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주)가 투자한 '그랩'의 차량. 출처= SK(주)
SK(주)가 투자한 '그랩'의 차량. 출처= SK(주)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SK의 지주회사이자 투자전문회사인 SK주식회사(이하 SK㈜)가 SK그룹이 미래지향적 경영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SK㈜(034730)는 ESG(친환경·사회공헌·지배구조개선) 실현을 위한 투자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섬과 동시에 투자 관점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들을 내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그룹 내 SK㈜의 존재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Focus on Mobility 

SK㈜는 전기자동차·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자동차 관련 사업에 많은 관심을 표출하고 있다. 미래형 자동차는 친환경, 배터리, IT·통신, 디스플레이, 반도체 기술 등 미래 유망산업의 거의 모든 분야가 투입되는 종합체로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SK㈜는 최근 미래형 자동차와 관련해 의미 있는 행보들을 보여줬다. 

지난 3월 18일 SK㈜는 중국의 민영 자동차 기업 ‘지리자동차그룹(Zhejiang Geely Holding Group)’과 공동으로 ‘뉴모빌리티 펀드(New Mobility Fund)’를 조성하고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투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지리자동차그룹은 중국 로컬 브랜드 자동차의 생산·판매와 더불어 스웨덴의 자동차 기업 볼보(VOLVO)와 전기차 스타트업 폴스타(Polestar), 영국 고성능 차량 로터스(LOTUS) 등을 보유한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다. 

펀드의 규모는 3억 달러(약 3,400억원)로 SK㈜와 지리자동차그룹이 각각 3,000만 달러(약 350억원)를 출자한다. 펀드 기금의 주 목적은 미래형 자동차 산업의 핵심 분야인 연결(Connected), 자율(Autonomous), 공유(Shared), 전동화(Electric) 영역의 유망기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성장시키는 것이다. 

SK(주)가 지분을 인수한 시그넷EV의 초급속 충전기. 출처= SK(주)
SK(주)가 지분을 인수한 시그넷EV의 초급속 충전기. 출처= SK(주)

SK㈜의 장기적 투자들은 올해 내 큰 성과가 예상되고 있다. SK㈜는 지난 2017년 미국의 차량공유 스타트업 투로(Turo)에 4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2018년에는 ‘동남아시아의 우버’라 불리는 말레이시아의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 그랩(Grab)과 이스라엘의 자동차 빅데이터 기업 오토노모(Otonomo)에 각각 2,500억원(2억3,000만 달러)와 120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SK㈜가 지난 2017년부터 추진한 모빌리티 분야 육성 본격화에 따른 운행공유(Ride Sharing), 차량공유(Car Sharing), 모빌리티 기술(Mobility Tech.) 분야 투자계획의 일환이었다. 

세 기업은 모두 각자의 성장 가치를 높게 평가받았고 이에 힘입어 현재는 미국 나스닥 상장이 진행되고 있다. 세 기업의 상장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면, SK가 보유한 각 기업의 지분 가치는 최소 현재의 2배 이상으로 오르게 된다. 오토노모는 올해 2분기, 그랩은 올해 3분기 그리고 투로는 올해 하반기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SK㈜의 미래형 자동차 관련 투자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15일 SK㈜는 국내 급속 충전기 제조회사인 시그넷 EV의 인수, 스웨덴의 전기차 기업 폴스타(Polestar)에 대한 투자를 공표했다. 2016년 설립된 시그넷 EV는 350kW 초급속 충전기를 개발해 2018년 세계 최초로 미국 인증을 획득한 기업이다. SK㈜는 시그넷 EV의 지분 55.5%를 2,100억원 가량의 신주를 포함해 총 2,930억원에 인수한다. 폴스타에 대한 투자는 중국 지리자동차그룹과 함게 조성한 펀드를 통해 이뤄진다. 투자금액은 6,000만달러(약 669억원)이다. 

SK㈜ 관계자는 “SK㈜는 글로벌 1위 동박 제조사 왓슨(Wason)과 차세대 전력 반도체 제조사 예스파워테크닉스 등 친환경 미래차 시장 핵심 소재 및 기술부터 그랩(Grab), 투로(Turo) 등 혁신 모빌리티 사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왔다”라면서 “시그넷 EV 인수와 폴스타 투자 등을 통해 SK㈜는 친환경 모빌리티 시장의 핵심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NH투자증권
출처= NH투자증권

투자계 “경영과 투자의 선순환, 긍정적”  

SK㈜는 최근 두드러진 모빌리티 관련 투자 외에도 제약·바이오, 반도체 등 광범위한 영역의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SK그룹 전체가 공유하는 목표 실현을 이끄는 지주회사이자 투자전문회사로써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SK㈜를 중심에 둔 SK의 투자는 투자업계에서도 긍정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KTB투자증권 김한이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SK그룹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추구한다’는 기조 하에 첨단소재(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그린(수소), 디지털 등 4대 영역을 중심으로 경영과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편했으며 이러한 계획을 이끄는 주체는 SK㈜”라면서 “최근 SK㈜가 보여주는 투자의 행보는 그룹이 강조하는 ESG 경영 기조가 구체적 전략으로 구현된 이상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NH투자증권 김동양 연구원은 “자회사의 순차적 IPO와 기존의 자회사 보유 지분에서 발생하는 매출로 ‘투자형 지주회사’ SK㈜는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면서 “수소사업 진출, REITs 사업 진출, 바이오 사업 확대 등 신성장 포트폴리오는 SK㈜를 통해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