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핀 원사. 출처=휴비스
그래핀 원사. 출처=휴비스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국내 화학 소재 기업 휴비스(079980)가 '꿈의 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적용한 섬유를 지그난 3월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12일 밝혔다.

그래핀은 흑연이라고 일컫는 숯에서 탄소 원자 1개 층을 분리해 낸 이차원 물질로, 이론적으로는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고 열·전기 전도성도 뛰어나며 숯의 특성상 항균 기능까지 우수해 이상적인 소재로 꼽힌다. 앞서 영국의 한 연구팀이 지난 2004년 그래핀을 분리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고순도 그래핀 섬유 생산은 최근까지만 해도 연구 단계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탄소의 결합체인 그래핀은 분산성이 좋지 않아 폴리에스터(PET)와 합성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까지 상업화된 그래핀 섬유들 대부분은 그래핀 함량이 기준 미달이거나, 단순히 섬유에 그래핀 물질을 코팅하는 식이라 진정한 그래핀 섬유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그래핀 섬유들이 검은색 아니면 회색인 것도 이 때문이다.

흑연에서 그래핀을 떼어 내는 방식은 그래핀의 용도에 따라 다른데, 그래핀 섬유의 출발은 서울대학교 스마트 나노 벤처 기업이 초입자로 그래핀을 분리한 것이다. 서울대 화학과 출신 박사들이 주축인 해당 연구팀은 2018년 싱글 레이어의 고순도 그래핀 원료를 개발했으며, 이어 2019년 기존의 파우더 방식이 아닌 액상 형태의 그래핀 원료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 업체인 네오엔프라가 이 스마트 나노 그래핀을 공급 받아 섬유용 그래핀 마스터 배치를 개발했다. 또 해당 업체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MEPPS(Mechanical Engineering & Polymer Processing System)'라는, 서로 다른 물질을 결합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통해 그래핀과 폴리 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을 안정적으로 결합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에 휴비스는 네오엔프라와 지난해 3월부터 그래핀 섬유 생산 테스트를 진행, 일곱 차례의 테스트를 거쳐 고순도 그래핀 섬유를 개발할 수 있었다. 고순도 그래핀의 경우 흰색 원사로 생산될 수 있는 것은 물론, 염색성도 우수해 다양한 컬러의 원단을 구현할 수 있다. 

특히 그래핀 섬유는 특수 가공 없이도 항곰팡이·항균·항바이러스, 원적외선 방출, 정전기 방지 등 기능들이 반영구적으로 발현되므로 적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해당 섬유의 경우 항균 테스트에서 세탁 전후 모두 폐렴균과 황색 포도상 구균의 사멸률이 99.9%로 확인, 높은 항균성이 나타났다. 항바이러스 테스트에서는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 감소율이 99.85%로 파악됐으며, 원적외선 방사율 및 자외선 차단율 또한 기준치를 넘어서는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다만 흑연에서 1개 층을 분리한 싱글 레이어 그래핀은 초고가인 데다 1개 층의 그래핀만으로 섬유를 양산하는 것은 불가능해, 휴비스는 1개~5개 층 가량으로 분리된 그래핀을 첨가해 그래핀 섬유를 양산한다. 

휴비스는 그래핀 섬유를 안정적으로 양산하는 것은 물론 다양하고 차별화된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지난 3월 네오엔프라와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해당 MOU에 따라 휴비스는 섬유용 그래핀 마스터 배치를 앞으로 5년 동안 독점적으로 공급 받을 수 있게 됐으며, 양 사는 그래핀 섬유 적용 확대를 위해 국내외에서 공동 연구 개발(R&D) 및 프로모션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물론 그래핀 섬유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다. 휴비스와 네오엔프라는 현재까지 개발된 그래핀 섬유를 기능성 의류용과 마스크용, 의료용, 침구용 등으로 시생산하는 중에 있으며 향후 그래핀의 함량을 높여 반도체 공정 등에서 입는 특수 작업복에 쓰이는 도전사(導電絲)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핀 원료 분석 자료. 출처=휴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