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틱 로고. 출처=블랙야크
플러스틱 로고. 출처=블랙야크

[이코노믹리뷰=이정민 기자] 아웃도어업계가 국내 폐페트병 쓰레기에 새 생명 불어넣으며 친환경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친환경을 중시하는 MZ세대를 겨냥할 수 있어서다. 제품 생산에서 인프라 구축까지 가속화시키며 지속 가능한 소비 생태계를 구축하는 선두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제품 하나에 친환경 요소를 적용하는 것을 넘어 전 라인을 재생섬유로 제작해 출시하고, 기능성까지 잡는 등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비와이엔블랙야크는 최근 국내에서 사용된 페트병으로 만든 친환경 ‘플러스틱(PLUStIC) 컬렉션’을 출시했다. 플러스틱은 플러스와 플라스틱의 합성어로, 재생섬유에 아웃도어의 기술력을 더해 ‘친환경’과 ‘기능성’을 모두 담아냈다. 이번 컬렉션은 티셔츠·재킷·팬츠 등으로 구성됐으며 각 제품당 500ml 기준 최소 15개부터 최대 30개 이상의 페트병이 재활용됐다.

블랙야크가 지난해 8월 국내 투명페트병으로 만든 ‘K-rPET(국산 리사이클링 PET 원료) 재생섬유’ 기능성 티셔츠를 첫 출시한 이후 컬렉션 전체를 친환경 제품으로 생산하는 등 빠르게 성장한 것이다. 그간 재생 폴리에스터 패션 시장은 대부분 일본, 대만 등 해외 수입 원료에 의존하고 있어 사실상 국내 폐페트병 쓰레기를 감소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블랙야크는 국내 기업(화학섬유 제조기업 티케이케미칼, 스파클, GS리테일 등) 및 지자체와 힘을 합쳐 친환경 제품의 생산과 지속 가능한 소비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블랙야크는 자사의 모든 재활용 폴리에스터 제품을 ‘K-rPET’로 생산하겠다는 목표다.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도 정부·지자체·기업들과 협력해 자원순환 구조 확립에 앞장서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삼다수(제주개발공사), 효성티앤씨와 함께 업무협약(MOU)를 체결, 버려진 페트병 100톤을 재활용한 의류 제품을 출시했다. 이번 ‘노스페이스 K에코(K-ECO) 삼다수 컬렉션’ 16종은 봄 시즌에 맞춰 재킷, 아노락, 후디, 티셔츠, 에코백, 버킷햇 등으로 구성됐다. 

페트병 리사이클링 소재 등을 적용한 친환경 제품 생산에 힘써온 노스페이스는 지난 2019년 플리스 재킷, 롱 테디 코트 등 ‘에코 플리스 컬렉션’을 처음 선보였고, 약 370만개 페트병을 재활용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페트병 1080만개를 에코 플리스 제품으로 재탄생시켜 생산물량을 1년만에 2배 이상 늘렸다. 재킷 1벌당 최대 66개의 페트병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면서 지속가능한 패션의 리딩브랜드로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뿐만 아니라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120110)의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도 브랜드 론칭 50주년인 2023년까지 전 상품 50%에 친환경 소재를 적용할 예정이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K2의 경우 올해 친환경 제품을 전체의 40%까지 늘릴 방침이다. 2019년 친환경 제품 비중이 5%에서 불과 2년만에 8배까지 끌어올리겠단 계획이다. 리사이클 소재를 티셔츠, 플리스, 다운 등 의류 뿐 아니라 각종 용품군에서도 관련 제품을 확대한다.

제주에서 수거된 페트병을 활용해 만든 제품. 출처=노스페이스
제주에서 수거된 페트병을 활용해 만든 제품. 출처=노스페이스

커지는 ‘K-rPET’ 시장...아웃도어업계, 'ESG 경영' 선순환 구조 구축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패션업계 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이끌고 있는 모양새다. 친환경 제품의 개발을 비롯해, 생산, 유통, 마케팅 등 가능한 모든 영역에 걸쳐 친환경 선순환 구조를 구현하고 있어서다. 친환경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고 있는 '필환경' 시대인 만큼 아웃도어업계가 탄소 배출량과 폐기물을 줄여야한다는 환경적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아웃도어 특성과 주요 소비층 특성상 자연과 공존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친환경 트렌드가 급부상하기 이전부터 친환경 전환을 실천해온 해외 브랜드들 대다수도 모두 아웃도어 브랜드라는 점이 이를 대변한다. 일례로 친환경 경영의 리더라 불리는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옷을 만드는 사람, 옷을 입는 사람, 그리고 환경을 생각한 지속가능한 소재까지 원단 뿐아니라 노동과 제조 과정에 있어서도 투명성과 친환경을 중시한다. 버려진 원단과 남은 자투리, 폐그물, 염소를 빗질해 모은 털 등으로 생산하며 자연과의 공존을 메인 테마로 삼는다. 최소한의 정보만 전달할 목적 매장을 꾸미고 광고를 구성하는 등 매출 단 1% 미만을 마케팅에 사용한다는 점도 필환경 시대에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를 탄생시켰다는 평가다.

이처럼 수 십년 동안 친환경 의류 개발에 힘써 온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착한 기업'으로 각광받으며 자연친화적 트렌드 혜택을 누리고 있다. 정치·사회적 성향 등을 소비를 통해 드러내는 습관을 의미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을 추구하는 MZ세대가 환경에 해가 되지 않으면서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친환경 소재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 브랜드들이 특별한 광고하지 않아도 소비자 스스로 착한 아웃도어 기업들을 찾는 젊은층이 늘고 있는 이유다.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수요 상승세에 따라 업계 내 친환경 전환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기존의 해외에서 수입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국내 생산 페트병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비용적 측면의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국내 공동주택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이 의무화 돼 친환경 생산 인프라 구축과 함께  ‘K-rPET’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기대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단순히 의류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넘어 자연친화적 인프라 구축에 돌입하는 등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며 “미래에 장기적 성장을 위해 친환경 전환을 토대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연결된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고, 소비자와 함께 친환경을 실천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