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국내 최대 석유 화학 업체로 꼽히는 LG화학(051910)은 올해 1분기에만 1조 원이 넘는 흑자를 내며 창사 이래 최대 경영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무려 연간 영업익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LG화학은 매출액 9조6,500억 원과 영업 이익 1조4,081억 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4%, 전 분기 대비 8.4% 늘어났고 영업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3.5%, 작년 4분기보다는 무려 1083.2%나 급증했다. 당기 순이익은 1조3,710억 원이다.

LG화학의 경우 생명 과학 사업 부문을 제외하고 모든 사업부가 성장세를 이어 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반사 이익을 보고 있는 석유 화학 부문이 이번 호실적을 견인한 일등 공신으로 꼽히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 사업도 이익 증대에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석유 화학이 이끈 흑자, 전 분기의 11배 

LG화학은 2021년 1분기에 석유 화학 부문에서만 4조4,352억 원의 매출액과 9,838억 원의 영업 이익을 냈다. 특히 해당 부문의 영업익은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했던 지난 2020년 1분기의 2,350억 원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전방 산업인 가전·건자재·의료 용품 등의 호조에 따라 주요 제품들의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값)가 확대,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가전 수요 증가는 고부가 가치 합성 수지인 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티렌(ABS)의 강세를 이끌었다. 국내 석유 화학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에 1톤당 700~800달러 수준이었던 ABS 스프레드는 1년 만에 1,800~1,900달러로 2.5배 가량 치솟았다. 이외에도 세계 각국이 경기 부양과 인프라 투자에 돌입하면서 건자재 소재인 폴리 염화 비닐(PVC)의 가격이 강세를 띄고 있고, 위생용 장갑에 들어가는 NB 라텍스에 대한 수요 역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LG화학 석유 화학 부문의 호조는 올해 2분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LG화학 관계자는 "세계 경제의 빠른 회복세에 따라 (석유 화학 제품들의) 스프레드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석유 화학 제품 전반이 성수기에 진입할 전망이다.

또 LG화학은 전남 여수에 있는 제2 나프타 분해 시설(NCC)과 폴리 올레핀(PO) 생산 설비 등을 올해 2분기부터 차례로 가동하면서 고부가 제품 판매량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화학 측은 "여수 NCC 증설에 따라 전반적으로 연간 2조 원의 성장세가 기대된다"라 말하기도 했다.

NB 라텍스 공장 증설 계획도 눈길을 끈다. 구체적으로 LG화학은 NB 라텍스의 최대 수요처로 꼽히는 말레이시아에 NB 라텍스 생산 기지를 증설하고 현지화하는 것을 추진하며, 올 2분기에는 중국에서 신규 NB라텍스 공장을 돌릴 예정이다. 또 국내에서도 NB 라텍스 생산 능력 확대를 타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LG화학은 3개 국가 내 NB 라텍스 캐파(생산 설비 용량)를 오는 2025년까지 100만 톤 이상으로 늘려 NB라텍스 생산 규모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다.

톱티어 배터리 업체에 '소재 내재화' 확대로 서포트

LG에너지솔루션의 파우치형 배터리 셀. 출처=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의 파우치형 배터리 셀. 출처=LG에너지솔루션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에 매출 4조2,541억 원과 영업익 3,412억 원을 달성하며 분기 기준 최대 기록을 또 한 번 경신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4분기에 4,000억 원이 넘는 매출액을 거뒀으나, 현대자동차 '코나 EV' 리콜에 부담하는 비용이 반영되면서 4,390억여 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1분기에는 전기 차용 배터리 수율 개선 및 출하 확대에 원가 절감 효과 등이 맞물리면서 배터리 사업의 수익성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LG화학은 수년 동안 국내외에서 배터리 관련 소송전을 벌여 왔던 SK이노베이션(096770)과 지난달에 전격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앞두고 소송 관련 불확실성을 해소, 전기 차 배터리 사업 투자에 재원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LG화학은 전기 차 배터리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이에 대한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LG화학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 신규 배터리 생산 거점을 따로 설립해 2025년까지 10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추가로 확보할 것이며, 유럽 등에도 신규 배터리 생산 기지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LG에너지솔루션이 전략적 파트너인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하고 있는 제1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테네시주에도 추가로 배터리 공장을 지어 총 70GWh 규모의 합작 배터리 공장을 확보할 것"이라 덧붙였다. 

배터리 원가 절감 전략도 언급됐다. LG화학 측은 "(LG화학은)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를 구현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큰 방향으로 하고 있으며, 셀 외에도 모듈이나 팩의 설계를 단순화해 비용을 낮추고자 노력하고 있다"라며 "또한 배터리의 경우 재료에 들어가는 비용의 비중이 높아 양극재 메탈 및 밸류 체인에서 원재료를 염가로 받는 것도 추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LG화학은 첨단 소재 부문을 주축으로 배터리 소재 사업도 확장한다. 우선 LG화학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약 4만 톤이었던 양극재 캐파를 올해 8만 톤으로 두 배 증대하고, 4년 뒤까지 26만여 톤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LG화학의 현 양극재 내재화 비율은 30% 가량이며, 이는 올해까지 유지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기존 배터리 소재 사업인 방열 소재·양극재·음극 바인더·조립 소재 외에도 추가적인 사업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신규 배터리 소재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올해 초에는 여러 사업부에 산재돼 있던 배터리 소재 관련 사업들을 첨단 소재 부문으로 통합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LG화학 관계자는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사업과 관련해) 인수 합병(M&A)과 합작 법인(JV) 설립 등도 적극 검토하는 중이며, 이르면 올 2분기나 3분기에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 언급했다.

LG화학이 이번에 첨단 소재 부문에서 실시하는 대규모 채용도 배터리 소재 사업 육성 의지를 보여 준다. LG화학 첨단 소재 부문은 이달부터 지난 2019년 출범 이래 최대 규모의 채용을 진행하는데, 특히 배터리 소재 분야에만 세 자릿수의 인원을 선발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가운데 LG화학은 지난 7일에 설비 투자 등을 위해 총 1,500억 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2월에도 1조 원이 넘는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한 바 있다. 이는 전기 차 배터리를 비롯해 중단기 핵심 사업들을 중심으로 높은 수준의 투자 부담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의 경우 신용 등급 'AA+'와 등급 전망 '안정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으나, 이 같은 투자 부담은 수년 동안 겪어야 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LG화학이 앞으로 2년간은 핵심 사업 설비 확충을 위해 연간 6조 원 안팎을 투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의 이인영 연구원 등은 올해 4월에 발간했던 보고서를 통해 "LG화학 경우 SK이노베이션과의 합의를 바탕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재무 안정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상하면서도 "다만 (전기 차 화재 따위) 배터리 이슈 관련 충당금 적립과 같은 비경상적 손실 발생 가능성도 상존한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LG화학이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배터리 부문의 이익 창출력 확대 여부라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