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가 자사 웹 브라우저인 웨일을 통한 큰 그림을 전격 공개했다. 전용 디바이스나 모바일 OS가 없는 등 몇 가지 약점은 있으나 오히려 이를 강점으로 삼아 바텀업 전략을 통해 플랫폼 생태계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눈길을 끈다.

웨일은 단순한 브라우저가 아닌 네이버 서비스의 근간을 이루는 웹의 핵심이자, 미래차 등 다양한 영역으로 치닫는 녹색 생태계의 선봉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글로벌 ICT 거인들의 각축장에서 오히려 기회를 엿보는 큰 고래의 날카로운 전략에 시선이 집중된다.

김효 책임리더. 출처=네이버
김효 책임리더. 출처=네이버

“로컬 유저 퍼스트”

웨일 서비스를 이끄는 김효 책임리더는 27일 온라인 웨비나를 통해 웨일을 소개하며 ‘로컬 유저 퍼스트(Local user-first)’로 정의했다.

그는 “브라우저나 모바일 OS는 글로벌 기업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면서 “웨일은 한국 이용자들의 사용자 경험을 고민한 결과 등장한 브라우저”라고 말했다.

김 리더는 웹 생태계 주도권, 기술 경쟁력, 데이터 주권의 측면에서 웨일의 존재감에 주목해야 한다며 다양한 기술 발전을 통해 웨일의 미래를 키우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 연장선에서 하나의 창을 두 개로 나누는 듀얼 탭, 드래그하면 바로 뜻을 알려주는 퀵서치, 다양한 편의 도구를 한데 모아볼 수 있는 사이드바 등 기존 글로벌 거인들의 브라우저에는 없는 새로운 기술들이 등장했다는 설명이다.

HWP 파일을 브라우저에서 바로 볼 수 있도록 한글 뷰어를 탑재한 것도 한국인의 사용자 경험에 주목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모바일의 사용자 경험을 PC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전략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이달 웨일 브라우저 창을 띄우지 않고도 사이드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이드바 단독모드를 출시한 바 있으며 이를 통해 이용자들은 위젯을 통해 문서창과 브라우저를 오가는 불편함 없이, 모바일앱과 동일한 형태의 서비스들을 실행할 수 있다.

바탕화면에서 바로 네이버 검색을 할 수 있는 퀵 서치 위젯도 한국 이용자들의 편의를 만족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디바이스나 OS에 상관 없이 웨일을 통해 파일을 끊김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그린드랍 기능도 그 연장선에 있다.

이를 바탕으로 웨일은 웨일 스페이스를 통해 단순한 브라우저의 프레임을 넘는다는 각오다. 웨일 생태계를 구축하며 웹 서비스 플랫폼으로 확고하게 자리잡는다는 각오다. 웨일온과 같은 화상회의 플랫폼과 웨일 스페이스 for Education 등이 웨일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출처=갈무리
출처=갈무리

글로벌 기업만 브라우저 만드나? "휘둘리지 않아"

네이버는 웨일을 소개하며 한국인, 즉 로컬 특화 전략을 강조했다.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공습에 맞선 삼별초 네이버의 자부심과 맞닿아 있다. 김효 리더도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웨이바 초반 ‘한국인을 위한 플랫폼’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그러나 웨일을 완전한 기술독립의 산물로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자체 엔진이 아니라 구글이 개발하는 오픈소스 웹 브라우저 프로젝트인 크로미움으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엣지도 크로미움 방식으로 전환하며 결과적으로 네이버의 선택은 옳았다는 것이 입증됐다. 다만 웨일이 크로미움으로 제작되는 순간 기술독립의 길은 멀어지고 구글 종속성 우려가 나온 바 있다.

김효 리더는 “오히려 기술 주도권은 우리에게 있다”며 일각의 종속설에 선을 그었다. 그는 “자체 엔진도 고민했으나 전략적인 판단으로 크로미움을 택한 것”이라며 “네이버 내부 인력들이 오픈소스인 크로미움의 프로젝트 기여도가 글로벌 7위다. 이 정도면 구글의 정책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이해도가 높은 우리가 독자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크로미움 보안 이슈로 인한 웨일의 리스크에 대해서도 “모든 보안 이슈는 철저하게 챙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효 리더는 나아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 중심의 브라우저 시장에서 웨일이 어떤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현재의 IT 월드에서 판세가 영원히 굳어버리는 것은 없다”면서 “관건은 얼마나 확실하게 투자하고 오랫동안 집중하느냐다”고 말했다.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국내 1위 브라우저가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 리더는 “3년 내 글로벌 사업자들을 제치고 국내 브라우저 시장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데이터를 밝힐 수 없지만 웨일의 성장세는 꾸준히 우상향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3월 기준 웨일의 국내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은 7.63%에 불과하며 1위 크롬은 무려 52.77%다. 웨일이 헤엄쳐 갈 길이 멀다. 그러나 김 리더는 “스탯카운터는 글로벌 데이터를 조사하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서 “매주 점유율 최고치를 기록하는 중”이라 강조했다.

