공급선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JV인 얼티엄 셀즈에 NCMA 배터리용 양극재를 공급하기로 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음극재까지 납품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즉, 포스코케미칼은 GM에 배터리의 양대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를 모두 제공하게 되는 셈이다. 

한편,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포스코케미칼은) 전기 차 시장의 급성장에 대응해 양극재 사업에서 선제적인 투자는 물론 공정 혁신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또 음극재 사업에서는 실리콘계·인조 흑연계 등 차세대 소재들을 개발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고, 신규 고객 확보 마케팅에도 주력할 것"이라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포스코케미칼은 2025년까지 세계 배터리 소재 시장의 톱티어로 올라서기 위해 포스코 그룹이 추진하는 니켈·리튬·흑연 등 배터리 원료 확보와 연계하는 배터리 소재 밸류 체인을 완성하고, 양극재·음극재 생산 능력을 확대해 2030년까지 양극재 40만 톤 및 음극재 26만 톤의 생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20%와 연간 매출액 23조 원을 달성하는 것이 포스코케미칼의 궁극적인 목표다.

중국 우시에 있는 LG화학 양극재 공장. 출처=LG화학
중국 우시에 있는 LG화학 양극재 공장. 출처=LG화학

LG화학 역시 양극재를 생산하는 첨단 소재 부문에서 지난 1분기까지 세 분기 연속으로 성장세를 이어 갔다. LG화학 첨단 소재 부문은 올해 1분기에 매출액 1조1,719억 원과 영업 이익 883억 원을 거뒀으며, 특히 영업익은 전 분기와 전년 동기에 비해 모두 세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LG화학이 앞으로 배터리 소재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LG화학의 경우 첨단 소재 부문을 통해 배터리 소재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약 4만 톤이었던 양극재 캐파를 올해에는 8만 톤으로 두 배 늘리고, 4년 뒤까지는 26만 톤으로 증대할 방침이다. 또 기존 배터리 소재 사업인 방열 소재·양극재·음극 바인더·조립 소재 외에도 추가적인 사업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인수 합병(M&A)과 JV 설립 등도 추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의) 첨단 소재 부문에 더 공격적으로 가치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하면서 "해당 부문의 내재 가치가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케미칼, SKIET 등 다른 배터리 소재 업체들보다 낮게 평가될 이유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천보, 주목해야 하는 이유

국내 배터리 소재 업계가 부상하는 가운데 전해질 사업을 핵심으로 다루는 천보(278280)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천보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전해질로 사용되는 리튬 화합물을 생산해 국내외 배터리 제조 업체들에 공급하는 업체다. 전해질은 양극재와 음극재의 매개체인 전해액의 성능을 높이는 역할을 하며, 배터리 수명을 늘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소재로 꼽힌다.

천보는 지난 1분기 400억 원대의 매출액과 80억 원 안팎의 영업 이익을 기록하며 대체로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역성장이나, 전년 동기보다는 10% 이상 성장한 수준이다.

전해질 사업이 전체 실적을 견인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1분기에도 천보의 주력 제품인 F 전해질(LiFSI)과 P 전해질(LiPO2F2)의 출하량은 견조하게 유지된 가운데, 지난해에 부진했던 D 전해질(LiDFOP) 공급까지 증가세가 본격화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광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천보의 D 전해질 공급 규모는 2020년에 6억 원 수준이었으나, 2021년 1분기에는 약 30억 원일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또 전해질 제품 전반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천보의 전해질 생산 라인 평균 가동률은 80%를 상회하는 높은 수준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천보가 올해 하반기부터 전해질 생산 설비 증설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계단식 매출 성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천보는 올해 3분기부터 B 전해질(LiBOB)에서 400톤, P 전해질에서 1,460톤의 캐파가 각각 추가되며 4분기에는 F 전해질과 D 전해질에서 280톤과 300톤의 신규 캐파가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천보의 전체 전해질 생산 능력은 기존의 1,560톤에서 4,000톤으로 확대된다.

김광진 연구원은 "전해질은 전기차 배터리의 ▲고온 안정성 ▲사이클 특성 개선 ▲저온 특성 개선 등과 관련된 필수 소재이나, 생산 가능 업체는 제한돼 있는 점이 (천보에 대한) 프리미엄 부가 요소"라 언급했다. 또한 천보는 글로벌 톱 6 배터리 셀 제조 업체인 일본 파나소닉과 중국 CATL 및 BYD, 국내 배터리 3사 등으로 모두 매출 익스포저를 갖고 있어 전방 업체들의 수주 상황에 관계 없이 실적 우상향이 가능하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