김효 리더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갈무리
김효 리더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갈무리

웨일이 네이버 최강의 검인 이유

네이버는 강력한 검색 포털에서 시작해 방대한 콘텐츠를 끌어모으는 한편, 최근에는 핀테크 및 이커머스와 물류 등 다양한 영역에 공격적으로 침투하고 있다.

다만 네이버가 웨일이라는 브라우저 시장에 진출할 당시 업계에서는 “왜?”라는 의문도 나왔다. 기술독립을 꿈꾸는 일부 회사들이 의욕적으로 브라우저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으나 대부분 실패했고, 네이버가 웨일을 출시하며 투입할 ‘캐파’에 비해 ‘성과’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말도 나왔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웹 그 자체에 있다.

김효 리더는 네이버 서비스의 핵심이 웹에 있다는 점을 우선 강조했다. 그는 “모바일 기술이 등장한 후 많은 서비스가 앱을 기반으로 제작되고 있지만 웹이 사라지면 네이버도 사라진다”면서 “웹은 네이버의, 나아가 모든 회사의 기반이며 당연히 네이버는 웹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회사”라고 말했다.

인터넷 서비스의 핵심이 웹에 존재하며, 웹을 통한 비전을 창출하는 것이 네이버의 기본 전략이라는 주장이다. 이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했으나 이를 극복하고 넘어서야 하는 당위성으로도 해석된다.

웹의 확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웹은 상대적으로 앱과 달리 다양한 영역에 쉽게 파고들 수 있다. 미래차 중심의 모빌리티는 물론 데이터와 플랫폼의 가동 전반에 간단히 녹아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은 네이버가 웨일 스페이스를 통한 웹 서비스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노릴 수 있는 배경이 된다. 웨일온 등 브라우저 단계에서 제공할 수 있는 강력한 기술과, 솔루션 형태로 작동하는 비즈니스 전략을 웨일에 담아내어 일종의 플랫폼 전략을 가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당연히 네이버 웨일은 확장성의 강점과, 이를 바탕으로 세상을 녹색으로 덮으려는 네이버에게 가장 강력한 검이 될 수 있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다. 글로벌 기업의 각축전이 심각한 것은 IT 월드의 판세가 영원히 굳어버리지 않는다는 김효 리더의 자신감으로 이겨내고, 크로미움 기반이라는 정체성의 리스크는 완벽에 가까운 ‘피드백-보완 및 강화’로 버텨낸다지만 전용 디바이스와 OS가 없다는 것은 심각한 약점으로 꼽힌다.

일단 네이버는 LG전자 등과 협력해 웨일북을 연내 출시하는 등 전용 디바이스 전략을 희미하게나마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하드웨어 기업이 아닌 네이버에게 전용 디바이스가 없다는 것은 웨일에게는 고질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김효 리더는 이 지점에서 바텀업 전략을 고안했다. 그는 “사실 전용 디바이스와 OS가 없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점”이라면서도 “다만 전용 디바이스나 OS가 존재한다면 오히려 필요이상의 종속성이나 확장성의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연장선에서 오히려 소프트웨어, 즉 웨일의 서비스로 이용자들을 끌어모아 ‘바텀업’ 전략이 통할 것이라 봤다. 실제로 김 리더는 “이용자들을 먼저 끌어모아 큰 플랫폼이 되는 전략을 가동하겠다”고 주장했다. 전용 디바이스와 OS가 존재하는 기업은 생태계 수직계열화나 시스템 전략을 빠르게 잡아낼 수 있지만 웨일은 일단 강력한 서비스로 이용자들을 모아 ‘아래에서 위로 솟아오르는 전략’을 택하겠다는 의지다.

다른 브라우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신기술들을 빠르게 모아 한국인의 로컬 전략에 축차투입해 성과를 내며 시스템을 가진 경쟁자를 이긴다는 전략이다.

김 리더는 "OS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사업자들과 겨뤄 브라우저 시장의 판도를 뒤집는 것은 매우 어려운 도전이지만, 웨일은 자체 디바이스나 OS 없이도, 편리한 사용성으로 사용자 선택을 받으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네이버만의 방식으로 꾸준히 도전해 브라우저 시장에서 웨일의 존재감을 더욱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리더는 웨일의 글로벌 전략에 대해 “코로나19 상황 등을 보며 면밀히 준비하고 있으나 약간은 늦어지는 상태”라 말했으며 최근 크롬이 개인정보수집 등을 중단하는 등 데이터 결정권에 대한 이슈가 화제가 되는 점에는 “입장을 정리하는 중”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